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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발표된 '2007 남북정상 공동선언'은 내용이나 수준에서 애초 예상을 뛰어넘었다.

특히 남북 경협과 관련된 합의는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또 한반도 종전선언에 있어 남북이 주도적 위치를 잡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그러나 북핵 문제에 대한 언급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이 나왔으며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통일 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일단 가장 주목되는 것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다.  이를 통해 현재 남북간 쟁점 가운데 하나인 서해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뛰어넘기로 했다.

 

남북은 해주지역과 주변 해역을 포괄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 구역과 평화수역 설정·경제특구건설과 해주항 활용·민간선박의 해주직항 통과·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런 사업이 잘 진행되려면 군사적 보장조치가 필수인데 이는 11월 평양에서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해결한다.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보수 진영 쪽에서는 NLL을 재설정해 남쪽으로 내릴 것이며 이는 영토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는 억측에 기반한 오해였다.

 

NLL은 국제법상 근거가 희박하지만 이미 영토 개념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정치적 부담 때문에라도 남쪽으로 내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남한이 남북경협 확대·철도 운행 정례화 등을 제기해도 북한이 먼저 NLL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고집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대안이 필요했다.

 

결국 북한 선박의 해주항 직항을 허용하고, 공동어로 수역을 설정함으로써 NLL을 재설정하지 않고 이 문제를 우회했다. 여기에 해주공단을 건설하고 개성공단과 연계해 군사적 대치 지역에 남북경협 벨트를 건설함으로써 서해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공동

선언에 담았다.

 

사실 이는 많은 전문가들이 제안했었고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 통일부의 생각이기도 했다. 국방부는 공동어로 수역의 관리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소장은 "이번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는 통일부 안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협력의 폭이 질적으로 도약하게 되는 계기"

 

지난 5월 남북은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시험 운행을 했다. 일시적 군사보장에 의해 단 하루만 북한이 허용했다. 그러나 이번 공동선언에서 두 정상은 문산과 개성의 봉동 역 사이에 철도화물 수송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아직 사람 수송은 아닌 화물 수송에 불과하지만 일단 경의선 철도 운행이 정기화될 수 있게 됐다.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 고속도로의 개보수 문제를 협의해가기로 한 것은 그동안 많이 언급했던 '꿈의 실크로드' 건설에 한발짝 다가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남북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이용해 참가한다.

 

남북정상회담 준비기획단은 '정상회담 해설자료'를 통해 "개성-평산(평안남도)간 철도 보수 비용은 최대 2900억원, 개성-평양간 고속도로를 아스팔트로 재포장할 경우 최대 44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했다.

 

백두산 관광을 실시하기 위해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기로 한 점도 눈에 띈다. 사실 백두산 관광은 지난 2005년 이미 합의됐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백두산 주변 도로 포장용 물자 및 삼지연공항 활주로 포장용 피치를 지원했지만 이 사업의 추진은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이번 양 정상이 공동 선언에 직접 언급함으로써 백두산 관광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남북한 사이의 경제 협력 문제를 논의하는 당국간 회담인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차관급 경추위를 부총리급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로 격상한 것은 경제협력의 폭이 질적으로 도약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종전선언 남북이 주도할 기반 마련

 

이번 공동선언 4항은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있다.

 

이봉조 통일연구원장은 "평화체제 문제를 협의하고 논의해가기 위해서 우선적 종전선언이 걸리는데 이것을 한반도 안으로 끌어들인 게 이번 회담의 성과"라며 "종전선언과 평화 체제의 실질적 당사자는 남북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한반도에서 개최하자고 함으로써 국제 사회를 주도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정성장 실장도 "이번 공동선언으로 무엇보다 평화체제 관련해 남한의 당사자 위치를 확고히 했다"며 "한반도지역에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만나자는 말은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주도권을 갖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에 국방장관급 회담, 총리급 회담의 틀을 확보한 것은 경제와 평화라는 양수레 바퀴를 몰고갈 축을 확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동선언에는 "남과 북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고 되어있다. 북핵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에 따라서는 이 정도는 너무 약하다는 지적을 했다.

 

서재진 연구원은 "이번 공동선언의 성과는 경제협력이고 한계는 미국에서 계속 요구해왔던 핵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라며 "핵문제는 이미 로드맵이 나와 있어 약간만 언급해도 되는데 거의 언급이 없다는데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정상회담 정례화... 남북연합?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안보연구실장은 "차관급 경추위가 부총리급으로 격상되고, 국방장관 회담과 총리급 회담을 잡은 것은 정상회담 정례화·각료회담·국회회담이라는 3개의 틀을 갖춘 것"이라며 "이게 좀 더 나가면 남북연합"이라고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동 선언 2항은 "남과 북은 남북관계 확대와 발전을 위한 문제들을 민족의 염원에 맞게 해결하기 위해 양측 의회 등 각 분야의 대화와 접촉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있다. 이는 그동안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국회 회담을 언급 한 것이다.

 

공동 선언은 "남과 북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 현안 문제들을 협의하기로 하였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이에 대해 정상회담 준비기획단은 "남북이 국가 관계가 아니어서 정례화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북측의 입장을 받아들여 수시로 만나자는 용어로 합의했다"며 "사실상 정상회담의 정례화에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북한을 방문해 일본인 피랍자 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이번 정상회담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가 일시에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공동선언에 언급되어 있지 않다.

 

조성렬 실장은 "공동선언 7항에서 이산가족 상봉 상설화를 언급함으로써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가 에둘러 포함한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7항은 "남과 북은 흩어진 가족과 친척들의 상봉을 확대하며 영상 편지 교환사업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금강산면회소가 완공되는데 따라 쌍방 대표를 상주시키고 흩어진 가족과 친척의 상봉을 상시적으로 진행 하기로 하였다"고 되어있다.


태그:#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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