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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한반도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한 토론이 열렸다. 한 의원이 '한반도대운하 TF팀' 소속 교수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한반도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한 토론이 열렸다. 한 의원이 '한반도대운하 TF팀' 소속 교수들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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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한반도 대운하' 내홍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15일 대운하 논란을 봉합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찬반 갈등만 더욱 불거졌다. 의총 뒤에도 "의총을 '대운하 홍보회'로 이용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는 이명박 대통령후보가 경선 과정에서 대표로 내세웠던 공약으로 박근혜·원희룡·홍준표 의원 등 다른 후보들로부터 집중 비판을 받은 사업이기도 하다.

당내에서는 "대표공약으로까지 하는 건 무리가 있다", "당의 공약으로 정하려면 무기명 표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 후보 측은 "대운하야말로 국운 융성의 기회"라며 밀어붙이고 있다.

[찬성] '친이' 의원들의 홍보... 이재오 "대운하는 국운 융성의 계기"

한나라당은 대운하 공약을 둘러싼 최근의 당내 논란을 의식해 15일 오후 의총을 열었다.

말이 의총이지 내용은 '대운하 홍보 설명회'에 가까웠다. 당내 갈등 봉합용이란 인상이 짙었다. 

이날 의총에서는 대운하에 대한 당내 찬반이 여실히 드러났다. 의원들 사이에 말싸움이 오가면서 한때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의총은 오후 5시를 넘겨서야 끝났다.

의총에는 박승환 대운하특위 위원장과 장석효 특위 부위원장, 김종복 한국항공대 교수,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이창석 서울여대 교수, 정동양 한국교원대 교수, 조승국 한세대 교수, 추부길 대선준비단 전략자문위원 등 대운하에 찬성하는 전문가들도 자리해 홍보책자와 파워포인트를 통해 공약 설명에 나섰다.

직접 대운하 자전거 탐방에 나섰던 이재오 의원이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이 의원은 동영상까지 동원해 대운하 선전에 열을 올렸다. 직접 분필을 잡고 칠판에 대운하 예정지를 그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대운하로 국토를 크게 재창조하고 이를 국운 융성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대운하를 이 후보의 개인 공약이 아닌 당의 공약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토론에 앞서 이재오 의원이  직접 '한반도대운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1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토론에 앞서 이재오 의원이 직접 '한반도대운하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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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에 대해 하나하나 반대하려면 끝이 없어"

이 의원은 반대 견해를 가진 의원들에게도 "이걸 조목조목 따져서 반대하려면 끝이 없다"며 "대운하 공약의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는 있지만 공약이 되느냐, 마느냐로 논란을 벌이는 것은 정치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승환 위원장은 직접 독일에 다녀온 경험을 얘기하며 대운하 공약을 두둔했다. 박 위원장은 "제가 (운하가 있는) 독일에 직접 다녀와보니 대운하 사업에 대해 1000% 확신을 갖게 됐다"며 "여러 의원들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을 때 독일, 유럽에 다녀오면 아마 1500% 확신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 위원은 "대운하를 두고 콘크리트로 준설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는데, 얼마든지 친환경적으로 할 수가 있다"며 "게다가 운하는 내륙도시 발전, 관광육성, 기업의 물류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친이' 성향의 의원들도 거들고 나섰다.

이병석 의원은 "대운하 프로젝트는 한반도 국토 개조"라며 "국가의 근본적 대개조를 이루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치켜세웠고, 이재창 의원도 "기술적 비용이 유럽과 비교해 얼마나 차이 나는지 등 대운하의 경제적 효과를 분명히 제시해 국민을 설득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 "어떤 기업이 운하로 물류 운송하겠나"-"무기명 표결로 당론 정해야"

