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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미디어, 대선 편파보도 새 온상’

‘특정후보 지원하는 암묵적 커밍아웃 심화’
‘겉핥기식 정책검증...불신, 무관심 부추겨’

 

‘편파’, ‘지역감정’, ‘유권자 외면’... 대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선거보도에 대한 쓴 소리도 강도를 더해간다. 편파보도가 선거초반 최대 화두였다면 요즘은 정책이슈에 대한 수박 겉핥기 식 보도가 도마에 자주 오르고 있다. 망국병인 지역감정도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편파보도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잇단 지적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선이 임박해 오면서 언론이 본색을 드러내며 목청을 돋우고 나선다. 링 안에서 치러지는 대선후보들의 게임이 '일방적이다', '싱겁다'면서 결국 언론이 링 안으로 뛰어든 형국이다.

 

이러한 과열경쟁과 흥분을 더는 참지 못했던 모양이다. 전국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이 지난 11일 ‘대선 민언련 모니터단’을 공식 발족하고 활동에 나섰다. ‘2007 대선 민언련 모니터단’에는 강원, 경기, 경남, 광주전남, 대전충남, 부산, 전북, 충북 등 전국의 9개 민언련 조직과 대구경북지역의 언론운동단체인 참언론대구시민연대가 참여했다. 17대 대선보도 감시활동을 강화한다는 목적이다.

 

인터넷 매체 '신종 편파보도', 주범은 누구?

 

17대 대선보도와 관련해서 지적돼 온 문제점은 크게 세가지로 압축된다. '편파보도'와 '유권자 없는 정책검증', '지역감정 조장보도'가 그것이다. 특히 올해는 인터넷 미디어의 편파보도가 심심치 않게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터넷 매체, 특히 포털 사이트의 불공정 보도가 17대 대선보도의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대선보도 모니터를 전국적으로 확대 가동한 민언련은 지난 9일 한국언론회관에서 ‘17대 대선 신문과 인터넷 언론의 바람직한 선거보도’토론회를 주최했다. 여기에서도 신종 편파보도가 주된 이슈로 거론됐다.

 

신문법에서는 언론에 포함되지 않고 있지만, 공정선거법에선 언론으로 규정되고 있는 포털 사이트들이 편집권을 행사하며 수많은 뉴스를 취사선택해 보도하는 과정에서 편파 보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송경재 경희대 학술연구교수는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비교분석했다. 인터넷 매체의 선거보도 특징을 집중 거론한 그는 “5년 전 인터넷 매체가 주로 진보적 매체였다면 지금은 보수진영의 매체가 많이 늘고 방문자 수도 많아졌다”며 “ 이번 대선에서 진보와 보수를 지향하는 인터넷 미디어가 지지후보를 지원하는 현상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대선미디어연대 모니터본부 인터넷팀이 발표한 모니터보고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선미디어연대는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가 특정 후보에 대한 옹호성 기사를 주로 노출하는 반면, 비판적인 기사는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 두 차례 실시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포털권력의 유력후보 옹호에 치우친 편집에 개탄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는 대선미디어연대는 “포털이 정권 획득 가능성이 높은 후보자만을 중심으로 한 친 권력적 편집을 시정하지 않으면 유권자와 누리꾼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 불공정보도 지역마다 두드러져

 

