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3자 또는 4자' 문구를 북측이 제안했고, 남쪽 실무진이 이 용어와 '직접관련 당사국' 등 다른 안을 포함해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올렸다'면서 "노 대통령은 이중 '3자 또는 4자' 문구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은 중국이 원하면 넣을 수 있고, 원하지 않으면 포함될 수 있다는 여지를 인정한 것이고,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 입장으로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중국이 들어가면 남북한과 미국을 합쳐서 4자이고, 중국이 빠지면 3자라는 것이다.

"중국 포함 여부 여지를 둔 것"

천호선 대변인은 "우리는 분명히 포함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남북이 주도한다는 데 공감을 확보한 것이 이번 선언의 큰 성과"라면서 "당사자가 아닌 대상과 왜 이런 합의문을 만들겠느냐"고 반문했다.

'3 자'라는 표현에 정전협정 당사자가 아닌 남한이 빠진다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정상회담 정례화 문제에 대해서는 천 대변인이 "노 대통령이 정례화를 제의했더니, 김 위원장이 '친척집에 정례적으로 가느냐, 수시로 가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이 '정례화'보다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문제에 대해서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먼저 가서 환영도 받고, 군사적·정치적 환경이 좋아지면 본인도 올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군사적·정치적 환경 좋아지면 서울 갈 수도"

이번에 합의된 경제협력 사업의 비용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언론은 예상비용을 모두 국민 부담으로 보도했던데, 최소한의 인프라는 국가가 하고 기본적으로는 민간들이 이익이 있다고 판단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라면서 "다만 재정 부담이 있을 만한 것이 신의주 개성간 철도와 평양 개성간 고속도로 개보수 사업인데, 이 부분은 그 부분은 남측에도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분단 때문에 고립된 섬같은 나라인데, 고속도로  그리고 철도길이 열리면 우리 경제권이 동북아로 확대되는 것"이라면서 "우리로서는  재정적 차원에서 투자가치가 높은 것이고, 이미 합의한 특구에 물류나 인력 유입 위해서도 유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문제가 선언문에 포함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 성과 못 내서 죄송하다고 말씀하니까 우리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오해되고 있다"면서 "분명히 이 문제를 제기했으나, 다만  인식차가 커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의 후속 조치와 관련해 천 대변인은 "남북관계 발전기본법에 따라 국회동의를 얻게 돼 있다"면서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안을 만들어 11월쯤 제출할 것이고, 국회에는 우선 오늘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 '이렇게 성과없으면 점심 먹고 돌아가야겠다"

천 대변인은 4일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의 뒷이야기도 전달했다.

오전 회담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경협 확대에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이렇게 성과가 없으면 점심먹고 짐싸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농담이라고 했으나, 압박발언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심정이 이날 옥류관의 남쪽 수행원 오찬에서 "벽을 느꼈다"는 표현으로 나타났다고, "역지사지 해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김 국방위원장에게 전해질 것이 확실한 이 발언을 통해 다시 한번 태도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오후 회담에서는 경협 장애요인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계획을 세웠는데, 오후회담에서는 김 국방위원장의 태도가 상당히 달라졌다. 점심시간에  참모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