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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재 안동교회 원로목사는 15일 "한국교회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목회자들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한 근본을 살피기보다 다음 주 설교 준비를 위해 설교집을 들추거나 교회 부흥의 방법론을 배우기 위해 몰려 다닌다"고 지적했다.

 

한민족평화선교연구소, 여성목회연구소,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이날 공동 주최한 강연회에서 유경재 목사는 "목회자들이 근본적인 문제를 성찰하고 공부하며 토론하는 자리엔 매력을 못 느낀다"며 이같이 쓴소리를 던졌다.

 

유 목사는 특히 교회 내에서 개인적 회개만 매달릴 뿐, 잘못된 집단의식의 회개는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회개하면 개인이 지은 죄를 회개하는 것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진짜 회개할 것은 집단이 갖고 있는 의식이다. 교회 집단은 잘못된 의식을 교리화 시켜 주입시키고 암송케 한다. 의식을 공고하게 만들 바탕으로 삼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주입된 의식은 집단을 지배하고 행동케 한다"

 

그는 "제대로 된 것을 집어넣으면 문제가 없고 잘 나갈 텐데 잘못된 것을 계속 집어넣어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암암리에 한국교회 집단의식으로 자리 잡은 반공과 친미부터 회개해야

 

유 목사는 "많은 교리들이 문제지만 그 중에서도 반공주의와 친미주의가 암암리에 한국교회 집단의식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 두 가지를 한국교회가 우선적으로 회개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서대문에 위치한 S교회 L 목사를 예로 든 유 목사는 "해당 교회 장로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 장로가 S 교회 목사에게 '목사님 목회 철학이 뭐냐고 물었더니 정직과 반공'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토로한 적이 있었다"며 "조직신학자 의식 속에도 들어가 있을 만큼 기독교 내 '반공' 의식이 깊이 형성돼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한국교회는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을 뿐더러 당연하게 여기는 정서가 팽배하다. 때문에 3․1절 날 시청 앞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드는 의식이 우리 속에 공공연히 자리 잡고 있다"며 한국교회는 이런 의식을 깨트려야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 목사는 아울러 한국교회가 개인구원을 강조한 나머지 공동체성과 관계성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조에(내연적 생명)는 단순히 인간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에게 주어지는 공동체적 생명이기에 개별성보다 공동체성이 강하다. 이것은 인간에게만 주어지는 하늘의 생명이 아니라 삼위일체 하나님과 만물이 함께 이루는 생명이기에 하늘과 땅이 통합된 세계에서의 풍성함에 참여함을 뜻한다"

 

개인구원은 어불성설

 

세포를 예로 든 그는 "세포 하나하나엔 생명이 있음에도 세포 하나를 떼어내면 생명이 끝난다. 즉, 세포가 다른 세포와 연결돼 조직을 이룰 때 개별 세포의 생명이 의미가 있다"며 "삼위일체 하나님이 준 생명의 성격 자체가 공동체성과 관계성을 이룰 때 가능한 생명이다. 때문에 개인구원이란 말 자체는 성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 목사는 "그리스도인은 이원론적 세계관을 벗어나 생명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며 "정의, 평화, 사랑, 폭력추방, 환경보전 등에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폭력추방과 관련, 세계교회협의회(WCC)는 2001~2010년까지 '폭력극복 10년'으로 정했다.

 

WCC는 국가 간 폭력, 국가 내 폭력, 지역공동체 내 폭력, 가정폭력, 교회 내 폭력, 성폭력, 사회-경제적 폭력, 경제 및 정치적 봉쇄로 야기된 폭력, 청소년 간 폭력, 종교 및 문화적 관례에서 야기된 폭력, 법적 구조 내 폭력, 창조를 거스르는 폭력, 인종차별주의 및 소수민족혐오증에서 야기된 폭력 등 13가지 형태의 폭력을 추방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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