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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모과.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모과.
ⓒ 박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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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일에 있어 먼저 큰 틀을 세우고 거기에 맞게 작은 실천을 옮기면 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때론 작은 것이 바탕이 되어 큰 물줄기를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간과하며 살았다고 할까요?

야생화와 나무에 이름표를 붙이면서 작은 것이 출발점이 되어 큰 행복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 일인 '이름표 붙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삶의 만족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닌 작은 일에서 성취되어 가는 것임도 알게 되었습니다.

우선, 안도현 님의 <무식한놈> 시(詩) 한 수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絶交다!


- 안도현 '무식한놈' -

기후변화협약이 관심을 끄는 이때, 때 아닌 벚꽃을 만납습니다.
 기후변화협약이 관심을 끄는 이때, 때 아닌 벚꽃을 만납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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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등산로 주변에 야생화와 나무에 이름표 붙이기' 기사에 대해 예상외로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잘못된 야생화 이름에 대한 지적"에서부터 "좋은 일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는 격려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네티즌의 의견을 염두하며 지난 6일 오후 2시, 2차 '이름표 붙이기'를 위해 전남 여수시 고락산과 대인산으로 향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의 따스한 햇살 아래 모과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름표, 야생화용과 나무용 2가지로 구분

야생화와 나무에 이름표 붙이기는 "건강을 위해 열심히 다니는 등산로에서 보는 나무 또는 오늘 새롭게 꽃망울을 터뜨린 들꽃의 이름을 안다면 등산길이 더 정겨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왼쪽은 야생화용, 오른쪽은 나무용 이름표입니다.
 왼쪽은 야생화용, 오른쪽은 나무용 이름표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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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표는 야생화용과 나무용 2가지 종류입니다. 혹 상할까봐, 야생화용은 꽃 무리가 잘 보이는 땅에 심을 수 있도록 밑을 뾰쪽하게 만들었습니다. 나무용은 밑을 잘라 구멍을 뚫어 가느다란 피복선을 사용하여 느슨하게 매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주 다니는 등산길이어서 언제든지 보기 싫을 때, 바로 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름표는 등산로 주변 현장에서 유성매직으로 적고 있습니다. 또 이름표는 나무와 야생화 하나하나에 달지 않고 야생화가 많이 피어 있는 곳, 나무 군락 등지에 선택해서 붙이는 중입니다. 잘못 적은 것은 이름을 바꿀 수 있도록 연락처를 적어두었습니다.

한 등산객은 이름표 붙이는 것을 보며 "어머~, 이런 것을 다하네요. 고마워요"하며 "이름을 기억할 수 있도록 종이에 써야겠다"며 "메모지"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익숙지 않은 광경이 눈에 띱니다. 등에 배낭을 짊어지고 걷는 줄 알았는데 아이를 업고 산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좋은 공기, 맑은 공기 마셔라'는 아버지의 배려겠지요.

흰꽃의 '구절초', 보라색의 '쑥부쟁이'

구절초는 보라색이었다 완전히 피면 흰색으로 바뀝니다.
 구절초는 보라색이었다 완전히 피면 흰색으로 바뀝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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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
 쑥부쟁이.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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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풀꽃사랑' 2차 이름표 붙이기에서는 구절초와 쑥부쟁이 구분법에 대해 배웠습니다. 덕분에 안도현 님의 말처럼 '무식한 놈'은 면했습니다. 가을 산행에서 가장 흔히 보는, 산과 들에 향기를 뿜으며 소담스럽게 꽃 피우는 '구절초'와 '쑥부쟁이' 구분법은 이렇습니다.(혹 잘못된 점이 있다면 댓글을 달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구절초'는 아홉 마디로 구성되어 구절초라 합니다. 꽃대 하나에 하나의 꽃만 피우는데, 꽃은 흰색이며 쑥부쟁이에 비해 꽃잎이 크고 넓고 굵어 두툼합니다. 잎은 둥근 타원형으로 깊게 갈라지며, 끝은 선형으로 뾰족합니다.

반면 '쑥부쟁이'는 꽃대 하나에 여러 개의 꽃을 피워 풍성하고 조밀하게 보이며, 꽃은 보라색입니다. 잎 모양이 선형 또는 피침형이거나 길쭉한 타원형으로서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조금 있거나 밋밋하면서 갈라지지 않았습니다. 쑥부쟁이에는 쓰리고 쓰린 사랑의 전설이 스며 있습니다.
구절초.
 구절초.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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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 "쑥캐러 다니던 불쟁이의 딸"의 전설

"옛날, 깊은 산골에 가난한 대장장이 가족이 살고 있었다. 대장장이 큰딸은 병든 어머니와 11명의 동생들을 돌보며 틈틈이 쑥을 캐러 다녔다. 마을 사람들은 '쑥 캐러 다니는 불쟁이 딸'이란 의미에서 큰딸을 '쑥부쟁이'라 불렀다.

