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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노고단 산장앞 운무에 쌓여 있는 주목.
▲ 지리산나무 지리산 노고단 산장앞 운무에 쌓여 있는 주목.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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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잠을 깼다. 10월 3일 개천절을 맞아 지리산 산행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방이 칡흙같이 어둡기만 할 뿐이다.혹시 비라도 오지 않을까 하여 인터넷으로 날씨 검색을 하였다. 다행히도 남부지방에는 구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내를 깨워 산행채비를 한 다음 카메라를 들고 집을 나섰다. 유성톨게이트로 들어서 호남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남전주 톨게이트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남원의 춘향터널을 거쳐 지리산 노고단으로 향하였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산속을 헤치고 산등성이를 올라선 둥근 아침 해가 차창 밖으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안개속에서 나타난 신비한 아침 해를 보니 가슴이 설레이기 시작한다. 길가의 가로수와 숨박꼭질을 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운무 속으로 꼭 숨어버렸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자 지리산의 성삼재가 안개를 걷고 우리를 맞고 있었다. 성삼재에 올라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안개가 지리산 골짜기마다 가득 채워져 있다. 아침 해는 어디에 숨었는지 아직 보이질 않는다.

산 정상으로는 파란 하늘이 언뜻언뜻 보일뿐 구름이 산 전체를 덮고 있다. 앞으로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 자못 궁금하지만 예단하기가 난감하다. 한차례 소낙비가 내릴 것 같기도 하고, 금세 파란하늘이 열릴 것 같기도 하다.

차 한잔을 마시기 위해 성삼재에 있는 휴게소로 들어갔다. 아직 매점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출근 전이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미리 준비해온 물을 한잔 마시고 노고단 정상을 향햐여 출발을 하였다. 성삼재에서 노고단 정상까지는 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안내판에 적혀 있다.

한 가족이 정답게 지리산을 오르고 있다.
▲ 산행 한 가족이 정답게 지리산을 오르고 있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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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 들어서자 꼬마들을 앞세우고 산행하는 한 가족이 눈에 들어왔다. 손을 잡고 밝은 산속을 걸어가는 가족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해 보였다. 한 참을 그들을 주시하며 따라 올라 갔다. 오르는 산길은 차가 다닐 정도의 넓은 길로 시멘트로 일부 포장이 되어 있었다. 오르는 길 주변에는 이름표를 단 나무들이 아침이슬을 맞은 채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었다.

얼마쯤 오르자, 앞서 오르던 꼬마가 힘이 드는지 심통이 난 것 같다. 엄마한테 떼를 쓰기도 하고, 아무데나 주저앉기가 일쑤다. 작년 겨울에 우리 집 막내의 행동을 보는 것 같아 나도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노고단 정상에서 바라본 노고단의 모습.
▲ 노고단의 모습 노고단 정상에서 바라본 노고단의 모습.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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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산 정상 쪽의 날씨를 살폈다. 파란하늘이 열리는가 싶더니 금세 또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느낌으로는 머지않아 높고 푸른 하늘이 펼쳐질 것 같다. 어느새 탁 트인 공간을 바라볼 수 있는 산등성이에 올라섰다. 예전에 화엄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길이다.

운무가 산 아래에 넓게 퍼져 동양화처럼 신비롭게 펼쳐놓은 느낌이다. 이곳의 산색은 여름의 짙은 녹음이 소리 없이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화려한 가을색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뺏앗지 않고 편안한 산길을 열어 준다.

노고단 산장에 이르자 산장은 보수공사로 한창이었고, 일찍 올라온 등산객들은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느라 떠들썩하다. 노고단 산장앞에 군데군데 서 있는 주목은 운무에 휩싸여 태고의 신비함을 느끼게 한다.
지리산 노고단고개에서 바라본 반야봉.
▲ 반야봉 지리산 노고단고개에서 바라본 반야봉.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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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에서 노고단 정상을 향해 서서히 올라가는데 산장에서 쉬고 있던 운무가 나를 따라
오는게 아닌가! 일부는 먼저 뛰어 올라가 반야봉 주변을 이리저리 날고 있었다.

노고단 정상은 예전에는 군사시설이 있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통제 구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군사시설은 없어지고 일반인들이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나무계단이 멋지게 설치되어 있었다. 계단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노고단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지리산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노고단 정상에는 돌 무데기가 높여 쌓여져 있고, 사람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쉼자리를 잘 마련해 놓았다.
노고단고개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
▲ 나무계단 노고단고개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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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정상에서 휴식을 하는 모습.
▲ 비구니 노고단 정상에서 휴식을 하는 모습.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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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에 앉아 물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자, 산장 아래에서 놀고 있던 운무가 어느새 뒤따라와 노고단 정상을 감싸버렸다. 주변을 빙 둘러 살펴보니 조금 전의 풍경과 전혀 다른 세상이다. 흰 구름이 둥실 떠있는 파란 하늘, 그리고 발아래 펼쳐진 멋진 운해의 꿈은 어디로 사라지고 그저 실망스러울 뿐이다.

노고단 정상에서 휴식을 하는 사람들.
▲ 휴식 노고단 정상에서 휴식을 하는 사람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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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정상에 오른 사람들.
▲ 노고단 정상 노고단 정상에 오른 사람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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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그렇게 구름속에 가만히 앉아서 새로운 풍경에 취해 들어가자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느낌이다. 구름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신선처럼 보인다. 저마다 각기 편안안 모습으로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가족이 모여 점심을 먹는 풍경은 신선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색다른 풍경이다.

지리산은 이렇듯 언제나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다가와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생각을 열게 한다. 그래서 이 산에 오르면 모두가 '지혜로워 진다'하여 지리산이라 이름을 지었던가! 지리산의 한쪽 귀퉁이에 올랐는데도 이처럼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오는 걸 보면 분명 산중의 명산임이 틀림없다.

노고단 정상을 내려가는 사람들.
▲ 하산길 노고단 정상을 내려가는 사람들.
ⓒ 임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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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시간을 가리지 않고 마음이 답답하거나 외로울 때 다정한 친구와 함께 지리산에 오르면 분명 지혜로운 생각을 열어주리라 믿는다


태그:#노고단, #지리산, #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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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다니며 만나고 느껴지는 숨결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가족여행을 즐겨 하며 앞으로 독자들과 공감하는 기사를 작성하여 기고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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