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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갔던 동지들이 관군과 왜놈의 방어진지를 뚫지 못했다! 허나 그들도 우리의 공격에 지칠 대로 지쳐 있을 것이다! 모두 힘을 내어 우금치를 넘어 공주로 나가자!”

 

“나가자!”

 

“왜놈들을 무찌르자!”

 

동학병들의 함성소리가 가득히 울려 퍼졌지만 김학령은 건성으로 죽창을 들었다 놓으며 초조해했다.

 

‘대체 저기 우금치에 뭐가 있기에 이리도 불길한 마음만 들까.’

 

“모두 진군하라!”

 

손에 창, 칼, 죽창, 화승총 활등 가지각색의 무기를 든 동학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열과 오를 맞추어 진군하는 와중에도 김학령의 머릿속에는 어서 몸을 피해 달아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멈춰라!”

 

사람의 숲에 가려 보이지 않는 앞쪽에서는 김학령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알 수 있는 처절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우금치고개에서는 총탄이 퍼부어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자연히 대기하고 있는 진열에서도 걱정하는 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대체 뭐여?”

“관군과 왜군에게 총이 많은 모양이네.”

“소리를 듣자하니 연발총이라는 것도 가진 모양이여. 그게 뭐냐 하면 내가 전주성전투에서 본 것인데 말이여….”

 

진중이 어수선 해지자 지휘관이 칼을 뽑아들고 소리쳤다.

 

“하늘이 이 땅을 버리지 않는 한 우리는 승리한다! 선두! 앞으로!”

 

먼저 김학령의 앞을 가로막던 이들이 함성소리와 함께 우금치 고개를 향해 뛰어나갔다. 이제 김학령의 눈앞에는 메마른 땅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과연 이대로 죽는 걸까?’

 

김학령 주위의 동학군들은 두려움을 잊기 위해 환성을 지르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모두들 각오는 되어 있나!”

 

지휘관이 칼을 치켜들고 소리쳤다. 동학병들은 힘차게 대답했지만 김학령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모두 나가자!”

 

동학병들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김학령도 뒷사람에게 떠밀리다 시피하며 함으로 쏟아져 나갔다. 사납게 달려가던 동학군의 발걸음이 더디어진 건 오르막을 넘어 평지로 들어서면서부터였다.

 

“왜 이래? 앞으로 좀 나가자!”

“밀어! 밀어!”

 

길의 양옆은 둔덕으로 가로막혀 있어 동학병들은 일단 좁은 길을 통과 한 뒤 진형을 갖추어 돌격해나가야만 했다. 총탄소리는 더욱 살벌하게 울려 퍼졌고 비명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총탄소리가 조금씩 잦아들어 마침내 멈출 때쯤 지휘관의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가자!”

 

마침내 막힌 봇물이 뻥하고 뚫리듯 동학병들이 앞으로 쏟아져 나갔다. 그러나 그들의 눈앞에 적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뛰어라! 뛰어!”

 

지휘관은 당황해서 잠시 멈칫거리는 동학병들의 등을 떠밀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평지에 모인 동학병들의 좌우에서 불꽃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드르르르륵 투투투투투!

“으아아악!”

 

김학령의 왼쪽과 오른쪽에 서 있던 동학병들이 온 몸에서 피를 내뿜으며 볏 짚단처럼 쓰러져 갔다. 놀란 김학령은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릴 지경이었지만 멈춰 있다가는 그들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은 뻔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연발총이라는 거구나! 모두들 이러다가 죽은 것인가?’

 

“앞으로 뛰란 말이다! 앞으로!”

 

지휘관은 칼을 휘두르며 동학병들을 독려하면서 연발총 사격을 피해 용케 앞으로 뛰쳐나갔다.

 

덧붙이는 글 |
1.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우금치#동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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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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