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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조한 문국현, 거리 나가보니..
ⓒ 김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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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서울 신촌에서 민생투어에 나선 (가칭)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길거리 좌판 상인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신촌에서 민생투어에 나선 (가칭)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길거리 좌판 상인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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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투어에 나선 문국현 후보에게 포장마차 상인이 물을 건네고 있다.
▲ 물 좀 드세요 민생투어에 나선 문국현 후보에게 포장마차 상인이 물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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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후보 알아요?"
"요즘 TV에서 보긴 했는데... 잘 모르겠어요."


확실히 문국현 대선 예비 후보에게 가장 높은 벽은 '낮은 인지도'였다. 문 후보는 16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신촌 일대로 민심 탐방을 나섰다. 창조한국당(가칭) 발기인 대회를 연 14일 이후 국민들과 직접 만나는 첫 번째 행사였다.

문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건 지난 8월 23일.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 사이 지지율은 5%대로 올랐다. 현실 정치 영역에서는 그를 지지하는 의원들도 생겼다. 그리고 그를 취재하는 기자들도 대폭 늘어났다. 그렇다면 문 후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어떨까?

이날 나는 문 후보를 취재하며 그의 '뒤'를 밟았다. 문 후보가 시민들을 만나 밝게 웃으며 악수를 하고 지나가면, 나는 뒤에서 그 시민을 붙잡고 이렇게 물었다.

"정말 문국현 후보 알아요?"
"문 후보가 주장하는 내용은 뭔가요?"
"문국현씨가 이명박 후보 대항마로 적당한가요?"


문 후보가 민심을 탐방했다면, 나는 거리에서 문 후보의 인지도를 나름대로 측정해봤다. 국민들의 낮은 인지도는 문 후보에게 최대 약점이다. 지난 9월 말, SBS와 <중앙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한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를 문 후보의 인지도는 49.10%로 낮게 나왔다. 문 후보를 알고 있는 국민은 절반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취재를 마치고 수첩을 열어보니 이날 나는 정확히 28명에게 위의 세 질문을 던졌다. 물론 문 후보는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문 후보의 뒤를 밟은 결과를 정리해 본다.

[첫 번째 질문] "정말 문국현 후보 알아요?"

문국현 후보가 지하철에서 한 여대생과 취업문제와 관련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취업하기 어때요? 문국현 후보가 지하철에서 한 여대생과 취업문제와 관련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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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후보가 자신을 알아본 지하철 승객에게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하고 있다.
▲ '제가 문국현 입니다' 문국현 후보가 자신을 알아본 지하철 승객에게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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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킴벌리 사장했던 문국현입니다. 경제 살려보려고 나왔습니다."

문 후보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늘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름 앞에 '유한킴벌리 사장'이란 수식어 붙이는 걸 빠뜨리지 않았다. 정치 경력이 전무한 문 후보에게 깨끗한 이미지의 유한킴벌리 이력은 유용했다. 사람들에게 "문국현 후보 알아요?"라고 물었을 때 "안다"고 답한 사람들은 꼭 유한킴벌리 이야기를 꺼냈다.

"당연히 알죠. 요즘 TV에 많이 나오던데요. 유한킴벌리 사장하면서 좋은 일도 많이 한 걸로 알고 있어요. 근데 왜 이제야 나왔데요? 이제 나와서 저 멀리 달아난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네요."


신촌에서 만난 이희순(48)씨의 말이다. 문 후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최근 TV에서 봤다"고 했다. 구로동에 사는 김연숙(61)씨는 "요즘 TV에서 봐 알긴 아는데, 호감 비호감을 따질만큼도 아니고 그냥 얼굴만 아는 정도"라고 했다.

지하철 안에서 만난 황인숙(55)·김수연(29) 모녀는 "유한킴벌리는 아는데 문국현은 모른다"고 말했다. 황씨는 "하시던 사업이나 하시지 뭐라고 나오셨냐"고 말했다.

신촌은 역시 대학생이 많았다. 대학생 김용호(20)씨와 강현재(20)씨는 "학교 선생님처럼 모범적 이미지가 있다"며 호감을 보였다. 신촌 현대백화점 인근 노점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우홍주(56)씨도 "사람이 정직해 보인다, 정직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좋지, 아무나 뽑으면 되나?"고 말했다.

28명 중 3명은 "인간 문국현을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두 번째 질문] "문 후보가 주장하는 내용은 뭔가요?"

신촌의 한 포장마차에서 문국현 후보가 '밤빵'을 사고 있다.
▲ 한 봉지 더 주세요 신촌의 한 포장마차에서 문국현 후보가 '밤빵'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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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출마 선언 2개월 만에, 시민들에게 메시지까지 심어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문 후보에게도 해당됐다.

문 후보를 안다는 시민들에게 "그의 주장을 알고 있냐"고 물었을 때 알고 있는 사람은 3명에 불과했다.

김성주(48)씨는 "21세기에 삽질로 땅 파고, 운하 만들어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명박 후보보다 문 후보의 중소기업 육성과 지식산업 중시가 우리나라에 훨씬 이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의 정책은 몰라도 사람들은 그의 깨끗한 이미지를 높게 평가했다.

신촌에서 속옷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1)씨는 "사람이 선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 길을 걷다 스스로 문 후보에게 악수를 청한 김금례(59)씨는 "TV보다 훨씬 젊어 보이고, 태도와 눈빛 모두 정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원경(21)씨와 이지원(20)씨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문국현 같은 사람이 되라'고 말했다"며 "유한킴벌리와 함께 문 후보는 정직한 이미지를 준다"고 말했다.

[세 번째 질문] "문국현씨가 이명박 후보 대항마로 적당한가요?"

"어쨌든 이명박 후보는 아닌 것 같다. 이 후보와 문 후보가 운영했던 회사만 봐도 문 후보가 나라 살림에 더 보탬이 될 것 같다. 근데, 과연 이 후보를 이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신촌 노점에서 밤빵 장사를 하는 양기종(41)씨의 말이다. 양씨의 얼굴은 회의적이었다. 이처럼 문 후보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사람들도 위의 질문에는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김은경(52)씨는 "나는 문국현 후보를 찍겠지만 정당의 힘이 약해서 당선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호감가는 사람인데, 너무 늦게 출마했다"고 덧붙였다.

지하철 안에서 문 후보와 짧은 이야기를 나눈 정민혜(24)씨도 "문 후보는 낮은 곳에서부터 열심히 활동하는 정직한 사람이지만, 현재 거대한 후보들이 많아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명진권(25)씨는 문 후보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시사주간지 <시사IN>을 들고 있다가 신촌역에서 문 후보와 마주쳤다. 명씨는 "문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 맞설 유일한 인물"이라며 문 후보를 추켜 세웠다.

이번주 <시사IN>의 커버스토리 제목은 '문국현의 행복한 상상'이다. 이를 본 문 후보는 "모든 국민이 행복한 상상을 해보길 바란다"며 웃었다.

앞으로 대선까지는 남은 시간은 60여일. 문 후보의 행복한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우선 낮은 인지도를 높여야 한다. 구름 같은 인파도 없고 사인 공세를 펼치는 사람도 없었던 문 후보의 이날 민심 탐방은 이 점을 뚜렷이 보여줬다.

16일 오후 민생투어에 나선 (가칭)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영등포구청 지하철역에서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16일 오후 민생투어에 나선 (가칭)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가 영등포구청 지하철역에서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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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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