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가 얘기한 자율형 사립고 100개, 과연 말처럼 가능할까? 현재 시범운영되고 있는 자립형 사립고의 경우 학생등록금 대비 재단전입금 비율이 8:2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등록금을 10억을 거두었으면 재단도 최소한 2억5천만원은 내야 하는 것이다. 교육 단체들에 따르면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학교는 50개 미만이다. 결국 자립형 사립고 100개를 만들겠다는 얘기는 재단이 낼 돈을 줄여주겠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방법은 둘 밖에 없다. 등록금을 올리던지 국고를 대폭 지원하던지. 이 후보도 이 사실을 인정한다. 이 후보가 자율형 사립고라는 표현을 쓰면서 그 이유를 “자립형 사립고는 각종 규제가 너무 많다. 더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규제의 핵심은 결국 재단전입금 비율 완화다. 현재도 자립형 사립고 학생 한 명당 교육비는 등록금과 기숙사비 등을 합쳐 1천만원이 넘는다. 대폭적인 국고 지원이 없는 한 이명박 후보가 얘기하는 자율형 사립고 학부모들이 학교에 내야 하는 돈은 1년에 2천만원에 달할 것이다. 이는 대부분 의대의 1년 등록금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의대 등록금보다 비싼 자율형 사립고 교육비 이명박 후보가 지난 9일 발표한 교육 공약에 대한 시민사회의 문제제기가 커지고 있다. 2007 대선시민연대는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교육복지실현국민운동본부, 범국민교육연대, 입시폐지와대학평준화를위한국민운동본부 등 교육단체들과 함께 12일(금) 오전 10시 흥사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교육 공약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단체들은 이날 발표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교육정책 분석 보고서’에서, 이명박 후보의 공약대로 하면, 교육을 통한 계층 상승의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고 학교는 신분 세습의 통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비현실적인 가정에 입각한 주장도 많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영어 교육 문제이다.
영어 수업은 오히려 사교육비를 늘리는 길일 것 이 후보는 3~4천억이면 30조에 달하는 우리 나라의 사교육비 규모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 핵심은 영어교사 3천명을 양성하는 것이다. 매년 영어 교사 3천명을 양성해서 학교에서 영어로 수업을 하면 영어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없어지므로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 측의 발표에 따르면 총 30조 중 영어 사교육비만 14조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 수업을 영어로 한다고 해서 영어 사교육을 안 할까? 영어교육 열풍 자체가 사교육비 상승의 원인이며, 영어로 수업하는 것은 이 열풍을 더 부추겨서 사교육비를 더 늘릴 것이라는 게 대선연대의 비판이다. 또한 3단계 대입 자율화 공약은 대학서열화가 그대로인 현실에서는 상위권 대학들이 고교 등급제를 도입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초․중․고의 학력을 공개하겠다는 공약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후보는 소외계층이나 직업교육 분야의 학생들을 위해서도 여러 가지 공약을 내놓았지만 대부분 현재 시행되고 있는 특성화고교와 별반 차이가 없거나, 자율형 사립고나 마이스터고로 지정되지 못한 학교들에 대한 선심성 지원일 뿐이라고 평가되었다.
공개토론 제의... 공약철회 운동 나설 것 이학영 대선연대 대표는 “이명박 후보의 교육 정책은 교육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정진후 전교조 부위원장은 “우리도 현재 교육에 만족하는 게 아니고 심각히 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 후보의 공약은 우리 교육을 30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토목공사 전문가에 걸맞는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김태균 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 대표는 “평준화 폐지가 아니라 입시 폐지와 대학 평준화가 올바른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이 후보 자신이 자식들을 위장전입시킨 후보다. 이 후보가 사교육으로 인한 학부모들의 고통을 아는가?”라고 물으며 “여당이 아니라 학부모들과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교육단체들은 이 날 기자회견에서 자율형 사립고의 예상 등록금과 재단전입금 비율, 교육 재정 확충 계획, 영어로 수업하는 교사 3천명 양성 비용 등에 관한 공개 질의를 한 데 이어, 16일에 공개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대선연대 김민영 사무처장은 11월초 예정된 폐기공약 선정에서 이번 교육 공약이 폐기대상으로 선정된다면, 11월 중 공약 철회를 위한 강력한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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