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사는 쿠바의 음악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쿠바에서는 우리가 소위 "살사"라 부르는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대답은 글쎄! 왜냐면, 쿠바 혁명이후 많은 음악인들이 쿠바를 떠났고, 뉴욕에서 마케팅 용어로서 "살사"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고 난 뒤에, 쿠바의 살사는 독립적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후안 포르멜(Juan Formell)과 그의 밴드 로스 반반(Los Van Van)이 있다. - 정확한 발음은 로스 방방이 아니라 로스 반반으로 표기해야 한다.
로스반반의 음악은 띰바 음악으로 간주되지만, 정확히 말하면, 로스 반반만이 연주하는 "송고(Songo)" 스타일을 만들어냈고, 다른 오케스타라 와 함께 "띰바/팀바(Timba)"라는 장르를 발전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세웠다. 현재 띰바는 쿠바 음악의 트레이드 마크로서 손 몬투노라는 장르에 뿌리를 두고 클래식 음악, 누에바 트로바, 라틴 재즈, 디스코, 훵크, 힙합의 영향을 받은 복합적인 음악이다. 띰바 음악을 만드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 오케스트라가 셋 있는데 바로 70년대의 로스반반, 이라케레(Irakere) 80년대의 에네헤네 라 반다(NG La Banda)이다.
음악적 특징을 조금 더 논하자면 띰바는 살사와 구별되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고 비유를 들자면 미국의 R&B가 소울 음악과 차별되는 것과 같다. 띰바는 멜로디와 가사에 우선하는 리듬과 “스윙”이 있는 매우 강렬한 음악이다. 쿠바에는 “전통적”인 살사는 별로 없다. 베네수엘라의 오스카 데레온 정도가 쿠바에서 공연한 음악인이다. 따라서 쿠바의 띰바 음악인들은 살사 음악인들과 전혀 다른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띰바는 살사보다 훨씬 유연하고 혁신적이고 다양하여 현재의 쿠바 댄스 음악을 총칭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띰바는 아프로 쿠반 문화/음악의 요소를 도입해서 악기에는 아프로쿠반 음악의 영향이 있고, 가사와 그 표현에 있어서는 쿠반 요루바 또는 ‘루꾸미’와 그 아프로 쿠반 종교와의 연관성이 있고, 공연 중 관객과의 상호교감 및 즉흥적 연주, 가사의 스토리 텔링, 다른 음악 에서 가져오는 리듬이나 가사들- 예를 들어 현대음악의 전자/디지털 샘플링-, 가수와 관객이 서로 주고받는 꼬로-쁘레곤(부름과 응답, call & response) 부분에 남아있는 랩 음악의 영향이 있다. 살사와 달리 띰바는 체제적인 이유로 사회적 또는 정치적 메시지는 담지 않는다.
띰바는 악기구성 및 편곡에서 살사와 다르다. 띰바 음악인들은 살사보다는 훵크나 소울에서 더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라 차랑가 아바네라(La Charanga Habanera)나 밤볼레오(Bamboleo)는 ‘어스,윈드 앤 화이어’, ‘쿨 앤 갱스’ 나 다른 미국 훵크 밴드 곡들의 일부를 관악기나 다른 악기로 연주하곤 한다.
악기구성에서 가장 큰 진보는 킥 드럼과 신디사이저의 도입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40년대의 전통적 차랑가 구성을 가지고 있엇을 것인데, 즉 더블베이스, 콩가, 카우벨, 클라베, 피아노, 바이올린, 플룻 외에도 띰바에서 관악기 부분이 확장 되어 기존의 트럼펫, 트럼본 외에도 색소폰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진보적인 특징은 연주와 편곡의 스타일로서 특히 베이스에는 훵크와 R&B 요소, 피아노에는 바흐와 같은 바로크 음악 영향이 관악기에는 “챰뽈라스” 같은 복잡한 편곡이, 클라베에는 살사의 손 클라베(3-2)와 달리 룸바 클라베(2-3)를 더 많이 사용한다. 살사와 달리 장조와 단조 사이의 이동이 고 산테리아나 아바쿠아 리듬에 기초한 아주 복잡해 보이는 리듬적 요소, 음악 스피드의 변화, 관현악으로 편곡된 브레이크 부분이 많아 살사보다 복잡해 보이는 음악이다.
띰바와 이전의 살사의 큰 차이점은 피아노와 베이스가 리듬 패턴이 아니라 독창적인 연주를 한다는 점이다. “께 띠에네 반반”에서 피아노 때문에 이 곡을 기억하게 될 정도! 뿌삐는 양손 사이에 독립적인 리듬과 대위법적 움직임을 사용한 최초의 피아니스트로서, 싱코페이션의 위치를 옮기고 바타와 와왕꼬의 아프리카 리듬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복잡해 보이는 음악이 엘리트주의를 지향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여러 다른 음악의 영향에 열려 있어서, 언제든 변화할 수 있고 언제든 새로운 요소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태도를 지향하고 있기에 쿠바에서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젊은 라티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살사 음악만이 아닌, 다른 종류의 대중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로스반반의에 퀸 등의 음악의 영향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띰바는 대중 음악의 장르로 여겨지기는 하지만 실력을 갈고 닦은 음악인이 아니면 연주하기가 힘들다. 클래식 음악, 재즈, 전통적 쿠바 음악 외 다른 음악장르까지 섭렵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쿠바에서 정부가 음악학교를 운영하기 때문에, 또 음악인들에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띰바는 사람들이 춤추기에 힘들고 듣기에 강한음악이라 생각을 하기에 세계적인 살사 판에서는 그다지 유행하지는 않지만, 틈새로 점점 팬을 얻고 있는 중에 있다. 댄서 입장에서는 띰바는 복잡한 리듬 때문에 쿠바 살사(카시노)를 잘 추거나 여러해 띰바를 연습한 사람이 아니면 좀 추기가 힘들게 여겨진다. 더구나 음악인들이 훵크, 팝, 재즈, 락앤롤, 탱고까지 살사와 섞어 띰바를 만들기 때문에 띰바를 춘다는 것은 훵크, 팝, 락앤롤 등의 움직임까지고 도입해서 추어야 하고, 쿠바 카시노 틀 속에서 새로운 움직임들을 창조하는 작업이다.
