메뉴 건너뛰기

close

현대는 '자본' 시대이다. 공산주의도 '자본'을 포기할 수 없다. 자본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하여 냉전시대에 대결했지만 공산주의는 스스로 무너졌다. 중국도 정치체제만 공산주의지 경제체제는 이미 자본주의 경제체제다. 돈은 사람을 잡는 마력이 있는 것 같다.


'돈은 좋은 것이다.' 그런데 성경이 '돈이 일만 악의 뿌리'라 했듯이 돈이 사람을 지배하는 순간 돈은 주인이며, 사람은 노예가 된다. 돈 없는 세상이 존재할 수 없듯이, 돈의 노예가 된 사람도 이미 사람이 아니다. 그러기에 돈의 노예가 되지 않으면서 돈과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무척 어려운 일이지만.


'돈' 이야기를 이렇게 한 이유는 이정식·이정욱씨가 지은 <돈을 다루는 사람의 돈 이야기>를 읽고 재미난 돈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한국은행에서 돈을 만들어(?) 공급하는 발권국에서 일한다. 사람의 3대 발명품 중 하나인 '화폐'(나머지 두 개는 불, 수레바퀴)는 사람들이 만들고 싶다고 만든 것이 아니다. 오로지 국가 중앙은행만이 만들 수 있다. 국가가 마지막까지 인민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화폐가 사람들에게 통용되기까지 교환의 매개는 쌀, 소금, 포 등등 물물교환이었다. 조개껍데기도 교환 수단이었다. 궁금한 것이 있다. 왜 돈은 국가 중앙은행만 발행할 권한을 가질까?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다. 요즘 같이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에 종이와 잉크만 있으면 찍어내면 될 것 아닌가?


독점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할 수 있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우리가 돈을 돈이라고 믿고 주고받는 것은, 아무나 돈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믿을 수 있는 기관이 돈을 탄생시켜 그 돈에 대한 가치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문 19쪽)


그렇다 너 나 할 것 없이 돈을 찍어낸다면 그 돈은 교환가치가 없다. 내가 찍어낸 돈을 가지고 텔레비전을 사려고 할 때 파는 사람은 내가 찍은 낸 돈을 가지고는 그 물건을 팔지 않는다. 물물교환 시절 쌀과 소금을 교환할 때 서로 필요하고 교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찍어 낼 수 있는 돈이라면 돈은 넘친다. 중앙은행도 무조건 찍어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돈을 통하여 국가가 통제하는 것이 기분 나쁜 일이지만 통제 없는 돈 찍어내기는 더 큰 혼란을 야기하여 우리 삶을 더 옥죄일 것이다.


<돈을 다루는 사람의 돈 이야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 많다. '땡전 한 푼도 없다'는 옛말의 유례를 보면 흥미를 자아낸다.


"<푼>은 우리나라에 근대 화폐 즉 신식 화폐가 등장하기 이전에 사용되었던 조선통보 상평통보 등을 일컫는 엽전 한 장을 의미하는 10푼은 1전이며 10전은 1량이 되니 1량이면 100푼이었다. 땡전은 1866년 흥선대흥군이 경복궁 중건을 할 당시 발행했던 <당백전>에 유례를 찾을 수 있다. <당백전>이 <당전>, <땅전>으로 오늘까지 유례된 것을 볼 수 있다." (본문 56쪽)


당백전은 너무 많이 발행되어 실질가치는 상평통보의 5-6배였지만 명목 가치는 20배에 달했다고 한다. 돈 가치가 없어져 버린 것이다. 인민의 삶은 피폐해졌고, 오늘 우리가 돈 한 푼 없을 때 '땡전 한 푼' 없다는 것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 그때나 오늘이나 돈에 대한 사람의 심리를 알 수 있다.


가장 재미있었던 내용은 1962년 발행된 100환짜리 지폐였다. 100환 앞면에는 한복 차림의 여인과 초립동 복장을 입은 아이가 저금통장을 펴보면서 웃고 있는 모습이 새겨졌다고 한다. 현재 통용되고 있는 지폐를 보면 아주 평면한 인물도안이다. 만원권은 '세종대왕', 오천원권 '이이', 천원권 '이황'과 비교해보면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모자상 도안이 들어간 이유를 들어보자.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붕괴 되자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초상이 들어가 있는 화폐(100, 500, 1000환권)를 더 발행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본문 71쪽)


독재정권은 독재자를 신격화하기 위하여 화폐도안인물로 많이 사용한다. 이승만 정권도 그랬다. 독재정권이 무너지자, 화폐는 더 이상 통용될 수 없었다. 하지만 모자상 화폐 역시 생명이 길지 못했다. 1962년 6월 10일 화폐표시가 '환'에서 '원'으로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24일 만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의 화폐도안과 고액권 발행, 화폐 역사, 사상과 이념을 담는 각국 화폐 여행은 매우 재미있다.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것은 교환가치로서 '돈'은 우리를 노예로 만들 수 있지만 종이와 잉크로 만든 '돈'은 재미와 흥미를 한껏 선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돈은 돌고 돈다. 그러니 너무 돈에 인생을 걸지 말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사는 인생이 돈 노예로 살아가는 것보다 나은 인생살이라 생각한다.


돈을 다루는 사람의 돈 이야기

이정식.이정욱 지음, 열린책들(2002)


태그:#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