신문의 편파보도도 빠지지 않고 거론됐다. 민언련이 주최한 9일 토론회에서 이용성 한서대 신방과 교수는 “방송의 경우 어느 정도 후보들에 대한 양적인 균형보도를 하고 있으나 신문의 경우 양적인 균형보도가 드물고 또 그것을 지킨다고 할지라도 질적인 균형, 즉 편파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대선을 앞두고 인터넷 매체와 신문들의 편파성 보도가 주된 타깃이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책이슈에 대한 신문들의 보도태도까지 지적하고 나선 곳도 있어 눈에 띈다. 언론․시민단체가 선거기간 중 조사한 자료들 가운데는 서울과 대구․경북, 전북지역이 불공정, 편파보도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민언련이 서울에서 발행되는 6개 일간지(경향,동아,서울,조선,중앙,한겨레)의 대선보도를 비교 분석한 자료는 주목할 만하다. 민감한 정책 이슈라는 점에서 그렇다. 전국 민언련은 도덕성 검증 못지않게 중요한 후보들의 정책에 대한 보도 모니터를 실시하기 위해 이명박 후보의 경선출마 선언일인 6월 11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 조간신문의 정책 기획보도만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조사결과, 민언련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유권자 없는 수박겉핥기식 보도를 들었다. 6개 일간지 중 <조선>,<중앙>,<동아>가 유독 타깃이 됐다. 유권자 없는 정책검증과 겉핥기식 보도를 일삼았다는 평가다. 이 중 “<조선일보>는 후보들 정책에 관한 설문조사를 통해 대표적인 선거 슬로건과 5대 핵심 정책을 주관식으로 묻고, 정치·외교·경제·사회 등 4개 분야에 대해 객관식으로 진행했으나, 모니터 기간인 7월 민주노동당 후보, 9월에는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검증했으면서도 설문에 대한 심층적 해설과 분석이 미미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한국의회발전연구회와 공동으로 ‘대선 후보 자질 평가’를 연재하면서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했지만 사안에 대한 단순 비교 언급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또 <동아일보>는 정책기획기사가 한 건도 검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중동, 정책검증엔 왜 이리 차가울까?

 

민언련은 “후보들의 인터뷰 기사는 모든 신문에서 이루어져 제외시켰으나 동아일보의 경우 특기할 만한 것이 9월 14일 이명박 한나라 대선 후보 인터뷰를 1면 머릿기사도 모자라 4면, 5면 전체를 활용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 보도했다”며 “그러나 동아일보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참여정부 언론 대못질’시리즈를 많은 양의 지면을 할애하였음에도 유권자들에게 후보들의 정책검증에 대한 알권리마저 팽개쳤다”고 힐난했다.

 

이들 세 신문에 대해 "유권자들과 독자들을 기망한 것과 다름없다"고 평가한 민언련은 <한겨레>·<경향>·<서울>의 경우 상대적으로 유권자와 함께하는 정책검증 완성도가 높았다고 한다. <한겨레>의 대선자문단 자문위원과 ‘100인유권자위원회’ 신청자들이 함께 참여해 전문가의 시각과 일반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을 검증한 보도와 <경향신문>의 정책기획 시리즈에 대한 적극적 노력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경향>은 5월 31일 ‘2007 한국인의 자화상’ <(1)임대주택 거주민 6명 집담회>를 시작으로 <(15)지방에서 살아보니…6인 집담회>까지 서민들의 삶 속에 투영된 고달픈 삶을 연재했다. 또 <서울신문>의 ‘정책선거 원년으로’ 기획은 역대 대선공약에 대한 해부를 시작으로 후보들의 공약 검증을 함께 이어나갔다는 평가다.

 

“보수언론의 정책검증은 미지근하다 못해 차갑기까지 하다”는 민언련은 “정책보도에 대해 손을 떼다시피 한 <동아일보>를 비롯해 <한겨레>·<경향>·<서울>신문의 보도 1건에 그치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수박 겉핥기식의 보도는 유권자들에 대한 기망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지역 아젠다 외면하는 지역신문”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유사한 정책검증에 대한 선거보도가 시민단체에 의해 문제제기 됐다. 12월 대선. 지역 언론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임에도 지역신문이 다양한 검증을 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외면함으로써 눈총을 산 것.

 

“<매일신문>은 이 두 가지 화두에 애써 침묵하고 있다”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는 “각 정당 후보별 분권 및 균형발전 성적표와 참여정부의 2단계 국토균형발전정책을 불성실하게 보도함으로써, 지역 언론 고유의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당별 기사량에 차이가 있고, 분권 및 균형발전지수 성적표가 한나라당이 가장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균형발전정책 시안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 이를 취재하지 않은 채 <연합뉴스>기사만 간단하게 편집하는 불성실성을 보였다는 뼈 아픈 지적도 했다.

