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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부도의 새벽
 제부도의 새벽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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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부도 도로확장 중? 아마도
 제부도 도로확장 중?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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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빼빼로 꽂아놓고 무엇을 할까요?(바닷가재잡기)
 빼빼로 꽂아놓고 무엇을 할까요?(바닷가재잡기)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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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갈매기도 물에 앉아? 항상 날아다니는 것 아닌가?"
"그럼, 쟤네들도 뭘 먹어야 살지!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서 저렇게 물 위에 잠깐 앉는 거야. 쟤는 지금 아침 식사중이야!"

"정말? 물고기를 잡아먹는 거야? 난 갈매기들은 사람들이 주는 새우깡이나 양파링을 받아먹고 사는 줄 알았는데?…. 그런데 물고기도 잡아먹을 줄 아네?"
"엉? 설마? 정말이야? 저기 매바위 옆에 앉아 있는 것 보이지? 쟤네들은 이젠 배부르니 등 따시라고 깃털을 말리는 중일 거야!"

"정말? 이모. 난 갈매기도 물 위에 앉는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어. 백조하고 오리나 물 위에 앉는 줄 알고 있었는데…. 갈매기는 항상 날아다니는 줄로만 알았어!"

새벽 6시경, 제부도의 새벽은 그다지 맑지 않았다. 조금 전에 솟은 해가 구름 뒤에서 멈칫거리고 있는 듯했다. 제부도에는 처음 와보았다는 동생과 막내 올케는 구름 사이로 보일락 말락 하는 아침 해를 무척 아쉬워하고 있었다.

"있잖아. 지난 번에 정동진으로 해돋이 여행을 갔는데 해가 막 떠오르는 것이 색깔만 다른 계란 노른자 같더라. 손대면 말랑말랑할 것 같은 거야. 그래서 두 손으로 받아서 꿀꺽 삼키고 싶더라. 그럼 속이 아주 뜨끈해질 것 같았거든!"
"언니가 이번에도 호~옥 꿀꺽 삼킬까봐 겁나서 해가 구름 뒤에 숨은 거야!"

지난 일요일(14일). 우리 세 자매와 막내 올케, 조카들은 이렇게 이른 새벽의 제부도 바닷가에서 한참을 놀았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아 주변이 어슴푸레할 때부터 해가 떠올라 제법 따뜻하게 느껴질 때까지. 아마 2시간? 너무 많이 웃어서 눈가에 소금기가 묻어나고 목도 칼칼하고 배가 고플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야, 우리들이 바닷물 저 만큼 밀어 놓았으니까, 이젠 빨리 들어가서 잠자는 남자들과 애들 깨워서 밥 먹여 후딱 데리고 나오자!"

제부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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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자

지난 토요일 오후. 우리 4남매 가족, 14명은 제부도 바닷가로 향했다. 추석 연휴에 날짜를 정한 후 2주 가까이 기다리던 여행이었다. 토요일 오후에 떠나 제부도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요일 늦은 오후에 돌아 온 1박 2일간의 짧은 여행이었다.

"…누나 그럼 8월 마지막 주에 갈까?…아니, 제부도는 8월에도 사람이 많은 곳이야. 몇 년 전에 우리가 5월에 가본 적이 있는데 딱 좋더라. 새벽 공기도 그렇게 매섭지 않고 갯벌도 덜 뜨겁고. 그러니 9월이나 10월에 가면 딱 좋을 거야.…그럼 9월에 갈까?…9월은 좀 그렇지? 마지막 주가 추석이잖아.…그럼 10월에 가자. 말나온 김에 아예 날짜 정하자…."

이번 여행은 부모님을 모시고 담양을 다녀오던 길에 이렇게 계획한 것이었다. 여름휴가에 함께 뭉친 우리 4남매는 이렇게 입을 맞추었던 것이다.

단독 월남하여 외로운 친정아버지는 5남매를 고집하는 엄마의 뜻을 꺾고 7남매를 두게 되었다. 오고가는 아버지의 형제가 없다보니 우리에겐 고모나 작은아버지가 없다.

