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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금단의 선’이 무너졌다. 60여년 외세에 의해 강제적으로 허리를 잘라 놓았던 군사분계선이 남측의 최고지도자, 대통령의 발길에 끊어졌다. “마침내 이 금단의 선도 점차 지워질 것이다. 장벽은 무너질 것이다”라는 대통령의 염원과 함께.


남북정상회담, 한반도 새 시대 도래의 서막


‘주적’이며 ‘반국가단체’인 북측에 대해 최고의 예의를 표시하는 시대가 됐다. 남측의 최고지도자가 북측의 최고지도자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축배를 제안했다. 바로 평양 목란관에서 있은 남북정상회담 북측 환영만찬에서다.


북측에 대한 남측의 주관적 인식에 대한 반성도 공식적으로 이루어졌다. ‘북 개혁·개방’이라는 표현에 대한 성찰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귀환길에 남북경협의 대표적 상징인 개성공단에 들러 남과 북 노동자들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북 개혁·개방’이라는 말을 쓰면 안 되겠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것이 조심성 없는 말이었던 것 같다”며 “적어도 우리 정부라도 앞으로 그런 말 써서는 안 되겠다”고 밝혔다. 북측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요구한 것이다. 공존·공영·공리에 기반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0월 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역사적인 상봉과 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채택했다. 바야흐로 남북 분단과 냉전, 질곡 역사를 마감하는 한반도 새 역사 창조의 길에 들어섰다.


또한, 북미관계 정상화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다. 1950년 한국전쟁부터 ‘숙명적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북미 사이에 새로운 평화의 새싹이 새록새록 돋아나고 있다.


바빠진 적대적 관계 청산과 북미 수교 발걸음


90년 이전, 미-소 냉전시기인 1968년 미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나포사건과 69년 미 정찰기 EC-121기 격침사건, 그리고 76년 이른바 ‘판문점 미루나무 도끼 사건’ 등으로 전쟁 일촉즉발 상태까지 갔던 북과 미국의 대결 역사는 90년 이후에도 계속됐다.


90년대 초, 북 영변 핵시설을 빌미로 한 미국의 ‘대북 침공설’과 북측의 ‘서울 불바다’ 발언, 그리고 98년 북 금창리 핵 사찰을 계기로 한 북핵 위기, 2002년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의  ‘북 핵 프로그램 보유’ 발언으로 촉발됐던 2차 북핵위기 등 북과 미국의 전쟁 일보직전의 숙명적 대치는 ‘브레이크 고장 난 기관차’의 질주와 같았다.


하지만 2007년 10월의 북미관계는 반세기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정상화의 길을 모색하는 데 이르렀다. 테러지원국 삭제와 경제제재 해제, 대규모 경제 지원과 사회문화 분야 교류, 연락소·대표부 설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을 통한 북미관계 정상화가 가시권에 들어서고 있다.


이 같은 격변의 시기,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 동북아 중심국가를 통한 한민족 중흥의 역사적 시기에 온 국민은 남북관계 인식에 있어 대 전환이 요구된다.


특히, 국민 여론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언론의 태도가 주목된다. 언론은 그 동안의 안보상업주의에서 탈피, 남북 평화와 공동번영에 기여하는 통일언론, 민족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측 고위 인사들이 남측 언론에 대한 발언은 언론이 자성을 해야 하는 충분한 근거를 제시한다.


언론, 한반도 새 역사 창조의 선도자로 거듭나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정상회담 끝자락인 4일 환송 오찬장에서 “내가 마치 당뇨병에 심장병까지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데,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크게 보도들을 하고 있다. 기자가 아니라 작가인 것 같다”고 말함으로써 남측 언론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 밖에도 북측의 당·정·군 고위 인사뿐만 아니라 북 전체 주민들로부터 심각한 불신을 받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남측 언론은 역사의 기록자, 시대의 개척자로서 한민족 대전환의 시기에 그 역사적 책임을 다 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먼 훗날 후대들이 지워지지 않은 언론의 기록들을 엄정히 평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날 냉전과 분열을 일삼은 왜곡보도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반성, 이에 바탕한 거듭나기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북은 21세기 세계경제의 미개척지로, 자원의 보루로 불리고 있다. 우라늄과 마그네사이트, 철, 석탄 등의 무궁무진한 지하자원과, 특히 50억~430억 배럴로 추정되는 서해유전의 원유 매장 등은 세계가 주목하는 에너지자원의 보고로 주목 받고 있다.


남북경협은 21세기 세계경제 최고의 우량주

 

또한, 자연의 신비경은 관광대국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백두산-묘향산-칠보산-금강산 등은 천하제일 세계명산이다. 금강산에 이어 곧 있으면 서울에서 백두산까지 한 번에 갈수 있다. 삼천리금수강산이 이제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온다.


남과 북의 경제협력에 있어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80년대 말부터 시작한 정주영 명예회장의 대북 투자와 협력은 지금 남북경협의 기초로 평가된다. 당시 정 회장의 결단은 단순히 고향에 대한 향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은 자수성가한 경제인으로 인생 말년을 더욱 뜻있게 하기 위한, 민족경제인이라는 역사적 이름을 남기고 싶은 심정도 크게 작용했으리라.


정주영 명예회장에 이은 정몽헌 회장 역시 선친의 유지를 받들어 경색된 한반도정세 속에서도 경협의 끈을 놓지 않고 끈질기게 진행시켜, 지금의 현대를 남북경협의 대표주자로 만들어 놓았다. 정몽헌 회장 역시 통일경제인, 민족경제인으로 역사는 평가할 것이다.


경제논리, ‘투자에 대한 이익 창출’이라는 논리만 가지고도 남북경협은 우량 사업이다. 앞서 제시한 경제적 가치가 무궁한 분야이다. 여기에다 이른바 정세 불안에 따른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이제는 안심이다. 앞으로는 세계 유수의 기업과 혹은 남측 내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할 판이다.


2007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부문별 간담회 중 경제 분야에서 북측은 내각 참사까지 참여해 적극적인 대북 투자와 경제공동체를 주문했다. 경제계에서 요구하는 대북 투자 실무적 부문까지 정상선언에 포함될 정도로 획기적인 조치가 이루어진 마당에 남측 경제인들은 망설일 이유가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귀환하는 남측 대표단에게 ‘통 큰’ 선물을 했다. 송이버섯을 무려 4톤을 선물한 것이다. ‘통 큰’ 정치, 이른바 ‘광폭정치’에 어울리는 조치다.


남측 경제인에게 발상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통 큰’ 투자, 경제협력이 필요하다. 또한, 정주영 명예회장과 같은 역사에 남을 ‘민족경제인’으로 새겨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자손만대까지 남을 ‘통일경제인’으로 말이다. 과감한 발상이 전환과 함께 통 큰 결정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참말로>에도 실립니다.


태그:#2차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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