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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새벽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출연한 <100분토론>이 끝난 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2500건에 달하는 글이 올라왔다.
12일 새벽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출연한 <100분토론>이 끝난 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2500건에 달하는 글이 올라왔다. ⓒ 100분토론 홈페이지 캡처

권영준 교수 "정의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환경론자와 개발론자의 정의가 같겠나?"
이명박 후보 "다르겠죠."
권 교수 "정직은 어떤가?"
이 후보 "다를 수도 있겠죠."
권 교수 "아, 다른가?"
이 후보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서…."
권 교수 "정직은 거짓말 하지 않는 것이다."
이 후보 "본인은 거짓말인지 모르고 할 수도 있겠죠."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토론에서 패널과 나눈 대화 중 일부다. 리더십에 대한 문답을 주고받는 대목이었다.

패널인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정의'와 '정직'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 후보에게 물었다. '정의'(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는 가치관이나 신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정직'(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바르고 곧음)은 그렇지 않다는 답변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후보에게선 이같은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첫 TV토론에 나선 이 후보가 핵심을 놓친 '동문서답'으로 네티즌에게서 뭇매를 맞고 있다.

이 후보는11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정책 검증을 받았다. 그러나 이 후보는 여러 차례 본질을 비껴간 답변을 하거나 질문의 정치적인 의도를 의심하는 태도를 보여 시청자들의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다.  MBC <100분토론> 홈페이지 '시청자의견' 게시판에는 방송 이후 3시간만에 2500건이 훌쩍 넘는 글이 올라왔다.

[동문서답] "위법 전력 있는데 법·질서 강조?" - "경쟁할 수 없는 약자 보호해야"

이 후보는 이날 한 시민논객으로부터 '후보 본인은 위법 전력이 있으면서 공약에서 법·질서를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았다.

이 논객은 위장전입, 개인건축물용도 불법변경, 선거법 위반, 노조설립 방해 등 이 후보의 위법 전력을 거론하며 "이 후보는 법과 질서를 정책으로 내놓으면서 본인 스스로 수차례 법을 위반한 사례가 있다"며 "본인에게는 들이댈 수 없는 법·질서 준수 기준을 힘없는 근로자와 서민에게만 엄격히 요구하는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연구를 많이 해오신 것 같다, 고맙다, 올바른 지적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엉뚱한 '경쟁' 얘기를 꺼냈다.

이 후보는 "저의 개념은 그렇다. 경쟁력 있고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더 잘할 수 있는 길만 열어주면 되고 시장경제에서 경쟁하는 경우에 경쟁에서 탈락 되더라도 경쟁을 한번 더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고 답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경쟁할 수 없는 약자에게는 정부가 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게 제 공약으로 들어가 있다"며 "걱정하는 점은 정책적으로 잘 반영이 돼 있고 반영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질문 취지에 어긋나는 답변이다.

[소모적 입씨름] "운하 때문에 집값 들썩" - "본 게 아니라 들은 거겠죠"

시민논객의 질문을 무턱대고 부정해 불필요한 입씨름도 벌였다. 이날 또다른 시민논객은 이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의 폐해로 부동산 시장 불안정을 예로 들었다.

논객 "추석에 고향인 경북 문경에 갔더니 운하 지나간다고 벌써 땅값이 들썩이더라. 혹시 대운하 공약의 이면에는 문경처럼 수혜를 입는 지역을 만들어 지지를 얻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건 아닌가?"
이 후보 "그것은 그렇게 오해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나 너무 정치적인 판단이다. 운하를 만들면 하천 부지는 국유지이니 개인땅 소유가 없다. 부동산 투기는 없을 것이다."
논객 "실제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이 후보 "운하 때문에 땅값이 들썩이는 데는 없다."
논객 "제가 봤다."
이 후보 "본 게 아니라 들은 거겠죠"
논객 "아니, 제가 본 거다. 확인을 한 거다."

[엉뚱 답변] "신사임당 화폐인물로 적절?" - "직계가족 중 하나만 올라간다면"

패널인 권영준 교수가 이 후보의 경제철학을 묻는 대목이었다. 권 교수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라는 원칙은 아담 스미스 이래 자유주의 시장정책의 원칙이었다. 자유와 공정 두 가지 중에서 하나면 최우선적으로 선택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대뜸 이 후보는 "그 질문 자체에 모순이 있다"며 "기업이 존재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려면 두 가지가 다 보장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권 교수가 학자라서 현실을 잘 모른다는 듯 "이론적으론 맞는데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권 교수가 "기본적으로 무엇이 더 필요하느냐는 얘기다"라며 재차 물었지만, 이 후보는 "글쎄,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고 본다"고 일축했다.

권 교수가 "그렇다면 '자유롭되 공정하지 않아도 좋다'는 말도 포함되느냐"고 추궁하자, 이 후보는 "억지로 해석하지 마시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뭐든지"라는 농담으로 피해갔다.

이 후보는 신사임당이 10만원권 화폐 인물로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과 관련해서도 쟁점을 다소 벗어난 답변을 했다.

이 후보는 "여성단체에서는 새로 발행되는 10만원권 화폐 인물로 신사임당이 안된다고 주장한다. 후보가 생각하는 이 시대의 여성상은 어떤 모습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저는 딸 셋이 있다. 그래서 여성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근데 뭐 신사임당? 화폐에 올라가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데 아마 (여성단체의 주장은 율곡 이이에 어머니 신사임당까지) 가족끼리 다 올라가니 (이를) 피하자는 것일 듯하다. 직계가족 중 하나만 올라간다면 신사임당을 적극 지지한다. 이제 세상은 남녀구분 없이 평등한 입장에서 대등하게 사회활동을 할 때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선대위에도 양성평등 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여성단체에서 신사임당을 화폐인물로 반대하는 이유는 수동적인 현모양처라는 이미지가 강해서다. "바뀐 시대에 부합하는 주체적인 여성상이 모델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 후보의 답변에 이날 패널로 참여한 김신명숙씨가 자신의 질문 시간을 할애에 "여성단체들이 반대하는 큰 이유는 신사임당이 가진 현모양처 이미지가 현대여성의 이미지에 맞지 않다는 것 때문"이라고 알려주기도 했다.

[시청자 반응] 게시판 북적북적... "최악의 토론""자기 말만 해"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종영 3시간만에 약 2500건의 글이 올라왔다. 이 후보의 답변 태도를 문제삼는 댓글이 많다.

김신완씨는 이날 토론을 가리켜 "최악의 토론이었다"며 "(이 후보는) 의사소통이 전혀 안되는 사람"이라고 깎아내렸다.

김씨는 "차라리 내가 무식했으면 희희낙낙 하면서 볼 수 있었을텐데 내 머리가 그걸 허용치 않았다"며 "정말 짜증이 제대로 났다"고 썼다. 이어 김씨는 "타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을 오늘 TV에서 봤다"며 "우리나라가 어떻게 될지 먹구름이다"라고 비꼬았다.

오은정씨도 "명박님, 국어공부 좀 더 하셔야겠다"며 "계속 딴 소리하시고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말 바꾸고 오죽하면 질문자가 비웃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오씨는 "동문서답, 정말 답답했다"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얘기는 초등학생들도 할 수 있다"고 비웃음을 보냈다.

이밖에도 "저런 사람에게 54%가 지지한다는 자체가 창피하고 서글프다, 오늘 이 후보의 답변은 국민들을 우롱한 행위였다"(김훈균) "오늘 <100분토론> 안하고 새로운 개그 프로그램을 한 것이냐"(이정상)는 등의 비난글이 쏟아졌다.


#이명박#100분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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