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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를 따른 것인가, 대세를 따른 것인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치열하게 대립했던 친박근혜 진영 인사들이 속속 당 지도부나 선대위에 합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 중심의 당 운영에 불만이 많았던 친박 인사들이 이 후보에 협조하기로 돌아선 징후는 지난달 20일 중·하위 당직 인선 직후부터 드러났다. 친박 진영의 김학송(전략기획본부장)·김재원(정보위원장)·안홍준(대외협력위원장) 의원 등이 당직을 맡게 되고 김무성·김학원 의원 중 한 명에게 친박 몫의 최고위원이 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 후보 진영의 친박 끌어안기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게 아니냐는 평가가 정치권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8일 발표된 중앙선대위 인선안에도 친박 의원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김무성·이상배·이해봉·김학원 의원과 한영 최고위원 등 친박 인사들이 선대위 부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고, 박 캠프의 상황실장을 맡았던 최경환 의원이 후보 직속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총괄간사에 임명됐다.

 

캠프가 해체된 후 진로를 찾지 못했던 일부 실무진도 이 후보 측의 선택을 받는 '행운'을 얻었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허용범 전 공보특보는 선대위 메시지팀으로, 김선동 전 상황실 부실장은 전략기획본부로, 조인근 전 정책메시지 총괄부단장은 후보실로 각각 자리를 옮겼고 구상찬 전 공보특보는 서울시당 대변인을 맡게 됐다.

 

박 캠프에 몸 담았던 한 인사는 "캠프에서 일하다가 이 후보의 '부름'을 받은 사람은 대여섯 명이고, 나머지는 철저히 버림받았다. 원래 선거라는 게 승자독식의 게임 아니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이 후보의 정치적 부담을 가장 크게 덜어준 것은 박근혜 의원의 선대위 상임고문 직 수락이다. "이명박 후보가 친박 인사들을 선대위의 '액세서리'로 쓴다"는 비판이 없지 않지만, 박 의원의 선대위 합류로 "경선 이후 당이 다시 하나가 됐다"는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 후보도 8일 조찬 세미나에서 "요즘 여당 경선을 보니 한나라당이 대단한 당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어려운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당이 오히려 더 튼튼하게 됐다"며 여유를 보였다.

 

'한직'으로 밀려난 유승민·이혜훈... 이정현은 선대위 참여 '고사'

 

박 의원의 한 측근은 "당직 및 선대위 참여를 놓고 캠프 인사들 사이에 찬반 의견이 엇갈렸지만 박 의원이 유정복 전 비서실장을 통해 '이 후보를 적극적으로 도와야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자 대다수가 선대위에 참여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박 캠프의 '좌장' 역할을 했던 김무성 의원이 지난 4일 부산을 방문한 이 후보와 '화해의 소주잔'을 기울인 것은 친박 진영의 거취 정리가 끝났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 후보와 맞설 범여권 주자들이 지리멸렬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이명박 대세론'이 갈수록 위력을 더하는 것도 이들로 하여금 불가피한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기류에 선뜻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들은 당 지도부나 중앙선대위에 자리가 마련된 사람들과 달리 '한직'으로 밀려나거나 선대위 참여 자체를 거절했다.

 

박 캠프의 '전략기획통'이었던 유승민 의원의 경우 대구시당 전략기획본부장에 내정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지만, 유 의원 자신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서울의 이혜훈(전 캠프 대변인)·울산의 정갑윤 의원은 각각 지역선대위의 수석부위원장을 떠맡았지만 그다지 내키지 않는 눈치라는 게 주변의 얘기다.

 

이정현 전 캠프 대변인은 이 후보 측으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여러 차례 받고도 "박 의원의 공보업무를 지원해야 한다"며 고사했다고 한다.

 

한나라당 선대위에 참여하게 된 한 친박 인사는 "경선 과정에서 누구를 지지했든 현재로서는 이 후보가 대통령될 확률이 90% 아니냐? 박 의원도 정권교체에 동참해야 한다는 명분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자신의 '변신'을 합리화했다.


태그:#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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