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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글날은 훈민정음을 창제한 지 561돌이 되는 날이다. 이날을 기념하여 곳곳에서는 여러 가지 행사가 열렸다. 그 가운데 중학생을 위한 행사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지난 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전국 국어 대회 황금사전 선발 대회다. 황금사전 선발 대회는 중학생의 어휘력과 국어 능력을 높여 주려고 국립국어원이 주최하고 전국국어상담소연합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이 황금사전 선발 중학생 국어대회를 두 번째 여는 전국국어상담소연합회 남영신 회장은 이 대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도 국어 능력이 부족해서 자기의 의사 표현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거나 상대의 의견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여 사회생활과 공동체 생활에 여러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이는 국가 사회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국어 능력은 어휘 능력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 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갖추어야 할 기본 어휘 능력에 더 수준 높은 어휘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황금사전 대회는 지난 9월 25일에 서울과 지방의 12개 대학에서 열렸는데 서울 30개 학교 44명, 제주 7개 학교 35명, 부산·경남 20개 학교 74명, 전북 13개 학교 67명 등 모두 141개 학교에서 644명이 참가하여 성황을 이뤘다. 이 예선에서 뽑힌 52명의 학생이 지난 10월 13일 늦은 2시부터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신세계관에서 본선을 치렀다.

 

긴장과 학부모들의 응원 속에서 치러진 본선은 한국방송(KBS) '티브이 탐험 멋진 친구들' 진행자인 전현모 아나운서가 능숙하고 흥미롭게 진행했다. 문제는 어른들이 풀기에도 좀 까다롭다는 느낌이 들만 한 것들이었다.

 

드디어 본선이 끝나고 격려상, 장려상, 우수상(국립국어원장상), 버금상(문화관광부장관상), 으뜸상(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상)의 순서로 발표되었다. 상에 따르는 부상은 산업은행과 한글과컴퓨터가 제공했으며 시상은 국립국어원 국어진흥교육부장, 산업은행 부총재 대행, 한글과컴퓨터 상무이사가 맡아주었다.

 

우선 격려상은 대구 경신중학교 전고운 학생 외 10명이 받았으며, 장려상은 광주문흥중학교 성다은 학생 외 3명이 받았다. 또 우수상에는 전남대학교 사대부설중 하수정, 대구 경신중 박광은 학생이 뽑혔으며, 버금상은 경북 경주중학교 정진욱 학생이 받았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으뜸상에서 벌어졌다. 버금상에서 격려상까지 모두 2~3학년이 차지했지만 으뜸상은 1학년 그것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국제중학교 학생이 받았기 때문이다. 가평에 있는 청심국제중학교 1학년 김민정 학생이 그 주인공이다. 영어만 잘할 줄 알았던 국제중학교 학생이 국어대회에서 선배들을 제치고 으뜸상을 받다니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다.

 

김민정 학생은 당연히 그럴 만했다.

 

"저는 국어에 관심이 많고, 책을 좋아합니다. 학교에서 영어만 쓰기 때문에 국어 실력이 많이 떨어진 듯하여 황금사전 대회에 참여하면 좀 공부를 하게 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으뜸상까지 받고 보니 참 기쁩니다.

 

"언어는 나라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언어에 대한 분명한 정체성이 있어야 어른이 되어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가 있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니까 일본말 섞인 것, 외래어, 맞춤법 잘못된 말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고, 계속 찾아보기도 합니다. 그것을 고쳐야 한다고 친구들에게 알려주곤 합니다. 그런 노력으로 우리말을 올바르게 쓸 때에 우리는 당당한 한국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른들을 뜨끔하게 질책하는 말이 어린 학생의 입에서 주저없이 나오고 있다. 그 말을 듣던 주변 사람들은 수천억 원을 들여 영어도시를 만들며, 아파트 이름을 영어로 짓고, 심지어 기업 이름까지 영어로 짓는 어른들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옆에서 함께 했던 민정 학생의 어머니가 거든다.

 

"민정이는 학원을 보낸 적도 과외를 한 적도 없어요. 그저 모든 것이 책에 담겨 있다는 생각에 책을 많이 읽게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민정이가 책을 좋아했습니다. 그 때문에 오늘의 영광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민정 학생은 스스로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에 능력이 있는 듯하여 검사처럼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위대한 글자, 세계 최고의 글자인 한글이 창제된 지 벌써 561돌이 되었지만 영어에 목매는 사람들 탓에 여전히 한글은 신음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에 열린 ‘황금사전 선발 중학생 국어대회’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덧붙이는 글 | ※ 전국국어상담소연합회 : www.koreancontest.org, ☎ 02-735-0991


이 기사는 다음,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황금사전, #전국국어상담소연합회, #김민정, #남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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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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