어느 날, 쑥부쟁이가 상처를 입고 사냥꾼에게 쫓기는 노루를 만나 숨겨주고 상처까지 치료해 주었다. 쑥부쟁이가 다시 산길을 가는데 이번에는 멧돼지를 잡으려고 파놓은 함정에 빠진 사냥꾼을 만났다. 사냥꾼은 잘 생기고 씩씩한 청년이었다. 첫눈에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사냥꾼은 '가을에 찾아오겠노라' 약속하고 떠났다. 여러 해 가을이 지났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쑥부쟁이는 사모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해 치성을 드렸다. 그랬더니 몇 년 전에 구해 주었던 노루가 나타나 보라색 주머니에 세 개의 구슬을 주며 '구슬을 하나씩 입에 물고 소원을 말하면 세 가지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 말하고 사라졌다.

잔대.
 잔대.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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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부쟁이는 첫째 구슬을 입에 물고 '어머니의 병환을 낫게 해달라'고 빌었다. 어머니는 건강을 되찾았다. 두 번째로 '사냥꾼 청년을 보게 해달라'고 빌었다. 사냥꾼이 나타났다. 그는 결혼하여 아이까지 두고 있었다. 원망스러웠지만, 아이들이 불쌍해 '청년이 가족들에게 돌아가게 해달라'고 마지막 소원을 빌었다.

그 후 쑥부쟁이는 사냥꾼을 잊지 못하다 어느 날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죽고 말았다. 그 뒤 그 자리에 예쁜 꽃이 피어났다. 사람들은 쑥부쟁이가 죽어서도 배고픈 가족들을 위해 희생한다고 믿고, 이 꽃을 쑥부쟁이라 불렀다. 쑥부쟁이의 보랏빛 꽃잎과 노란 꽃술을 노루가 준 주머니와 함께 세 개의 구슬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이름표를 붙이다 보니 사냥꾼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세상에나~, 세상에나~' 무슨 이런 일이 있을까요. 누군가 말 못하는 나무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얼마나 아팠을까? 빼려 해도 잘 빠지지 않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랍니다.

누가 못을 박았을까?
 누가 못을 박았을까?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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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을 빼고 있습니다.
 못을 빼고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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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표, 여유있게 묶어 주세요"

참고삼아 네티즌의 반응을 소개할까 합니다. 대부분은 아이디 '별'님과 '산울림'님처럼 "산행 길을 올랐다가 이름 모를 예쁜 꽃들을 보고 궁금해 하곤 했어요. 여러분의 수고로 앞으론 그런 답답함이 해소되겠네요", "서로 연계하여 좋은 일 했으면 합니다. 이름을 아는 것이 자연을 사랑하는 첩경이라 봅니다"란 의견이었습니다.

색다른 제안으로 아이디 'tshahi'님은 "여러 곳으로 전파되면 좋겠네요. 다른 곳에서도 할 수 있게 노하우 좀 전수하시지요. 이름표 양식이랄지 등"을 요청하였으며, '재성'님 등은 "설마 철사로 꽁꽁 묶은 건 아니지요. 나무가 커가며 철사도 늘어나게 여유 있게 묶어주세요."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하였습니다.

이름표 줄은 충분히 여유롭게 매고 있습니다.
 이름표 줄은 충분히 여유롭게 매고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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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소나무>님은 이름표 달기에 따른 문제점으로 "이름을 잘못 매달 때다"면서 이럴 경우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전제하고, "야생화는 한해살이풀이 많다"며 "잘못되어 그 다음해에 다른 풀 앞에 그 이름표가 있으면 시민들이 잘못 알게 되는 수도 있고, 이름표가 쓰레기로 변하여 오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연구와 시민운동으로 전개하여 전문가를 초빙하고, 영원히 그 일을 맡을 기구와, 그 비용 등이 갖추어진 다음에 추진"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또 'gahidea'님은 "국립공원에서는 등산로를 알려주는 '리본매기'도 금지하고 있음"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여수풀꽃사랑' 회원들은 "네티즌의 염려를 가슴에 안고 산행하며 이름표 붙이기를 계속 하겠다"고 합니다. 서로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하여, 작은 것이 아름다운 것이겠지요.

현장에서 이름을 적습니다.
 현장에서 이름을 적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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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뉴스365, SBS U포더, 다음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야생화, #구절초, #쑥부쟁이, #이름표 달기, #여수풀꽃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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