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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 푸른 생선들 있죠? 고등어, 꽁치, 멸치 등 많은데요. 이 고기들의 특색이 등은 푸르지만 배는 모두 은백색입니다. 왜 그럴까요?”
“……”

 

“이것들은 모두 보호색을 띤다는 것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표면을 거의 기다시피 하는 꽁치가 낚시꾼들의 눈에 보이질 않잖아요. 등이 바닷물과 같은 푸른색이기 때문입니다. 하늘을 나는 갈매기 등 천적으로부터 보호받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반면 이것들의 배는 한결같이 은백색이에요. 바닷속에 사는 천적 물고기들이 먹잇감을 구하려고 위를 올려다봤을 때 하늘색과 섞어져 알아보질 못합니다. 다 보호색 덕분이죠.”

 

설명을 듣고 있던 관람객들이 그제서야 알았다는 듯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신기해한다.

 

 

“여기를 보십시오. ‘은숭어’입니다. 이런 숭어 본 적 있나요? 원래 숭어는 이 색깔이 아니잖아요. 짙은 회색이잖아요. 그런데 하얀 자갈이 깔린 이곳 수족관에 와서 보호색을 띤 것입니다. 여기 색깔이 덜 하얀 것은 이 수족관으로 나중에 들어온 신입(?)이죠. 이렇게 같은 종이라도 몸의 색깔이 다른 것은 살아남기 위해서 주변 환경과 같은 색으로 변한 탓입니다.”
“아하!”

 

“여기 ‘용치놀래기’는 무리 중에서 수컷이 죽거나 없어지면 튼튼한 암컷 한 마리가 수컷으로 성전환을 합니다. 종족번식을 위한 것인데요….”

 

양정웅(67)씨. 그는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에 있는 무술목과 전남해양수산과학관에서 바다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주는 ‘바다해설사’다.

 

문화유산해설사나 숲생태해설사 등에 비해 생소하기만한 바다해설사는 지난 2005년 여수에서 처음 생겨난 것. 여수시와 여수시노인복지회관에서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일자리 창출사업의 하나로 시작, 올해 3년째 해오고 있다.

 

“여수에 처음 생긴 거라 막막했었습니다. 여수수협에서 정년퇴임을 했습니다만 제가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죠. 체계적으로 정리된 학습서도 없죠. 마땅히 가르쳐줄 사람도 없죠. 한 마디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의 과도기를 거쳐 지금은 어엿한 ‘바다해설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처음에 탐탁치 않게 생각하던 해양수산과학관에서도 단체관람객이 몰려올 땐 먼저 해설요청을 해올 정도라고.

 

 

현재 바다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노인은 모두 20명. 수협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고 수산업, 기업체 임직원,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신 직업을 지니고 있다. 모두가 서류심사와 엄격한 면접절차를 거쳐 뽑혔다.

 

“지금은 모두가 자긍심을 갖고 있어요. 제대로 된 해설을 위해 틈틈이 자료를 찾고 인터넷카페도 개설해 정보도 공유하고. 우리 자신의 말투와 행동이 지역의 이미지로 직결된다는 생각에서 옷차림 하나까지도 꼼꼼히 신경을 쓰고 있답니다.”

 

수산물가공 수출업을 하다가 그만두고 바다해설사들의 모임인 ‘한국바다해설사진흥회’를 이끌고 있는 문영하(74) 회장의 자랑이다.

 

 

“개인적으로 여가를 선용할 수 있어 좋지. 그런데 그 보다 더 좋은 것은 관광객들이 설명을 듣고 가면서 ‘잘 배우고 갑니다’라고 인사를 할 때야. 그럴 땐 정말 가슴 뿌듯해.”

 

GS칼텍스에서 퇴직을 하고 바다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권채(70)씨의 이야기다.

 

바다해설사들은 과학관에서 해설만 하는 게 아니다. 지역신문 기고 등을 통해 ‘재미있는 물고기 이야기’를 연재하며 바다와 물고기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고 있다. 짬이 날 때마다 무술목 해안의 쓰레기를 주우며 바다환경정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문영하 회장은 “바다해설에 참여하고 있는 노인들은 늙은 노인(老人)이 아닌 노력하는 노인(努人)으로 살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며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에서도 바다해설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해양·수산 문화의 과거·현재·미래 볼 수 있는 전남해양수산과학관
 

 

바다해설사들이 활동하고 있는 전남해양수산과학관은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시설을 고루 갖춘 해양·수산문화의 산 교육장이다. 신비스럽기만 한 바다 속을 여행하며 해양·생태학습을 할 수 있고 우리 해양·수산문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꺼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전시 수조에는 해산어류와 담수어류 1500여 마리가 살고 있다. 각종 어패류·해산 포유류·전복진주 등 3500여점의 박제는 바다생물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잊혀가는 옛 어구류는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특히 살아있는 멸치를 보는 것은 이 곳을 찾는 관람객들의 행운이다. 물에서 올라오면 금세 죽어버리는 특성 탓에 멸치를 수조에서 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과학관에서 수많은 연구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멸치 사육에 성공했다.

 

종묘배양장에서는 종묘의 생성과정과 치어 및 전복, 전시어류, 방생어류의 사육과정을 보고 각종 어패류 양식과정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해양수산과학관 뒤쪽으로 돌아가면 소나무숲과 몽돌밭을 밟으며 무술목을 넘나드는 생생한 바다를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 전남해양수산과학관 찾아가는 길
○ 호남고속국도 동순천 나들목-여수공항 입구-석창사거리-여수시청-돌산대교-전남해양수산과학관(돌산대교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


태그:#바다해설사, #전남해양수산과학관, #무술목,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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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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