15일 오후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열린 '한반도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한 토론 도중 유승민 의원이 토론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15일 오후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열린 '한반도대운하 프로젝트'에 대한 토론 도중 유승민 의원이 토론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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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총에선 반대 의견이 적잖게 터져 나왔다.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대운하 사업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는 유승민 의원은 "이 프로젝트를 당의 대선공약으로 채택할지를 무기명 표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경부·호남·충청운하 중) 경부운하 하나만 보더라도 이 프로젝트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16조원이 든다고 하지만 비판하는 쪽에서는 40조원이 들지 50조원이 들지 모르는 프로젝트라 비판한다. 환경파괴, 식수원 오염 등의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국가재정이 운하건설을 충분히 부담할 수 있겠느냐"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또 유 의원은 "다른 공약은 실현이 불가능 하거나 어차피 집권하면 그대로 안 될 것도 있지만 대운하 사업은 한번 삽질을 시작하면 되돌리기 힘들다"며 "당 지도부가 무기명 표결 주장을 숙고해 받아들여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의 발언에 이병석 의원이 "법안도 아닌데 무슨 비밀표결이냐"며 불만을 제기하자 또 다른 의원이 "의견을 제시하지도 못하느냐"고 맞서면서 분위기가 냉랭해지기도 했다.

역시 친 박근혜 성향인 김성조 의원은 대운하 공약의 경제적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대운하 공약의 핵심은 운하가 물류에 사용돼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으로선 기업이 운하를 물류운송에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상품이 옛날처럼 석탄이나 쌀, 통나무 등 운송시간이 오래 걸려도 상관 없을 때와 달리 지금은 시간이 곧 돈"이라며 "만약 구미에서 휴대폰을 만들어 배를 통해 부산으로 싣고 가서 (중국) 다롄까지 가려면 아마 다음 세대에나 그 휴대폰이 통용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운하가 당의 대표공약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높은 반대여론이 신경 쓰이는 것이다. 김충환 의원은 "대운하 공약은 공약 여러 개 중 중요한 정책 하나쯤으로 들어가면 되지 이걸 꼭 대표 정책으로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며 "만약 이 공약에 대한 국민 설득이 제대로 안될 때는 표가 안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친이' 의원들도 걱정 "내가 봐도 14조원으로 가능할지 의문"

친 이명박 성향의 의원들사이에서도 조심스레 걱정이 나왔다. 차명진 의원은 "제가 봐도 (운하를 만들려면) 최신기술을 써야 하는데 14조원으로 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며 "여기다 기존의 교량들도 정비하려면 비용이 더 늘어날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차 의원은 "환경운동연합에서는 골재채취와 관련해 강 밑이 다 바위라서 자갈이나 모래가 안나온다는데 (골재가 나온다는) 증거를 우리가 내놔야 하지 않겠느냐. 가장 민감한 수질과 관련해서도 입장이 분명하게 정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경 의원도 "가장 논란 됐던 게 식수문제인데 설명이 길고 복잡하다"며 "국민들은 그 설명이 끝날 때까지 귀기울이기가 어렵다. 가장 간명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반도대운하' 문제로 언쟁을 벌였던 이한구 정책위의장과 이재오 의원이 한자리 떨어져 앉아 있다.
 최근 '한반도대운하' 문제로 언쟁을 벌였던 이한구 정책위의장과 이재오 의원이 한자리 떨어져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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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이 대운하 홍보회장이냐" 뒷말도

의총이 끝난 뒤에도 뒷말이 나온다. 의총을 일방적인 '대운하 홍보회'로 이용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의총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이 후보에 대해 '밀어붙인다'는 이미지가 많은데 이를 가늠할 시범 케이스가 바로 이번 대운하에 대한 당내 논란"이라며 "힘의 논리로 밀어붙인다면 두고 두고 (당 결집력의) 누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한 "후보가 정해져 분위기가 살벌하니 의원들이 함부로 (반대) 얘기도 못하고 입조심하고 있는데 대운하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견해가 다를 수 있다'며 "정밀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총에 대운하 찬성론자들만 불러 놓고 설명회를 한 데 대해서도 그는 "심포지엄처럼 할 거 였으면 반대토론 할 사람들도 불러야 하지 않느냐"며 "황당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유승민 의원도 "우리가 암기위주 주입식 교육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는데 의총에서 마치 (대운하에 대한) 주입식 교육을 받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강재섭 위원장, '표결 주장' 일축

한편, 무기명 표결 요구 등 논란에도 당 지도부는 대운하 공약을 그대로 밀어부칠 태세다.

중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재섭 대표는 이날 의총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나 "(의총을 한 이유는) 대운하에 대해 의원들이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설명도 듣고) 하라는 취지였다"며 "결론은 무슨…"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 의원의 무기명 표결 주장에 대해서도 "표결할 게 뭐가 있냐"고 일축했다.


태그:#한나라당, #한반도 대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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