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15일 오후 2시 15분]
서울동부지법(형사1단독·김용호 판사)은 15일 오전 '석궁테러'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에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김 전 교수는 서울고등법원 박홍우 부장판사에게 석궁을 발사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구속됐고, 검찰은 김 전 교수에 대해 폭력,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징역 10년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일 결심공판에서 "법치사회에서는 수사와 재판의 적법한 절차는 물론 상소나 입법청원 등 다양한 제도가 마련돼 있다"며 "이러한 제도의 가치를 무시하고 자신의 독단적 주장을 고집하는 것은 법치질서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김 전 교수는 지난 1월 15일 오후 7시께 자신의 복직에 불리한 판결에 불만을 품고 박 부장판사의 집에 찾아가 기다리고 있다가 석궁을 발사해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부 "사법부에 대한 위해 가능성 증대"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김 전 교수)이 재판 과정에서 불만을 품고 판사를 찾아가 석궁으로 상해를 입힌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용호 판사는 김 전 교수쪽 주장과 의혹제기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며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재판부는 '박 부장판사에게 겁을 주려고 했을 뿐 상해를 입힐 의도는 없었다'는 김 전 교수의 주장에 대해 "피고인이 피해자의 거주지와 출퇴근 시간을 파악하고, 전치 약 3주의 창상을 입힌 점 등을 고려할 때 상해를 입히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판결했다. 이어 그는 "이 사건으로 법치주의의 수호자인 사법부에 대한 위해 가능성이 현격히 증대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인데다가 교수 재임용 탈락과 관련한 오랜 재판을 통해 재판부에 대한 불신이 커진 점, 피고인의 연령(50세), 범죄동기 및 정황 등을 참작했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박 부장판사의 와이셔츠에 혈흔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증거조작 의혹을 제기한 김 전 교수 가족들의 주장에 대해 "와이셔츠에 혈흔이 없다는 점은 확인됐지만 셔츠의 오른편 뒤쪽에 구멍이 있다, 증거조작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김 전 교수 측의 '압수된 화살 중 범행에 사용된 화살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증거로 제출된 화살들은 피고인이 범행 당시 소지했던 적법한 증거"라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해자와 목격자들의 진술이 다소 일관되지 않거나 일치하지 않는다"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일치하고 진술을 믿지 못할 만큼의 흠이 없다, 인간의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희미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증언에 큰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김명호 교수, '재판 불복' 의미로 불참 한편 김 전 교수의 가족들은 지난 11일 사건과 관련된 일부 증거자료에 대한 조작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피해자가 입고 있던 상의 중 내복과 조끼에는 혈흔이 있으나 그 사이에 입었던 와이셔츠에는 핏자국이 없다"며 증거 조작 의혹을 내세웠다. 또한 검찰 측이 김 전 교수의 의도성 여부에 대해 증인신문 결과와 다른 구형 의견서를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선고공판이 끝난 뒤, 김 전 교수의 가족들은 "전치 3주에 불과한 상해에 대해 징역 4년을 선고한 것은 부당하고 과도한 처벌"이라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김 전 교수는 아예 "재판이 부당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명호교수대책위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세균 교수(서울대 정치학과)도 "형사소송법 상 명백한 증거로 인정되지 않은 것은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면서 "이번 판결은 형소법상 원칙조차 어긴 '조작판결'"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김 교수는 "법원의 권위에 도전한 김 전 교수에게 괘씸죄가 적용됐다"면서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또 대책위에 소속된 서울대 총학생회측은 "김 전 교수의 죄는 단순 상해다, 법원의 처사는 감정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김 전 교수에 대한 조속한 석방과 복직을 촉구했다. 사법정의국민연대도 이날 서울동부지법 앞에서 김 전 교수의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은 김 전 교수를 즉시 석방하고 진상조사를 실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