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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바스키아 갤러리에서 열린 '내 집엔 복이 가득'전에서 만난 데이드림.
 부산 바스키아 갤러리에서 열린 '내 집엔 복이 가득'전에서 만난 데이드림.
ⓒ 최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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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사마’ 배용준이 출연해 아시아 전역에 한류열풍을 일으켰던 <겨울연가>. 그토록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에 잔잔하게 깔린 감성적인 배경음악은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기자가 가을빛이 한창인 10월에 만난 주인공은 다름아닌 <겨울연가>의 배경음악을 작곡한 데이드림(본명 연세영).

센티멘털한 그의 피아노 선율은 참 부드럽고 푸근하다. 마이너코드가 대부분인 그의 음악 스케일 때문에 때로는 우울하게 들리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침체된 분위기에 몰아넣지도 않는다. 겨울보다는 늦가을에 듣기에 제격이지 싶은….

그가 연주하는 장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여성적이다. 전혀 과장이 없는 그의 건반 터치는 유연하다 못해 아름답기까지 하다.

종합예술가 '데이드림'

관중들에게 인사하며 연주할 곡을 설명하고 있다.
▲ 바스키아 갤러리 개관기념식 연주회장의 데이드림 관중들에게 인사하며 연주할 곡을 설명하고 있다.
ⓒ 최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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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의 외모는 매우 남성적이다.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강력함이 있다. 하지만 그에게 가까이 가면 그의 예술세계에서 묻어나는 고품격의 친절함이 묻어 나온다. 그런 그에게 “90년대 초에 활동했던 싱어송라이터 윤상씨를 많이 닮았다”고 말하니 “다들 그렇게 말한다”고 한다.

그는 다재다능하다. 피아노는 여섯살 적부터 조기교육을 받아 터득한 천부적인 기술이고, 미술 실력은 선화예중과 계원예고, 중앙대 예술대 등 예술전문학교만을 나와 한눈 한번 판적 없이 외길을 걸으며 쌓은 그의 탁월한 전공분야다. 게다가 그는 프로 문인이다. 전직 기자 출신인 그는 지난 1988년부터 10권이 넘는 저서를 집필해 올 정도로 꽤나 잘 쓰는 글쟁이다.

나는 그에게 질문했다. “왜 그렇게 재주가 많은가”고. 그는 나에게 답했다. “남들보다 관심을 둔 분야가 많을 뿐”이라고.

지난 13일부터 부산 남포동 바스키아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연세영씨, 즉 ‘데이드림’은 이처럼 종합예술가다.

바스키아 갤러리에 전시된 그의 작품.
▲ 데이드림의 작품 바스키아 갤러리에 전시된 그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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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인 예술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그의 미술세계는 한국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중앙대 회화과를 나와 한국화를 전공했기 때문이다.

음악세계는 전형적인 뉴에이지 스타일. 그는 “기독교 쪽에서 뉴에이지를 마치 사탄의 음악처럼 여기기 때문에 ‘세미 클래식’ 으로 불러주길 바란다”고 한다. 그도 교회를 다니는데 이 때문에 불필요한 설명이 필요하단다. 그래서 “이루마씨도 전국 교회를 순회하며 이러한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공연활동을 펼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아무튼 그는 고전음악과 현대음악의 중간지대에 있는 음악인이다.

그가 주목하는 문학장르 시(詩)다. 그는 여러 권의 시집을 펴낸 시인이기 때문이다. 그의 시도 역시 서정적이고 감성적이다. ‘데이드림’ 연세영씨는 보통 사람들은 한 가지만 갖고 있기도 힘든 재능을 이렇게 여러 방면으로 빛내고 있다.

20년 전부터 ‘종합예술가’라는 칭호을 스스로 붙였다는 그는 ‘한 가지에만 전념하라’는 충고 아닌 충고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여러 가지를 하더라도 ‘허투루’가 아니라 ‘제대로’ 하고 있는 그를 감히 누가 비난할 수 있으랴. 그를 만나면 음악과 미술과 시를 함께 만나 볼 수 있는 일석삼조의 쏠쏠한 이문을 챙길 수 있는데 그 누가 마다할 수 있으랴.

