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환절기를 맞아 갑자기 감기에 걸려 고생하시는 어르신들이 많이 보건지소를 찾고 계십니다. 저는 감기약을 처방하면서 감기가 떨어진 후 반드시 인플루엔자 독감 예방접종(이하 독감 예방접종)을 접종하실 것을 약속받고 있습니다.
10월이 되면서 일선 병원과 보건소에서 일제히 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되었습니다. 독감 예방접종의 최적 시기는 10월~12월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독감의 유행시기가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이고, 독감 예방 접종의 효능이 백신 접종 후 2주 뒤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4주때 최고의 효과를 보인 후 이후 약 5개월 정도 지속되기 때문에 현재 시점부터 11월 중순 사이에 독감 예방접종을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각 지자체 보건소는 독감 예방접종 기간을 예년보다 1개월 정도 앞당겨 이달부터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질병관리본부 인플루엔자 위원회가 예방효과와 유효기간 등을 고려해 통상적 예방접종 시기를 11월에서 10월로 앞당겼기 때문입니다.
질병관리본부는 내년 4월까지 A형 솔로몬 군도 주, A형 위스콘신 주, B형 말레이시아 주 등 3종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할 것으로 예측하고 총 1640만 명분의 백신을 이달 말까지 공급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각 보건소별로 접종 시행 시기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예방 접종 전 해당 보건소에 연락하여 접종 유무를 확인해야 합니다.
독감 예방접종은 왜 하나?
대부분 사람들이 독감 예방접종을 감기 예방접종으로 오해하고 있습니다.
물론 독감이 감기의 일종이라는 면에서는 맞습니다.
그러나 독감은 단지 감기의 일부를 예방할 뿐이지, 감기를 모두 예방하는 것은 아닙니다.
감기를 일으키는 요인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독감의 원인이 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뿐만 아니고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가장 잘 알려진 리노바이러스(rhinovirus), 코로나바이러스(coronavirus),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parainfluenzavirus) 그리고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와 같은 바이러스, 그리고 각종 세균까지 감기를 일으키는 요인은 매년 앓는 사람만큼이나 많습니다.
이중 굳이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이유는 뭘까요?
배현주 한양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은 비교적 가벼운 질환이지만, 외국의 보고를 보면 인플루엔자 발병률과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 등의 사망률이 비례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독감 예방접종이 기저질환의 2차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을 감소시킨다"고 독감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이유를 말합니다.
즉, 독감을 앓으면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과 달리 호흡기 증상이 기관지나 폐와 같은 하기도까지 진행됩니다. 특히 근육통이나 고열이 동반되는 등 전신증상을 동반하며 노약자들에게는 2차 합병증으로 인한 치명적인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예방접종과 달리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매년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므로 유행 예상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백신을 새로 접종받아야 합니다. 또한 인플루엔자 백신은 65세 이하 건강한 성인에서 70~90% 감염예방 효과가 있으며, 노인연령층의 인플루엔자 합병증으로 인한 입원률(약 50~60%감소)과 사망률(약 80%감소)을 현저히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판명났습니다.
그러나 독감 예방접종을 했다고 하더라도 예방접종이 모든 독감을 예방하는 마법의 탄환이 될 수는 없습니다. 65세 이하의 건강한 성인에게도 최대 30%이상 예방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며,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은 면역이 떨어지기 때문에 30~40%의 예방효과만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독감 예방접종, 누가 맞아야 하나
으레 가을이면 모든 사람들이 독감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모든 사람들이 일괄적으로 독감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현주 교수는 "독감 이후의 2차적인 심폐질환이나 면역결핍, 세균성 폐렴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 독감 예방접종의 권장대상자에 포함되는 사람들은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
그러므로 독감에 감염되었을 때 2차 합병증이 우려되는 심폐질환 환자나 당뇨, 암환자 등의 만성질환자들은 우선으로 접종해야 합니다. 50세 이상의 성인이나 6~24개월 미만의 영유아도 면역력이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접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회복지시설과 같이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할 수 있으므로 단체 접종이 필요하며, 14주 이상이 된 임신부도 독감으로 인한 유산이나 난산 등을 피하기 위해 접종이 필요합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현재 사람 사이에서는 전파가 되지 않지만, 변이를 일으키면 사람 간의 전파가 가능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닭, 오리, 돼지 농장 종사자나 의료인, 조류인플루엔자 대응기관 종사자 등도 예방차원에서 미리 접종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 교수는 "젊고 건강한 사람은 접종할 필요가 없지만, 수험생과 같은 경우는 독감 예방접종이 도움이 된다"며 적응증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예방접종을 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조언합니다.
예방접종권장대상자 |
- 만성질환자 (심폐질환, 당뇨, 신장질환, 만성간질환, 악성종양 환자 등) - 50세 이상 성인 - 생후 6~23개월 소아 - 임신부 (14주 이상) - 사회복지시설 생활자 - 닭, 오리, 돼지 농장 종사자 및 관련업계 종사자 - 의료인 및 조류인플루엔자 대응기관 종사자 /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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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독감 예방접종시 주의해야 할 사람들이 있습니다. 생후 6개월 미만 영아, 과거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후 심한 과민증상을 보인 사람들은 접종 금기 대상자입니다.
또 계란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하므로 독감 예방백신에는 극미량의 계란 단백질이 들어있습니다. 그러므로 계란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들도 접종금기 대상자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배현주 교수는 "조류독감과 같은 신종 바이러스가 유행할 수 있는 몇 년간은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독감의 유행을 막는 것에 도움이 된다"며 독감 예방접종의 적응증이 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독감 예방접종을 할 것을 권고합니다.
그러나 독감 예방접종이 완벽하게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자주 손 씻기, 양치질하기 등 개인위생수칙을 잘 지키고, 기침과 같은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독감에 대한 적극적인 예방을 해아 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올 겨울은 독감뿐만 아니라 감기에서 자유로운 겨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철저한 예방을 통해 감기 없는 겨울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