외가로는 6·25 전쟁 때 전사하여 얼굴도 전혀 모르는 큰 삼촌과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작은 삼촌이 있고, 30여 년 전에 돌아가신 큰 이모를 비롯하여 이모도 다섯 분이나 있지만 그다지 깊고 살가운 정이 없다.

이모나 사촌이 많지만 전라도와 경상도, 서울로 각각 흩어져 살다보니 엄마 형제들끼리도 자주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먹고 살 일이 늘 바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가까이 사는 사촌들끼리만 친할 뿐이었다.

결혼식 등과 같은 잔치 때나 만나다 보니 언제나 서먹할 뿐이었다. 많은 친척들과 휩쓸려 만나다보니 만날 때마다 통성명 하다 보면 다시 헤어지는 시간이 다가오기 일쑤였다. 사촌들끼리의 모임 하나쯤 만들자는 말이 몇 번이나 나왔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우리 형제들은 고모나 작은아버지가 있는 아이들을 부러워했으며, 이모와 사촌들 간에 나누는 정이 살가운 친구들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우리 7남매가 하나둘씩 가정을 이루면서 서로 약속한 것이 우리 아이들은 혈육의 정을 듬뿍 느낄 수 있도록 키우자는 것이었다. 부모처럼 의지하고 제 자식처럼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이모나 고모, 한 형제처럼 서로 의지하는 사촌들 간의 그런 끈끈한 혈육의 정을 말이다.

주변에서 "그 집 식구들은 뭘 그리 자주 만나?"라고 할만큼 우리들은 자주 만난다. 자주 만나 밥을 나누어 먹고 함께 나누는 시간들이 많다.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많다보니 아이들끼리도 통하는 것들이 많아 언제든 만나는 그 순간 쉽게 엉켜들어 잘 어울린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든 조카들이든 명절이나 이번 여행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잠자리가 부족해도 불편해하지 않고 사촌들, 혹은 이모 고모에게 의지하고 스스럼없이 함께 묻어 잘 잔다.

 이모부와 조카의 갯벌 깜짝쇼
 이모부와 조카의 갯벌 깜짝쇼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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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처럼 맘껏 웃었다는 언니와 조카
 모처럼 맘껏 웃었다는 언니와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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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올케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유진이 때문에 함께 오지 못했으면 우리 마음이 얼마나 아렸을까? 꼬셔서 데리고 오길 참 잘했지? 제일 와보고 싶어 했잖아. 그렇지?"
"그래. 막내 올케가 좋아하는 모습이 참 기분 좋다. 너희들 덕분에 오랜만에 실컷 웃어 보았다. 정말이지 아주 즐거운 여행이었어."

"언니, 그런데 어제 새벽꿈에 느닷없이 오빠가 보이더라고…, 어젠 경황이 없어 그냥 왔는데 전화라도 해볼 걸 그랬나?"
"…별일이야 있겠니? 함께 올 수 없어서 마음이 아쉽고 섭섭해서 꿈에 보였을 거야. 그런데 좀 그러네. 오빠도 언니도, 포항 식구들도 함께 올 수 있었으면 참 좋았을 건데…."

"그렇지? 언니 오빠는 식당 때문에 바쁘고, 공영이는 너무 멀리에 있어서 늘 마음이 아려."

우리의 이야기는 결국 함께 오지 못한 언니, 오빠와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집안의 큰일이나 휴가, 명절 때만 만날 수 있는 동생에 대한 아린 마음과 그리움으로 남고 말았다.

이른 새벽에 밀려나갔던 물이 막 밀려들어오기 시작하던 오후 2시쯤에 제부도를 떠난 우리는 대부도에서 칼국수로 점심을 해결했다. 길가에서 사먹는 옥수수 한통도 너무나 맛있는 여행이었다. 형제들 간 정을 느끼면서 함께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형제#가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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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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