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생태교란종'인 베스가 영동지방인 강릉에도 출현했다는 첫 기사를 쓰자, KBS 강릉방송국 권혁일 기자가 전화를 했다.
"베스 진짜로 보셨어요? 사진이라도 좀 주세요."
"베스, 그거 지금 내 배속에 있는데요, 남은 놈들은 머리 잘라서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어떻게 그림 좀 만들 수 없을까요. 진짜로 있는지 확인하면 좋겠는데요."
"아는 분들께 연락 좀 하지 뭐. 기다려 봐요."비가 왔지만 투망을 잘 던지는 사람을 졸라서 장현 저수지를 향했다. 비가 와서 낚시를 못 가고 망설이던 꾼(?)들이 낚시점에서 소문을 듣고 여럿이 함께 갔다. 카메라는 베스를 잡는 낚시꾼들의 모습을 따라 돌아가고 "다른 고기는 없고 베스만 나온다"는 멘트도 땄다.
"베스가 얼마나 많은지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라는 기자의 말에 뒤이어 투망이 던져졌다.
둥근 원을 그리며 투망이 수면에 펼쳐지자마자 푸드덕거리는 고기들. 한 번의 투망 질에 베스가 17마리. 지켜보던 낚시꾼들과 마을 사람들이 놀라 탄성을 자아냈다.
실로 엄청났다. 다시 한번 던지자 15마리가 잡혔다. 피라미는 6마리, 붕어는 한 마리. 배가 불룩한 베스를 가르자 소화가 진행 중인 붕어가 형체를 드러냈다. 피라미도 나왔다.
이 많은 베스가 어디서 왔느냐가 화제가 되었다. 시에서 어린 붕어를 풀어놓을 때 일부 섞여서 온 것이 아니냐, 누군가가 일부러 풀어놓은 것이라는 둥 의견도 다양했다.
나는 "강릉이 고향인 왜가리가 영서지방에 살다가 부모님을 찾아오는 길에 베스를 물고 오다 떨어뜨린 것"이라고 고집을 부렸다.
촬영이 끝나고 '소품'으로 쓰인 베스로 매운탕을 끓였다. 어떤 맛일까? KBS 기자둘, 식당 주인과 품평을 했다. 우럭 맛이 난다는데 대체로 동의했지만 냄비를 깨끗이 비우지 못했다. 소주를 너무 많이 마신 탓 일 게다.
KBS는 후속기사를 두 번 더 내보냈고, 어떤 동호회에서 영서지방까지 가기 귀찮고 손맛을 즐기기 위해 강릉 인근의 저수지 여러 곳에 풀어놓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넓은 저수지의 베스를 모두 잡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몇 사람의 이기심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게 생겼다.
강릉시는 이 저수지에 두 차례에 걸쳐 수만 마리의 어린 붕어를 풀어놓았다. 세금으로 베스의 먹이를 열심히 넣어준 셈이다. 보도가 나간 지 한 달이 더 지났지만 관심을 두는 이들이 없다.
<오마이뉴스>에 쓴 베스 관련 기사는 잉걸로 2천원의 원고료가 책정됐지만, KBS에서는 취재 지원과 취재를 당하는 수고에 대해 5만원을 받았다. 누구에게 고마워해야 할까? 휴일인 오늘도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