40년 가까이 과거에도 지금도 쿠바의 가장 인기있는 그룹인 로스 반반. 1969년 포르멜은 이 실험을 시작했고, 쿠바 리듬과 신디사이저, 락, 랩, 브라질 음악, 메렝게 등 관심을 끄는 것 모두를 섞어 ‘송고’를 만들었다. 포르멜은 이제 60대인데, 자신의 성공에 절대 안주하지 않고 음악이 시대에 뒤떨어지게 놓아둔 적이 없다. 계속해서 쿠바에서 춤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히트 음악을 내고 있다. 인터뷰 중에서 후안 포르멜은 댄서들이 춤추는 걸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후안 포르멜은 오르케스타 레베(Orquesta Revé)의 예술감독으로 활동을 하다 69년 일단의 음악인들과 함께 로스 반반을 만들었다. 로스 반반에는 현재까지 2명의 드러머가 있는데 첫번째 드러머는 전설적인 창기또(Changuíto)로서 송고 시기에 중요한 진보를 만들고 라틴 재즈에서 4개의 앨범(솔로 경력)을 쌓았다. 창기또가 그만둔 뒤 포르멜의 아들 사무엘(Samuel)이 이어받았는데 사무엘은 쿠반 팝음악에서 중요한 영향력있는 퍼커션주자 중 하나이다. 로스 반반은 지속적이고 보수적인 콩가와 구이로연주에, 사무엘이 드럼셋와 팀발레스를 동시에 탁월한 기량으로 연주하는 스타일을 갖고 있다.
보통 살사 음악에는 트럼펫과 트럼본이 1-2개 들어가는데 반반은 3개의 트럼본 을 전통적 차랑가(풀룻과 바이올린) 구성에 추가하여 그 음색을 독특하게 만들었다. 신디사이저에는 보리스 루나가 연주하는데 그는 이전에 이삭 델가도(Issac Delgado)의 그룹에서 연주했다. 반반의 지속적인 장수비결은 주기적으로 새로운 젊은 싱어를 영입하는 것인데 앙헬 보네(Angel Bonne)와 뻬드로 깔보(Pedro Calvo)가 이전의 주요한 두 싱어이다. 이 둘이 그만둔 뒤에 영입된 마이또 리베라(Mayito Rivera)와 로베르또 “구아야깐” 에르난데스(Roberto "Guayacán" Hernánde)는 로스반반이 띰바의 세계에 진입해 띰바를 제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쿠바에선 간단하게 “마이또 반반” 또는 “로베르또 반반”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 둘은 베니 모레 이후로 압도적이고 독창적인 보컬리스트이자 소네로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전설적인 로스 반반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한국에서 - 원 월드 뮤직 페스티벌(경기도 이천) - 볼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로스 반반과 함께 오기로 예정되어 있던 쿠바의 아카펠라 살사 그룹인 보컬 샘플링(Vocal Sampling)이 페스티벌 3주 전에 갑자기 취소되었고, 연달아서 KBS공연 및 EBS에서의 쿠바 공연단의 공연이 모두 취소되었던 점이다.
로스 반반의 매니저에 따르면 지난 주말 쿠바를 출발, 현재 일본에서 공연중이며 한국에는 5일 입국하여 6일 하루 공연이 이천에서 예정되어 있으며 다음달에 새로운 CD가 출시될 예정이란다. 아쉬운 점은 이천이라는 위치가 대중교통으로 움직이기에 너무나 불편한 장소일 뿐더러, 공연 예정 시간이 - 가을인 10월에 - 오후 11시에서 12시로 잡혀있다는 점이다. 또 공연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로스 반반의 내한 공연 사실마저 모르고 있다는 점은 많은 자금을 들여 정부가 진행하는 축제의 입장에서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다.
참고: 음악듣기
http://youtube.com/watch?v=eMbXVUsT2IE <Chapeando 차뻬안도> 2005년 최근 앨범의 타이틀곡
http://youtube.com/watch?v=_WrGi2bAh1A <Sandunguera 산둥게라> 마이애미 라이브 공연
http://youtube.com/watch?v=DQlqUZ3EUfk <Despues de Todo 모든 것이 지난 후에> 여성 보컬 예니의 노래
http://youtube.com/watch?v=DviErId9G_k <Agua 물> 사무엘의 드럼 연주가 돋보이는 곡
덧붙이는 글 | www.latin24.com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