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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는 경제협력과 군사협력을 연계 수준을 넘어 서로 융합시켰다. 그리고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도록 국방장관급 회담·총리급 회담·부총리급 경제협력공동위의 3자 틀이 만들어졌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김정일 국방 위원장의 향후 북한 체제 운영과 관련 전략적인 패러다임에 변화가 있는 것 같다. 북핵 시설이 불능화되면 다시 핵카드를 꺼낼 수 없는 상황에서 경제건설을 위해서는 남한으로부터의 지원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김근식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 시내 6km 거리를 40만 군중에 완전히 노출된 상태에서 퍼레이드를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남북은 위해적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 것이다"(안병욱 학술단체협의회 대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석했던 정세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 상임의장(전 통일부 장관), 김근식 경남대 교수, 안병욱 학술단체협의회 대표(가톨릭대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이들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예상을 뛰어넘은 성과를 거뒀다며 앞으로 남북 관계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어 발전할 것으로 기대했다.

 

정세현 : 인민들이 수해복구 고생하는데 어떻게 희희낙락하나?

 

정 전 통일장관은 "이번에 제일 큰 게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라며 "경제협력 활성화의 걸림돌이 군사적 보장문제다, 군사협력과 경제협력을 연계 수준을 넘어 융합시켜서 군사적 신뢰구축이 불가피해지도록 묶어놓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리고 이를 국방장관급 회담·총리급 회담·경제협력추진위(차관급)에서 격상된 경제협력공동위(부총리급)가 둘러싸도록 3자 틀이 만들어졌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북한이 예상과는 달리 대단히 유연하게 나온 이유에 대해 그는 "북미 관계 개선에 대한 희망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은 대국주의를 배격하자고 말해왔지만 철저하게 미국의 움직임에 따라서 남북관계 속도 조절을 해왔다. 1999년 페리 프로세스가 나오면서 2000년 정상회담도 가능했다. 이번 정상회담 앞에도 2·13 합의와 9월30일의 6자회담 합의가 있었다. 4일 환송오찬 때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났는데 그는 '9·30합의가 우리가 만족하는 수준에서 되었다'며 '미국에게 8일날 들어와서 빨리 핵시설 불능화를 하라고 했더니 준비가 안됐다며 10일날 들어오겠다고 말했다'고 전하더라. 9·30 합의가 북한이 만족할 수준이니까 빨리빨리 남북관계 추동력을 최대한 만들어서 차기 남한 정부가 누가되든 이 틀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북한식 표현대로 한다면 '생명력을 갖도록' 하자는 의도다."

 

서해북방한계선(NLL) 문제와 관련 그는 "NLL은 유엔군 사령관이 그은 것으로 정전 협정의 부산물이자 한반도 평화체제와 연계되어 있다"며 "이 문제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메커니즘 속에서 풀어야지 남북한만의 협상으로 결론낼 수 없다"고말했다.

 

"공동선언에 북핵 문제에 대한 언급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미국이 9·30 합의를10월3일날 저녁 늦게 발표했다. 여기에 상세한 로드맵이 나왔는데 더 군말을 붙일 필요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영접 태도나 건강 문제와 관련 그는 "건강이야 세월이 가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김대중 전 대통령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손 흔드는 것 보면 젊어보였다"며 "김 위원장 보고 방부제를 먹으라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 위원장의 영접 태도가 차분했던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수해 때문에 한달동안 동분서주했고,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특히 9·30 합의 발표가 늦어지면서 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마음을 바꾼 것 아닐까 '노심초사'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한에도 보수파가 있다"며 "인민들이 수해 복구로 고생하는데 남쪽 대통령 만나 희희낙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내 정치적으로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해 김 위원장이 표정관리를 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근식 : 공동선언에 비핵화 없다는 지적은 트집잡기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번에 예상보다 많은 성과를 냈는데 남쪽에서 우려했던 사항(예를들어 국보법 철폐)은 담기지 않고 우리가 제안했던 것을 북쪽이 많이 수용했다"며 "평양 현지에서 정부 관계자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쪽 요구를 북쪽이 많이 받는 형식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북한이 이렇게 유연하게 나온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앞으로 북한 체제를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가와 관련 전략적인 패러다임에 변화가 있는 것 같다. 북핵 시설이 불능화되면 다시 핵카드를 꺼낼 수 없다. 핵을 포기하면서 북미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결심했는데 경제 건설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했을 것이고 남쪽으로부터의 지원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같다. 결국 경협 확대 등 남쪽의 구상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고 본다."

