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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0월16일)는 하루 종일 내가 살고있는 아파트 건너편 고양시청 쪽에서 격렬한 톤의 투쟁가요가 확성기를 타고 밤 늦게까지 울려 퍼졌다. 웬 일일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궁금증이 있었고, 괜히 마음이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었다. 9시 뉴스를 통해 고양시청 앞에서 벌어졌던 노점상들의 격렬한 시위와 고양시청 진입투쟁을 알 수 있었고, 나는 오늘 그 곳으로 달려가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계속되는 '전국노점상연합회'(전노련)의 투쟁의 현장을 지켜볼 수 있었다.

 

지난 10월 12일 새벽 고양시 한 공원에서 목을 매 자살한 붕어빵 노점상 고 이근재씨에 대한 소식을 시위에 참가한 어떤 노점상 아저씨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이근재씨는 IMF 때 실직을 하여 부인과 함께 떡볶이와 붕어빵을 파는 노점을 하며 자식들을 대학까지 보내면서 살림을 돌보아 왔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 11일 올 해 들어 수 차례 단속을 펼쳐왔던 고양시는 400여명의 용역직원들을 동원하여 대대적인 폭력적 단속을 벌였고, 이 와중에 고인은 부인과 함께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붕어틀이 부서지고 가판이 조각나고, 리어카를 지키려다 길바닥에서 얻어터지며 울부짖었다는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매어짐을 느낀다.

 

17일 고양시청 정문 앞에는 바리케이드용 컨테이너 4개가 'ㄷ' 자 형태로 놓여있고, 커다란 포크레인 두 대가 전날 부서진 정문을 수리 한답시고 바닥을 뚫으며 굉음을 내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초조하고 긴장한 눈빛의 전경들이 방패를 둘러 막아선 채 어쩌면 이 땅의 제 아비 어미들일지도 모를 노점상들을 코 앞에서 노려보고 있다.

 

오후 1시가 넘어서자 전국 곳곳에서 몰려들고 있는 전노련(전국노점상연합회) 회원들의 모습이 고양시청 앞 나들목 5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가슴엔 검은 근조(謹弔) 리본을 달고, 머리엔 단결투쟁의 머리띠를 묶고, 깃발을 앞세워 길다란 대오를 이루며 고양시청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어제는 전노련 회원 3천여명이 시청 청사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하여 20여명이 다쳤으며 경찰도 10여명이 다쳤다. 경찰은 시위대 중 13명을 체포했다고 한다. 이날의 분위기도 어제 못지않게 심상치 않은 상황으로 치닫는 듯 하다.

 

강현석 고양시장은 "시민의 휴식공간을 잠식하는 노점상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강력한 단속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더군다나 지난 7월 대대적인 노점상 단속을 위해 30억원을 예산으로 책정했다고 한다.

 

먹고살기 힘든 빈민들을 거리의 노점에서조차 몰아내고 가난한 자를 죽이는 일방적인 빈민정책의 단속만능주의적 횡포, 그리고 빈부의 사회적 양극화를 급속히 양산하는 오늘 이 나라의 시장 만능주의가 곧 백성(국민)을 주인으로 여기며 살피는 민주주의란 말인가?

 

이것은 누구의 민주주의이며, 그 민주주의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왜 이땅의 민주주의라는 허울은 가난한 민중을 생존의 벼랑으로 몰이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높은 자살율로 민중의 그 고단한 삶을 증거하게 만들고 있는가.

 

이날 고양시청 앞에는 왠지 불안한 느낌이 감도는 전노련 투쟁의 현장 속에서도 식구들 먹여 살리기 위해 커피며 음료수를 팔고 계신 할머니, 아주머니들의 모습을 군데군데 볼 수 있었다. 정녕 이 땅 민초들의 모습은 이리도 고단해야만 하는가? 이 나라 민주주의는 이런 것인가?


#사회#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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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에 걷기 좋은 길을 개척하기 위한 모임으로 다음 카페 <고양올레>를 운영하는 카페지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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