드라마 <겨울연가>에 삽입된 곡으로 유명해지고, 매년 꾸준히 전시를 열고 있는 요즘은 그런 비평을 귀에 담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누가 뭐래도 ‘남들이 술 마시고 담배 피는 시간에 곡을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성실한 예술가’다. ‘데이드림(The Daydream)’이라는 예명은 ‘매일 꿈을 꾸겠다’는 의미로 그가 직접 지었다고 한다.

그는 개관기념 연주회 중에 자신의 노래를 소개하며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 아내의 생일마다 한 곡씩 만들어 선물했던 곡을 10년 동안 모으니 음반 하나 분량이 됐다”고 전했다. 처음에 데모 테이프로 만들었던 것이 음반제작자, 그리고 드라마 <겨울연가> 제작 PD의 손에 들어가 드라마와 함께 인기를 끌게 됐다는 것. 그의 피아노곡은 CF 배경음악으로도 많이 쓰였다.

감미로운 선율의 피아니스트 데이드림. 그는 겨울연가의 배경음악을 작곡한 주인공이다.
 감미로운 선율의 피아니스트 데이드림. 그는 겨울연가의 배경음악을 작곡한 주인공이다.
ⓒ 최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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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근리 사건 다룬 전시회 열기도

서정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들과는 대조적으로 그의 그림들은 사회 참여적인 것들도 많다. 얼마 전엔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노근리 사건’을 다룬 전시회도 열었을 만큼 그는 역사와 민중들의 삶에 관심이 많다.

“그동안 고대 발해사와 고구려사에 관한 관심을 그림으로 그려왔고 올해는 ‘노근리 사건’을 주제로 한 그림을 가지고 순회전을 열었습니다.”

“예술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어떤 사회적인 참여행위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간접적이고 문화적인 시위라고도 할 수 있지요.”

이번 바스키아 갤러리 개관기념전의 주제는 ‘내 집엔 福이 가득’ 展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초가지붕 위에 걸려있는 박’이 주된 내용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실에 가까운 추상’이다. 초가지붕에 걸려있는 박 속의 온갖 금은보화는 부감법(위에서 바라본 형태)을 가미한 추상기법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품에 사용한 재료는 흙이다. 흙으로 빚은 표면에 애칭기법을 다룬 이번 작품들은 해학과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런 흙 위에 빛나는 금은보화의 색상을 투영해 그가 가진 서민적 정서를 한껏 드러냈다. 그는 ‘福’을 주제로 한 이번 작품들에서 우리나라의 행복을 기원하고 있다. 초가, 조롱박, 지푸라기, 황토흙, 마로 만든 똬리줄 등을 사용해 한국적인 정서를 다채롭게 살리고 있다.

‘내 집엔 福이 가득’ 展은 비정상적인 형태의 정세, 헤어 나올 줄 모르는 청년실업과 불행한 삶, 협잡과 권모술수,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안하무인격 잡설들을 따뜻한 인간애로 녹였다.

연세영씨는 전시장을 찾은 이들과 그가 담뿍 가져온 ‘복(福)’을 나누고 싶어 했다.
▲ 관객들과 함께 하는 데이드림 연세영씨는 전시장을 찾은 이들과 그가 담뿍 가져온 ‘복(福)’을 나누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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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산 전시회 일정에 맞추기 위해 호주에 다녀온 후 하루도 못 쉬고 달려온 데이드림은 피곤한 기색도 뒤로 하고 전시장을 찾은 이들과 그가 담뿍 가져온 ‘복(福)’을 나누고 싶어 했다.

“이번 전시가 많은 이들에게 선한 마음으로의 회귀와 개개인의 행복을 찾아가는 귀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태그:#데이드림, #연세영, #바스키아갤러리, #내집엔 복이 가득전, #겨울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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