 

김 교수는 "그러나 김 위원장은 남북 경제협력이 흡수통일식으로 가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노 대통령이 '개혁·개방이라는 용어에 대한 북쪽의 거부감'을 여러번 공개적으로 언급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노 대통령은 "북쪽에서 개혁·개방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며 "개성공단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끈다는 식의 말을 사용하지 말자"고 여러 번 강조했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로 북한이 더 이상 NLL 재설정을 주장하지 않을 것 같나"라는 질문에 김 교수는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이번 방식은 서해에서의 경협이라는 측면에서 NLL문제를 접근한 것"이라며 "서해에서의 포괄적인 경협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그리고 이게 다시 경협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자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공동선언에 북핵 문제와 관련한 언급이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이번 공동선언에는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의 이행을 위해 노력한다고 되어있다"며 "2·13과 9·19에는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 계획의 포기'라는 가장 최고의 정확한 표현이 들어있다, 비핵화 언급이 없다는 지적은 트집잡기"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이 외부 언론의 보도 태도를 문제삼았을 정도였던 그의 건강 문제와 관련 "목소리나 악수할 때의 힘으로 볼 때 그의 건강은 문제 없어 보였다"면서 "영접 태도 가지고 말이 많은데 지난 7년간 남북관계가 일상화와 진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일뿐"이라고 밝혔다.

 

안병욱  : 평양의 밤거리에 '10월의 크리스마스'

 

안 교수는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서 북한은 평양시내 나무에 꼬마전구로 장식해 밤거리를 멋지게 만들었고 네온사인을 가로등에 붙여서 모양을 내기도 했다"며 "우리는 이를 '10월의 크리스마스 트리'라고 불렀다, 이 정도로 남쪽 손님맞이를 위해 신경 쓰고 배려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평양시내 6km 거리를 20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이 40만 군중에 완전히 노출된 상태에서 퍼레이드를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남북은 적대적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한 것"이라며 "이는 한반도가 실질적인 적대관계 해소와 평화체제의 진입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종이문서에 서명한 것 이상의 실질적인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동선언 6항을 주목했다. 6항은 '남과 북은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우수한 문화를 빛내기 위해 역사·언어·교육·과학기술·문화예술·체육 등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있다.

 

안 교수는 "6항으로 인해 이번 선언이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민족 공동번영의 장기적 설계를 담아낸 것이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앞으로 총리회담에서 정책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역사와 언어· 교육과 과학기술· 문화예술·체육분야에 필요한 일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그런데 오늘 조간 신문을 보니 진보적 일간지조차 사회분야의 합의사항에 대해 제대로 주목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안 교수는 "이런 분야에서 정부는 늘 뒤로 빠지고 민간단체들이 주 역할을 했는데 나름의 한계 때문에 일회성으로 끝나거나 더 큰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며 "앞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이 부분을 관장하게 되면 그 성과나 의미가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사회문화 분야에서 주요하게 논의된 것은 교육이었다고 소개했다.

 

"남쪽 학생들이 북쪽에 가서 배울 걸 배우고, 북쪽에서도 필요하다면 남쪽으로 내려와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제3국의 선진문명을 배우기 위해 적극적인 유학을 갈 수도 있다. 이에 남북이 협의·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통일시대에 맞는 인재양성을 위한 창의적 준비가 필요한 시점에 논의가 잘 되었다."

 

안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어나간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그러나 분단체제에 익숙해졌던 사람들의 비판과 남남갈등이 계속될텐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한반도 평화체제에서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남북정상회담, #정세현, #김근식, #안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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