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민주노동당원 중에 문국현 지지자도 있다"
"이번에도 또 권영길이냐."
"대통령이 될 준비가 되어 있나, 5년 전하고 바뀐 게 없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가 15일 '까칠한' 블로거들 앞에서 진땀을 뺐다.

 

이날 저녁 강남 대치동의 한 카페에서 열린 블로거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권 후보는 2시간여 동안 블로거들의 거침없는 질문 공세를 받았다. "(블로거들이) 글로서는 까칠한데 만나면 부드럽다고 한다"고 웃었던 권 후보는 정치·사회·문화를 넘나드는 성역없는 질문 공세를 받았다.

 

"한미FTA 찬성하는 문국현이 '사람경제'? 모호하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권 후보는 "민주노동당 후보로서 언론 보도에 굶주려 있고 분노하고 있다"면서 "대선의 승리는 여기에 달려 있다는 블로거 여러분을 만난 지금 '기존 언론은 무시해도 좋고 다른 것 가지고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블로거를 치켜세웠다.

 

이어 "웹 2.0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의제 설정의 민주화"라면서 "지금까지 조중동이 의제를 설정했지만 그 결과 한국 정치가 요 모양 요 꼴이 됐다, 이제는 대안 언론이 의제 설정을 해야 한다"고 블로거 간담회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권 후보의 칭찬이 끝난 뒤 나온 질문은 처음부터 매서웠다.

 

- '또 권영길이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다른 당은 후보가 바뀌었다. 민주노동당이 민심을 못 읽은 것 아닌가. 민주노동당의 흥행을 위해서 다른 후보들에게 대신 양보할 생각은 없었나?
"원래 첫번째는 예의있는 질문하는 거 아닌가?(웃음) 물론 그렇게 말하는 분도 있지만 만난 사람 중 열 손가락에 다 안 찬다. 대부분의 반응은 '역시 권영길이더라'였다. 당원들도 역시 권영길을 택했다. 권영길이 당의 얼굴처럼 되어 있다고 한다.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은 얼굴 좀 바꾸자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원들은 권영길을 택했다. 7월부터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으로 (민심은) 권영길에게 지지를 보냈다. 본선 경쟁력의 판단이었다."

 

"본선 경쟁력의 판단"이라는 답변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최근 블로거들의 큰 관심을 모은 문국현 후보가 화제에 올랐다. 문 후보는 이미 지난 1일 이 자리에서 블로거들을 만난 바 있다.

 

'권 후보와 문 후보의 연대'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권 후보는 우선 "만나보겠다"고 답했다.

 

- 민주노동당원 중에서도 문국현 후보의 지지자가 많다. 문 후보와 연대를 할 생각이 있나.
"민주노동당 지지자 중에서 문국현 지지자가 있다면 동의하겠지만, 거기(당원들의 문국현 후보 지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문 후보가 유한킴벌리 사장으로 있었을 때 기업 경영이라든지 비정규직 문제에 관해서는 흡사한 점이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모호하다. 기회가 되면 만나서 같은 것은 뭐고 다른 것은 뭔지 알아보겠다."

 

권 후보는 아직 "모호하다"면서도 문 후보의 '사람경제론'에는 일침을 가했다.

 

"문국현은 사람경제를 내세웠는데 권영길이 3년 전부터 내세웠던 거다. 문국현과 나의 사람경제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 것일지 의문이다. 문국현은 한미FTA는 찬성한다고 했지만, 한미FTA 찬성하는 것은 사람경제가 아니다. 문국현은 사람 경제를 내세우며 한미FTA를 찬성한다고 해서 좀 모호하다는 것이다."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보겠다"며 문 후보와의 만남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권 후보는 '블로거들이 그 자리를 만들면 나와줄 수 있냐'는 확인 질문에 "나는 언론에 굶주려 있다"며 미소 지었다.

 

또 그는 지지부진한 지지율에 대한 질문을 받고 "정치는 생물이다, 지지율이라는 것은 수없이 변하는 것을 봤다"며 "노동시장 유연화를 주장하는 이명박 후보의 경제와 이에 반대하는 저의 경제를 가지고 맞짱 토론하자, 이게 제대로 이루어지면 승리할 자신이 있다"고 주장했다.

 

권 후보는 이날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정동영 후보에 대해서도 "온갖 비리를 저리른 후보"라고 규정한 뒤 "국민에게 사죄하고 이번 선거에는 나오지 않겠다고 말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공격했다.
 

프랑스 특파원 출신 권 후보 "프랑스말 다 잊어버렸다"


1인 미디어의 운영자인 블로거들에게는 최근 정부의 취재 선진화 방안을 둘러싼 논란도 관심거리였다.

 

이와 관련 권 후보는 "언론의 문제는 언론이 스스로 풀어야 한다"며 "이번 취재 시스템은 취재원과의 접근을 차단함으로써 언론 자유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언론은 자기 정화를 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리면 언론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권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뉴미디어와 대안 매체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 실시하겠다"며 "제도 언론이 내게 혹독하게 대했기 때문이 아니라 (언론이) 새로운 시대에 맞춰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 관련 질문 뿐 아니라 "블로그를 직접 하나" "연극이나 영화를 자주 보나" 같은 가벼운 질문도 여러 개 나왔다.

 

특히 "언론사 파리특파원을 했는데 프랑스어를 잘 하나"라는 물음에 권 후보는 "실제로 다 잊어버렸다"며 "오늘 낮에 주한 유럽 상공의회의소 가서도 '불어 잘 하냐'고 해서 '온지 20년이나 됐고 머리에 노동운동 생각밖에 없다'고 해서 넘어갔다"고 웃어 보였다.

 

권 후보는 마무리 발언을 통해 "민주노동당은 블로거들과 함께 할 때 경직성·폐쇄성을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함께 하면 민주노동당이 성장할 것이고 민주노동당이 잘 될 때 대안 언론도 육성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함께 나라다운 나라 제대로 된 나라 만들고 싶다"며 "대통령이 되면 서민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 서민이 행복한 나라, 평화 통일의 시대를 열어가자"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오마이TV>와 <곰TV>, <프리챌>을 통해 생중계 되었다. 행사를 공동 주관한 태터앤미디어와 블로터닷넷은 오는 25일 정동영 후보를 초청해 블로거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태그:#권영길, #문국현, #블로거간담회, #민주노동당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누군가는 진실을 기록해야 합니다. 그 일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