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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죽도는 입구의 낙타 등을 닮은 '삼각산'이 먼저 반깁니다.
 손죽도는 입구의 낙타 등을 닮은 '삼각산'이 먼저 반깁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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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기(氣)가 모여 태어났다 합니다. 이런 인간이 가장 선할 때는 남을 위해 봉사할 때라고 합니다. 지난 3일 오전 8시, 자원봉사자 250여 명이 여수해양경찰서가 제공한 경비정을 타고 출발하여 오전 11시에 전남 여수시 삼산면 손죽도에 도착하였습니다.

손죽도 입구에서 김선심(71) 할머니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을 온 것은 살아 온 이래 처음이다”면서 “너무 고맙다”고 말씀하십니다.

미국에서 27년 만에 고향을 찾은 김복례(47) 씨는 오랜만에 만나는 고향 어른들을 만나 “안녕하세요. 저 누구예요. 누구 집 딸인데…”하며 기억을 강요합니다.

이대원 장군 사당.
 이대원 장군 사당.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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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갑판에 앉아 설렘을 추스리는 김복례 씨.
 배 갑판에 앉아 설렘을 추스리는 김복례 씨.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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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배는 끝에 풀칠을 잘해야"


미국에서 온 자원봉사자 김복례 씨
27년 만에 고향 찾아...언제 다시 올려나?


- 미국에서 봉사를 왔다는데?
“친구들이 인터넷 카페 공지에 ‘고향 봉사 가자’고 띄웠더라고요. 그걸 보고 지난 달 17일 우리나라에 들어왔어요. 이 봉사활동도 지난달에 하기로 했는데 날씨가 안 좋아 3일로 연기된 것이고요.”

- 고향 찾은 기분은?
“가슴 뭉클해요. 언제 다시 올 수 있으려나…. 고향은 누구에게나 이러겠죠? 27년 만에 처음이네요. 거의 30년 만에 고향에 왔으니 도배하는 것도 즐겁데요. 고향 어른들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 달라진 고향 모습은?
“어렸을 적에는 학교 운동장도 그렇고, 이 손죽도가 무지하게 넓고 크다고 여겼는데 이제 보니 낮고 조그만 하네요. 그만큼 세월이 많이 갔고, 또 내가 자란 것이겠죠? 해수욕, 공기놀이, 고무줄놀이, 쑥 캐기 등을 하고 놀았는데…. 그 땐 자연 그대로였는데 도시로 변한 느낌이구요.”


손죽도는 임진왜란 직전 도만호(都萬戶) 이대원(李大源)이 22세 때 전사한 곳으로 당시 큰 인물을 잃었다 하여 ‘손대도’라 부르다 후에 손죽도가 되었습니다.

이대원 장군 묘지와 사당과 동상이 있어 이대원 장군의 백성사랑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섬입니다.

손죽도는 여수시내에서 약 74km 지점에 있습니다. 면적 2.92㎢, 해안선 길이 11.6km, 75 가구, 120여 명 주민 대부분이 문어ㆍ삼치ㆍ방어ㆍ도미와 자연산 톳ㆍ미역ㆍ김 등을 채취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손죽도에 도착하자마자 봉사활동이 시작됩니다. 도배를 돕는 김복례 씨 “도배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고향 어른들을 위해 하니까 너무 좋다”며 환한 웃음을 짓습니다. 도배는 끝에 풀칠을 잘해야 한다며 손을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꼼꼼히 챙깁니다.

풀 칠하기.
 풀 칠하기.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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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석유화학 강재헌씨는 “소 팔러 갔는데 애궂게 따라간 개만 팔고 온 것처럼 도배사가 배치 안돼 졸지에 도배사 됐다”며 윗옷을 벗고 달려듭니다. 낑낑거리는 모습에 웃음이 납니다. 그의 바지에 풀이 덕지덕지 묻어납니다.

2가구 도배를 마친 이경숙 씨 옆에 있는 동창에게 “야! 쥔장, 나 호~해줘”하며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쪼그리고 앉아 얼매나 풀칠을 했는지 그 지긋지긋한 관절염이 도져 물팍이 시큰거린다”며 싫지 않은 엄살을 부리기도 합니다.

할아버지는 진지하게 머리를 자르고 있습니다. 옆에서는 세 명의 봉사자들이 할머니 머리를 만지고 있습니다. 손놀림에 정이 스며 있습니다. 치과치료 중인 현장에서는 할아버지가 “이빨이 너무 아리다”면서 “안 아프게만 해 달라”고 주문하십니다.

손죽출장소에선 마을회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석인 이장 선임을 둘러싸고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고향을 찾은 향우들은 “마을 발전을 위해 서로 합심해도 모자랄 판에 의견이 나눠졌다”며 “화합을 주문”합니다.

이미용 봉사활동.
 이미용 봉사활동.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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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치과의 치과 봉사.
 모아치과의 치과 봉사.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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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 쓰레기 자루로 500여개 수거

침 봉사 장소에선 할머니 할아버지들 엉덩이를 반쯤 내리고 침을 맞고 있습니다. 사진 찍기가 망설여집니다. 젊어서 자식들 먹이랴, 키우랴, 고기잡이 다니느라 골병든 흔적들입니다.

해안에선 LG화학 사람들이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달라붙어 작은 쓰레기까지 꼼꼼히 줍습니다. 스티로폼 등 해안가로 밀려든 쓰레기가 자루로 500여 개가 넘습니다.

자원봉사 후 노래자랑ㆍ품바공연ㆍ판소리ㆍ에어로빅 등의 공연으로 마을 위로잔치가 펼쳐집니다. 독거노인 등에게 백미 20kg 10포, 라면 10박스도 전달됩니다.

침 봉사활동.
 침 봉사활동.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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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에서 건져올린 쓰레기들을 내리고 있다.
 바다 건너에서 건져올린 쓰레기들을 내리고 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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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빅 공연.
 에어로빅 공연.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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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자리에 야담이 빠질 수 없죠. 이실근씨가 흥부와 놀부 마누라가 얽힌 우스갯소리 한 자락을 내놓습니다.

“흥부가 놀부 마누라에게 왜 맞았는지 알아요. 흥부 형수인 놀부 마누라가 아침밥을 주걱으로 뒤적이는데 뒤에서 그 모습을 본 흥부가 ‘나 흥분되요’ 하니, 놀부 마누라가 ‘아니 형수한테 흥분된다니 말이 돼’ 하고, 뒤적이던 주걱으로 흥부 뺨을 갈겼다나요.”

손죽도를 떠나갑니다. “봉사활동 고맙다”며 마을에서 인근의 거문도 갈치를 가져다 원가에 팔고 있습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거죠. 귀한 거문도 갈치를 만난 봉사자들 한 상자씩 구입합니다. 아쉬움에 손을 흔들며 떠나갑니다.

2012여수세계박람회 유치 열망을 위해 행사를 준비한 여수상공회의소 정충호 사무부국장은 “출향인과 기업 사회봉사팀의 협력을 통해 섬 주민에게 희망을 선물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출향인들의 고향사랑 의지를 결집시킨 게 가장 큰 성과였다”고 자평합니다.

우주의 좋은 기를 타고 태어난 사람들의 이런 활동들은 세상을 더욱 좋게 살찌우는 자양분이겠지요.

위로공연에 즐거워 하는 사람들.
 위로공연에 즐거워 하는 사람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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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죽도 마을.
 손죽도 마을.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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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뉴스365, SBS U포터,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손죽도, #자원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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