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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사람들이 남한 대선에 대해 소상히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남측 정당대표 자격으로 2~4일 평양을 다녀온 국회의원들은 북측 정당 대표들이 연말 대선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대권의 향방이 남북 정상들의 합의사항 이행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변수이기 때문에 북측으로서도 연말 대선에 그만큼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평양에 다녀온 의원들은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배기선 의원(국회 남북평화통일특별위원회 위원장), 문희상 의원, 김낙성 의원(국민중심당 정책위의장), 이상열 의원(민주당 정책위의장), 천영세 의원(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

 

이상열 민주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방북 둘째날 저녁 노무현 대통령의 답례 만찬에 북측 정당대표들이 많이 참석했는데, 이들은 우리 민주당이나 신당의 경선, 한나라당 후보경선 과정 등에 대해 나보다도 소상히 알고 있어 놀랐다"고 말했다.

 

북측 인사들은 민주당 경선과 관련해서는 조순형 의원의 경선 중단과 이인제 의원의 약진 등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신당 경선에 대해서도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동영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음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문희상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에게는 "(경선 때문에) 바쁘실 텐데 어떻게 오셨냐"고 말을 건네는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이 의원은 "남한의 정치 상황에 대해 사실관계만 얘기하고 구체적인 논평을 한 것은 아니다"고 말을 아꼈지만, 북측 인사들이 한나라당에 '비호감'을 드러낸 것은 분명하다.

 

문희상 의원은 "북측 인사들이 한나라당을 욕하지 않았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그 양반들도 사람이니 (한나라당을) 욕하지만 그냥 옆에 앉은 사람에게만 하는 것이고 공식적으로는 욕하지 않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 의원은 "북측 인사들의 속내가 뭔지는 몰라도 특정 후보를 찍어서 뭐라고 하지는 않더라. 그들도 괜히 한나라당 욕을 했다가 역효과만 난다는 걸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측 인사들이 하나같이 6·15 공동선언 정신을 강조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한나라당이 집권할 경우 6·15로 대표되는 남북 화해의 기조가 흐트러질 것을 북측이 우려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남한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라도 6·15 정신을 되돌려서는 안 되고 계승·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이상열 의원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6·15의 큰 흐름을 되돌리면 안 되고 되돌릴 수도 없다는 뉘앙스였다"고 전했다.

 

문희상 의원은 "북쪽 사람들이 입을 맞춘 듯 자주와 외세배격, 6·15 공동선언 정신만 계속 반복하더라. 그래서 '이제 개방해도 된다'고 설득하자 최태복 의장이 '무슨 얘기인지 다 이해했으니까 됐다'고 답하더라"라고 전했다.

 

남북 국회회담의 전망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의 반대와 촉박한 대선·총선 일정을 들어 "17대 국회에서는 힘들지 않겠냐"는 비관론이 지배적이었다.

 

김낙성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행정부의 결정을 일사분란하게 따르는 북한 최고인민의회와 달리 정부가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국회에서 예산 심의로 견제하는 남한의 시스템에 의아해하는 북측 인사도 있었다고 한다.

 

이상열 의원은 "경제협력 관련 재정 지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새로운 교류 협력에 맞게 법률도 고쳐야 하기 때문에 국회 회담의 성사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북측 인사들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입장을 들어봐야 하기 때문에 17대 국회에서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배기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양측 총리와 국방장관 회담이 11월 중에 계획되어 있으니 이런 일정과 연동해서 국회 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 대선 때문에 어렵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선 치를 사람들은 남아서 선거운동 하고 국회 회담할 사람들은 평양에 다녀올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태그:#이상열, #문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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