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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의 정상이 만났으니 이제 통일은 시간문제 아닌가요?”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분단 이후 첫 정상회담을 했을 당시 남과 북의 분위기는 당장 통일이 될 것처럼 들떠 있었다.

 

정상이 만났으니 통일은 시간문제?

 

그 후 7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다시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났다. 북한의 지도자는 그대로, 우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2000년 당시와는 다른 채….

하지만 이번에도 남과 북의 분위기는 비슷했다. 국민들의 시선은 당연 TV속 정상회담 속으로 향했다.

 

“대통령은 바뀌었지만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두번씩이나 방문해서 정상회담을 했는데 조금 더 나은 성과가 있지 않겠습니까? 기대됩니다.”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기대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하지만 ‘통일’이라는 문제는 단순히 남북정상이 만나서 "우리 화해하고 평화체제로 갑시다" "우리 통일합시다"해서 악수하고 선언문에 서명한다고 끝나는 단순한 문제는 분명 아니다.

반세기 이상 갈라졌던 민족이 하나의 민족으로 완전히 합일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산적한 문제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가 이념과 언어이고, 다음으로 경제 문제도 있을 것이다.

 

김일성, 김정일의 독재주의하에서 반세기를 살아 온 북한 주민들의 이념은 ‘민주주의’라는 이념보다는 ‘공산주의’ 이념이 더 깊숙히 뿌리박혀 있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민주주의’ 이념이 박혀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하나의 이념으로 합일시킨다는 것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닌 오랜 세월에 걸쳐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또한, 언어 격차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최근 퀴즈 프로그램을 보면 가끔가다 북한의 말을 문제로 내며 맞추기가 나온다. 비슷한 말도 있지만 같은 말인데도 전혀 다른 뜻을 지닌 말도 대다수다.

예를 들면, ‘일 없다’는 말을 우리는 ‘그만 됐다, 볼일 없다’ 등 상대를 거부하는 표현으로 사용하는 반면, 북한에서는 ‘괜찮다’는 정중한 거절의 표현으로 쓴다. 겉으로 드러나는 언어만 그렇지 비속어, 은어 등까지 포함하면 실로 언어의 차이는 엄청날 것이다.


특히, 남과 북의 경제적 차이 극복 또한 쉬운 문제는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을 비교해 볼 때도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국민총소득은 256억 달러로 남한의 35분의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고, 1인당 국민총소득은 1,108달러로 남한의 17분의1 수준이다. 이러한 수치의 차이도 문제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남과 북의 경제적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단순하게 3가지만 비교해 보아도 분명 남과 북이 통일하는데 있어서의 문제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아수라백작 같은 두 얼굴의 북한-역사를 통해 본 북한의 두얼굴

 

남과 북의 정상이 만나 남북 정상선언을 하며 평화무드가 무르익어 가고 있는 시점에 이런 글을 써서 유감이지만 지난 8월 강릉에 있는 통일공원에 다녀왔다. ‘통일공원’이라 이름 붙은 그곳에는 지난 1996년 9월 18일 강릉 해안으로 침투하려다 암초에 좌초돼 택시기사의 신고로 발견된 북한의 소형 잠수함이 전시되어 있다.

 

이 잠수정은 레이더 탐지가 어렵고 잠수 및 발진속도가 빨라 북한이 정찰 및 침투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길이 20m, 폭 3.1m에 70톤 규모의 유고급 잠수정으로 알려져 있다.

 

강릉 안인진리에 위치하고 있는 이 공원에는 북한 잠수정 이외에도 퇴역함정인 거대한 ‘전북호’의 위용을 느껴볼 수 있으며, 각종 전시관을 통해 탱크와 장갑차, 북한의 침투장비 등을 볼 수도 있다. 공원 입장은 유료이며, 주차장 이용료도 지불해야 한다.

 

강릉 무장공비 침투사건에 대한 말이 나왔기에 1996년 그 날로 잠시 돌아가보면, 9월 18일 자정이 지난 00시55분경 강릉시 강동면 동해고속도로상을 운행하던 택시기사가 거동수상자 2명과 해안가에 좌초되어 있던 미상 선박 1척을 경찰에 신고했고, 조사결과 좌초된 선박이 북한의 소형 잠수함으로 확인됨에 따라 무장공비 소탕작전에 돌입, 1명 생포, 13명은 교전끝에 사살하였으며, 북한의 지령에 따라 잠수함 좌초책임을 물어 사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승조원 11명의 시신이 발굴되면서 소탕작전은 종료가 된다.


이 당시에 대전차로켓을 포함해 유류품 총 367종 4380점을 노획하였으나, 아군도 군인 11명, 민간인 4명 등 17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특히 이 당시에는 북한에서 먼저 남북 차관급 회담을 제의한 직후여서 잠수함 침투가 더욱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외에도 북한은 1983년 10월에는 3자 회담 제의 후 미얀마 아웅산 폭탄테러를 자행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월드컵 4강전이 열리던 날 서해교전을 일으켜 무고한 장병들이 희생되기도 했다.

 

이렇듯 북한은 지금까지 한편에서는 평화를, 다른 한편에서는 무력도발을 자행해 왔다. 비록 남북정상이 4일 2007 남북정상선언을 발표했다고는 하지만 또 뒤에서는 어떠한 계략을 꾸미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남북정상회담이 끝나는 오늘까지도 북한은 전력의 대부분을 평양 이남에 전진 배치하고 있고 또 핵문제 등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2차 남북정상회담의 선언문에서 제시된 “남과 북은 군사적 적대관계를 종식시키고 한반도에서 긴장완화와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는 내용과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어떤 전쟁도 반대하며 불가침 의무를 확고히 준수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지켜질지도 의문이다.

 

물론 앞으로 남과 북의 실무자들이 자주 만나서 하나씩 얽혀져 있는 실타래를 풀어 나가겠지만 남과 북이 종전을 선언하기에는 시기상조가 아닌가 생각한다.

 

북한지역의 홍수로 인해 한달 여 연기돼 열린 남북정상회담! 회담 성과에 연연해 너무 들떠있지 말자. 무엇보다 양측은 선언문의 8개 사항을 적극 이행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강릉 통일공원에 전시되어 있는 북한의 침투용 잠수정처럼 과거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남북 평화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디딤돌을 놓고 무사히 돌아오는 노무현 대통령과 수행원들 모두 고생했습니다.


태그:#남북정상회담, #강릉 통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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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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