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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코리아연구원' 주최로 '제2차 남북정상회담 전문가 평가회의'가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종전 선언의 당사자 문제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쟁이 벌어졌다.
16일 '코리아연구원' 주최로 '제2차 남북정상회담 전문가 평가회의'가 전문가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종전 선언의 당사자 문제를 둘러싸고 상당한 논쟁이 벌어졌다. ⓒ 김태경

 

10·4 남북정상 선언의 내용 가운데 중국 배제 가능성을 시사한 종전 선언의 당사자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 '새로운 코리아구상을 위한 연구원'이 주최한 '2차 남북정상회담 전문가 평가회의'에서는 이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20명의 외교·안보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가 참석해 남북 정상회담 전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논쟁은 종전선언의 당사자 문제에 집중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관련 당사국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을 3자 또는 4자라고 한 것은 상당한 외교적 실수"라며 "문안을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들은 "중국을 끼워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홍익표 통일부장관 정책 보좌관은 사견임을 전제로 "중국이 1953년 정전협정에 서명했던 게 자동적으로 종전 선언에 참가할 수 있는 보증수표는 아니다"라며 "중국이 종전 선언에 참가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 선언 4항에는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다.

 

3자는 기본적으로 남북미를 의미하는 것으로 청와대가 설명했고 중국이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로 한반도 정전협정의 체결국이다"며 "정전협정의 변경과 관련한 선언에서 중국이 빠진다면 어떻게 평화를 논의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체제와 관련된 문제에서 중국이 중요한 역할을 발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빠질 수 없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말한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공식 반응보다는 훨씬 강경했다.

 

"중국, 한국 정부에 외교경로 통해 강력 항의"

 

익명을 요구한 한 한 전문가는 이날 토론회에서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중국 정부가 종전선언 3자론이 자신을 배제할 가능성에 대해 여러 외교 경로를 통해 강하게 한국 정부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전했다.

 

이 전문가는 "9일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종전 선언 당사자 문제에 대한 발언은 대단히 강력한 의사 표현"이라며 "차이나 패싱(China passing·중국 따돌리기)에 대한 우려가 많은 상황에서 이런 말이 나오니까 대단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윤병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지난 9일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을 만나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의심을 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중국의 외교라인의 지휘부가 공산당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종전선언 당사자 문제에 대해 특히 중국 공산당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며 "9·19  공동 성명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별도 포럼도 있는데 이 틀을 뛰어넘는 접근을 해서 외교적 파장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적절한 당사자' 등의 표현이 있었는데 3자 또는 4자로 한 것은 잘못이고, 이후 한국 정부의 해명 과정도 문제가 있었다"며 "중국은 한국이 국내 정치용으로 종전 선언을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이 쇠고기 협상에서 양보하는 대신 미국으로 하여금 3자 종전선언에 참석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8일 "우리 정부의 입장은 중국이 동의한다면 4자 추진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과 내가 만나서 하면'이라는 제안이 한번 있었기 때문에 3자라는 표현이 들어갔고, 남북 모두 중국의 의사만 있다면 중국이 들어오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열어놓는다는 의미에서 4자도 넣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천 대변인은 지난 5일 브리핑에서는 "당초 3~4자안은 북측에서 제안한 것"이라며 "중국의 경우 빠질 수도 포함될 수도 있으며, 중국이 원하면 포함될 수 있다고 열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큰 논란이 벌어졌다.

 

이 전문가는 "한국 정부가 이렇게 무마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본심'이 무엇인지 의심을 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정전 협정 서명이 종전선언 참석 보증 수표 아니다"

 

서보혁 이화여대 이화학술원 전임연구원은 "3자 또는 4자 논란이 나온 것은 현 정부가 임기 안에 성과를 내려는 조급증에서 빚어진 사건"이라며 "국제법적으로 보거나 지정학적 여건을 봤을 때 중국 배제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구갑우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3자 또는 4자라는 표현으로 외교적으로 상당한 낭비가 발생했다, 문안을 꼼꼼히 챙기지 못한 관련자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김정일 판 '(동북아)균형자론'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는 "3자·4자로 이렇게 논란이 벌어지니 김정일이 성공했다"며 "북한이 3자 또는 4자를 쓴 것은 중국을 겨냥했겠지만 정작 문제는 한중간에 생겼다, 중국은 북한에게 별 소리 못하고 한국 정부에 항의할 것이고 우리 정부가 중국에 설명할 게 많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튼 중국과 미국을 제일 잘 다루는 나라는 북한"이라고 말해 장내에 웃음이 번졌다. 

 

최지영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 외교부 논평이나 '우리 역할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인민일보> 사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경했다"며 "만약 북한을 통해 당사자가 누군인지 정확히 확인했다면 이 정도 논평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홍익표 통일부 장관 정책 보좌관은 "3자 또는 4자에 주목하지 말고 선언 4항의 앞 쪽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남과 북이 주도해 한반도에서 종전 선언을 하겠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견임을 전제로 "중국이 1953년 정전협정에 서명했다는 게 자동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에 참여할 수 있는 보증수표는 아니다"라면서 "중국이 종전 선언에 낄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중국이 북한에 원조를 하고 있지만 그것은 북중 관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종선 선언 참가의 대가는 상당히 구체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가 3자 또는 4자가 의미하는 국제적 맥락도 모르고 그냥 서명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홍 보좌관은 "그렇지 않다, 충분히 여러가지를 고려해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0월 북한 핵 실험 뒤 중국의 유엔제재 참가 등 북중 갈등을 염두에 둔 듯 그는 "당사자 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문제 제기는 북한이 알아서 처리해줄 것"이라는 말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3자·4자가 논란인데 강조점은 한반도에 있다"며 "종전 선언 문구를 유연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 발언에 대해 서 전임연구원은 "이렇게 외교적 분란이 발생하는데 유연하게 해석하라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고,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중국에게 지분 값을 내고 종전 선언에 참가하라는 주장은 말이 안되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중국을 왜 당연하다는 듯 끼워줘야 하는가?"라며 "북한에서 중국군의 철수, 정전위에서의 탈퇴 등으로 당사자 논리라는 측면에서 중국은 낄 자리가 없다"고 주장했고, 최 교수도 "중국을 굳이 끼워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3자는 북미중일 가능성 있다…북한 의도 눈여겨 봐야"

 

이런 논란 와중에 3자는 한국을 배제한 북미중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은 수십년간 문서만 만들던 나라다, 문구를 그냥 쉽게 넣지 않는다"라면서 "3자 또는 4자에 대해 남쪽이 너무 호의적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합의에 대해 양쪽이 다 불만을 갖거나 한 쪽은 불만이고 다른 쪽은 만족하는 경우가 많은데, 양쪽 다 만족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그런데 이번 정상 선언에 대해서는 남북 양쪽 다 만족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기본적으로 북미 2자로 생각한다, 여기에 누구를 끼워줄지는 북한 마음"이라며 "내 생각에 3자는 북미중 같다, 특히 올 대선에서 야당이 집권하면 한국은 배제하겠다는 의도가 종선선언 3자라는 문구에 들어있는게 아닌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상회담 선언 맨 마지막에 정상들이 수시로 만나자고 되어있는데 이는 노 대통령 임기 안에 자주 만나자는 뜻이지, 차기에 야당이 집권했을 때도 수시로 만나자는 뜻은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북한은 아마도 중국에게 종전선언 당사자를 3(북미중)+1(한국)로 설명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은 북한의 본심이 무엇인지 의심할 것이다, 북한은 올 1월 베를린에서 북미 접촉을 한 뒤에도 핵심 내용을 아직 중국 정부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홍익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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