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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영원할 것만 같던 송이의 위상이 올해는 흔들리고 있다. 일본길이 막힌 북한산 송이가 들어오는 바람에 송이 금이 대폭 하락한 것이다. 지난 10월 3일 경동시장 기준으로 킬로 당 5만원 안짝에 거래되고 있었다. 싸리버섯 1킬로에 6만원 선이니 싸리보다도 못해졌다. 물론 1등품 송이는 여전히 위세를 부리고 있지만 말이다.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송이의 맛과 향이 예년만 못해진 것이다. 향으로 먹는 버섯에 향이 줄어들었다면 송이로서는 크나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향만 줄어든 게 아니다. 송이 특유의 저작미도 함께 줄어들었다. 송이를 손으로 찢으면 성냥개비만큼이나 가늘게도 찢어졌었다. 마치 토종닭 가슴살 찢어지듯 했던 게 그동안의 송이였다.


헌데 올해 난 송이는 찢어지다 말고 끊어지곤 한다. 육질이 물러졌다는 방증이다. 왜 그럴까? 기후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 아열대성 기후의 원년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비가 많이 내리고 있다. 풍부한 강수량은 버섯이 많이 난 대신 그만큼 속성으로 자랐고, 맛과 향, 육질의 강도는 그만큼 약해졌을 거라 판단된다. 환경의 변화가 당장 먹을거리에부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옛 어르신들 말씀이 있다.


"산곡식이 잘되면 밭곡식이 안 된다."


그래서인지 송이와 능이는 대풍을 맞았지만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올 김장은 금(金)장이 될 거라는 예측에서 보듯,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채소값을 보라. 햅쌀 보기 힘들 정도로 아직 여물지 않고 있는 벼를 보면, 올 벼농사는 이미 풍년은 물 건너간 듯하다.

 

송이는 구이와 장아찌, 전골, 송이밥 등 다양하게 요리해 먹지만 송이나물을 만들어 보았다. 무를 채 썰어 기름 두르고 볶다가 다진 마늘, 다진 파를 넣고 약간 더 볶았다. 물을 자작하게 붓고 나서 얇게 썬 송이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인 다음 소금간을 했다. 향만으로도 미각을 지배했던 송이는 어디로 갔을까? 아쉽기만 하다. 내년에는 맛과 향에서 다시 예전의 송이 맛을 되찾을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송이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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