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보기] 2005년 광복 60주년 기념 '아리랑' "장엄한 스케일에 감동적인 음악이 어우러진 거대한 예술작품이다." "김일성 부자의 세습을 합리화시키는 북한 체제 선전물에 불과하다." '2007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머물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10월 3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관람한 북한의 대집단체조 '아리랑'을 바라보는 엇갈린 두 관점이다. 노 대통령이 '아리랑'이 펼쳐지는 5·1경기장을 찾는 것을 두고 방북 전부터 말이 많았다. 남북정상회담이 한창 준비중이던 지난달 28일. 보수적 성향의 활동을 벌이고 있는 라이트코리아, 자유비상국민회의 등의 시민단체는 "남한의 국가원수와 수행단이 '아리랑' 공연을 보는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비난하며, "아리랑은 북한 김씨 부자를 우상화하고 선군독재체제를 정당화하려는 선전극"이라고 힐난했다. 이런 주장이 있었음에도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핵실험 등 시기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고, 서정적이고 장엄한 공연이라는 보고가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관람이 취소되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었다. 남한 내에서의 논란을 의식한 듯 북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조선인민군 격투 장면'을 '태권도 시범 장면'으로 바꾸었고, 공연내용 변경의 배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수정 지시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이 장면의 소제목 역시 '인민의 군대'에서 '아리랑 민족의 기상'으로 바꿨다. 그렇다면, 이토록 갖가지 뒷말을 부른 '아리랑'은 대체 어떤 내용을 담은 공연일까. 2002년 처음으로 선보인 후 현재까지 총 400만명(90회 공연)이라는 엄청난 관객과 만난 '아리랑'은 북한의 설명에 따르면 "민요 아리랑을 주제로 민족의 운명과 역사를 서사시적 형태로 복원·표현해낸 작품"이다. 2만명 이상의 외국인도 관람한 대집단체조 '아리랑'은 공연 시간 90분 내내 현란한 카드섹션과 참여자들의 일사불란한 동작이 톱니바퀴 같은 정교함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남한식으로 표현하자면 일종의 '매스게임'. 여기에 장중한 음악과 드라마적 연출이 더해져 있음은 불문가지다. 남한 보수단체들은 "북한의 체제선전물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아리랑'의 가치와 의미를 깎아 내리지만, 실제로 공연을 본 독일 관광객은 "이런 공연을 본 적이 없다. 정말 놀랍다"라는 호평을 남기기도 했다. 사실, '아리랑'은 별다른 관광 인프라가 없는 북한의 최대 관광상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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