 

전북 민언련, “지역감정조장, 편파보도 여전”

 

그런가 하면, 전북지역의 선거보도 감시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 곳에선 지역감정 조장과 편파보도가 도마에 올려졌다. 전북지역 일간지들 가운데 지역신문발기금 지원신청사(전북일보, 새전북신문, 전북도민일보, 전민일보)들을 대상으로 매일 모니터링해오고 있는 전북 민언련은 9월 한 달 동안의 선거보도를 분석해 공개했다.

 

결과는 편향된 보도가 가장 많았다. 전북 민언련은 “모든 신문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경선 초기에 승리를 거두기 시작하면서 정동영후보에 대한 편향된 보도태도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며 “이명박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정동영을 지적하고 있는가 하면 고향인 순창서 성묘한 것을 기사화하며 정동영이 전북의 아들이라는 점을 4개 신문에서 모두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군에 비해 2~3배 정도 보도량이 많았다고 했다. “민노당, 민주당, 한나라당을 합한 기사량보다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군을 보도한 양이 더 높았다”는 전북 민언련은 “특히 일부 지역신문의 경우 통합신당 후보에 대한 보도 중 정동영 후보가 50%정도를 차지했다”고 비판했다.

 

전북의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선거인단 모집이 과열로 치닫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민언련은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민일보는 그 원인을 전북 표심이 전체 판세를 좌우하기 때문으로 분석하는 등 큰 문제의식 없이 바라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유권자 냉소주의를 유발하는 제목들도 표적이 됐다.

 

전북 민언련은 ‘민주당 과거 까발리기 공방’, ‘정체성-조직동원-친노성향, 삼자구도 물어뜯기 공방’ 등의 지역신문 제목은 유권자들에게 냉소주의를 자극하는 것이라며 선정적인 제목달기를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다. 또 ‘한나라당 오만함 드러나’, ‘새만금설전 후 정치권반응, “한나라당의 착각--도 넘었다’ 는 지역감정을 자극시키는 제목들도 예외 없이 논평의 대상이 됐다.

 

지역 신문들의 대선보도가 전체적으로 대통합민주신당이 다른 당에 비하여 보도건수가 많았다는 점과 한나라당 같은 경우는 김완주 지사와 이명박 후보사이에 있었던 설전에 대해 이 후보를 비판하는 기사가 반절을 차지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대구 경북지역에서 제기된 선거보도 비판과는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선거보도, 엄마가 아이에게 음식 만들어 주듯이”
 
이 외에도 지역별로 대선 보도가 심층 보도 보다는 경선 순위를 알리거나 선거 전략을 알리는데 그치고 있어 많은 아쉬움을 사고 있다. 지역의제를 후보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시민단체와 언론단체의 주된 지적이다.

 

 이에 대해 권혁남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엄마와 아기의 예를 들어 해법을 제시한 점이 특이하다. <경향신문> 10일자 칼럼 ‘진흙탕 경선과 게임식 보도’에서 “만약 엄마가 아이들이 떼를 쓴다고 해서 라면과 햄버거 등의 인스턴트식품만을 준다면 아이의 건강이 어떠하겠는가?”라며, “같은 논리로 독자들이 원한다고 해서 후보의 정책이나 이슈 등의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흥미위주의 게임식 기사만을 제공한다면 민주주의의 기본전제인 이성적인 선거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그는 주장했다.

 

칼럼 말미에서 권 교수는 “엄마가 아이를 위해 맛도 있고 영양가도 높은 음식을 만들어 주어야 하듯이 언론 역시 독자들을 위해 재미도 있고 영양가도 있는 기사를 만드는데 좀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의미 있는 조언을 했다.

덧붙이는 글 | 박주현 시민기자는 2007대선특별취재 미디어 감시팀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민언련, #대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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