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UN이 정한 세계 빈곤 철폐의 날을 맞아 17일 빈곤계층 시민들과 관련 시민단체들은 '빈곤심판 민중행동'을 열었다.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전과 오후 기자회견과 대규모 집회 등을 개최해 "빈곤층도 이제 기본적 삶의 권리를 찾자"고 주장했다.
 UN이 정한 세계 빈곤 철폐의 날을 맞아 17일 빈곤계층 시민들과 관련 시민단체들은 '빈곤심판 민중행동'을 열었다.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전과 오후 기자회견과 대규모 집회 등을 개최해 "빈곤층도 이제 기본적 삶의 권리를 찾자"고 주장했다.
ⓒ 이민정

관련사진보기


"20점 정도? 그것도 후하게 줘서요(웃음)."

유의선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 사무국장은 현 정부의 복지정책에 점수를 매겨달라고 하자 이처럼 말했다.

유 국장은 "참여정부 들어 장애인활동보조인제도, 노인연금 등 여러 가지 복지 정책이 나오기는 했지만, 실제로 빈곤층이 살아가는 데 실질적 도움은 안 된다"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요소가 충족되지 않으면, 복지정책은 아무리 많아도 소용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무조건 도와준다'는 시혜적 측면이 아니라 교육이나 의료 등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라며 "일을 통해서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노점상 단속을 비관해 자살한 이근재씨의 이야기를 꺼내며 주거·의료 등 사회서비스가 제 값을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17일 하루 동안 그를 따라다니며 그가 참여정부의 복지정책에 강한 불만을 갖는 이유를 알아봤다. 이날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이다.

[오전 10시 30분] 4인 가족 최저생계비가 겨우 126만5848원?

'빈곤심판 민중행동' 행사 참석자들은 주거, 의료, 구직 등 빈곤층이 주로 요구하는 사회 서비스를 확충할것을 촉구했다.
 '빈곤심판 민중행동' 행사 참석자들은 주거, 의료, 구직 등 빈곤층이 주로 요구하는 사회 서비스를 확충할것을 촉구했다.
ⓒ 이민정

관련사진보기


“빈곤율을 현재 한국의 인구와 대비해보면, 남한 인구(4813만명) 중 1121만명이 빈곤에 처해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 4명 중 1명이 빈곤층인 셈이다.”

유 국장은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 번째 발언자로 나섰다. 세계 빈곤 퇴치의 날을 맞아 '빈곤심판 공동행동'에 열린 날이다.

그는 정책교육팀이 지난 10월 발표한 적정생계비 실태 결과 등을 발표하면서 최저생계비의 비현실성을 꼬집었다.

"2008년도 4인가구의 최저생계비로 책정된 월 126만 5848원은 전년에 비해 5% 오른 액수지만,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인상폭은 2% 수준에 불과하다. 최저생계비는 계속해서 바닥으로만 향하고 있다. 최저생계비의 애초 목적인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지원'은 사라졌고, 생계비 지원을 통해 죽지 않을 정도의 삶만 유지하고 있다."

그는 "올해 저소득계층의 적정생계비를 조사한 결과 평균소득의 57%였다”며 “하지만 평균소득의 절반도 벌지 못하는 인구가 전체의 23.3%로, 남한 전체 인구 4813만명 가운데 1121만명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빈곤 해결의 출발점은 턱없이 낮게 설정된 빈곤의 기준선을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는 빈곤과 소득 불평등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드러내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빈곤사회연대(준)·전국빈민연합·주거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등으로 구성된 '빈곤심판 민중행동' 조직위원회가 주최했다. 이들은 빈곤을 확대하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정부에 맞서 투쟁하고 기본 생활권 쟁취를 위해 관련 단체들 간에 연대할 뜻을 밝혔다.

[오후 3시] "애는 커가는데 식비는? 내년이면 계약만료인데 전세값은?"

200여명 참석자들은 서울광장에 텐트를 세워 "No 빈곤"이라는 글귀를 완성했다.
 200여명 참석자들은 서울광장에 텐트를 세워 "No 빈곤"이라는 글귀를 완성했다.
ⓒ 이민정

관련사진보기


"'No'의 알파벳 o(오) 해당하시는 분들은 왼쪽으로 이동해주시고, '빈곤'의 '곤'자가 너무 오른쪽으로 간 것 같습니다."

오후 4시께 유 국장의 목소리가 서울시청 앞에 울려퍼졌다. ‘No 빈곤’이라는 대형 글귀를 야광 연두색 텐트 100여개를 이용해 서울광장에 쓰려고 하니, 참석자 200여명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이크를 쥔 유 국장의 지시에 따라 'No 빈곤'이라는 글귀가 30여분만에 잔디광장 위에 완성됐다. 대형 모음과 자음 옆에 참석자들이 깃발과 대형 플래카드를 들고 섰다.

이날 행사는 빈곤 문제와 관련된 단체들이 모여 ▲기본생활권 보장 ▲최저생계비 현실화 ▲의료급여 개선 ▲공공서비스 확충 ▲수도와 전기 등 필수서비스 무상 제공 ▲최저임금 현실화 ▲비정규직법 철회 ▲노점상 및 노숙인 통제 중단 ▲사회주택정책 실시 ▲금융채무 완화 등 10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유 국장은 "이제 빈곤층도 권리를 말할 때"라며 "직접 행동을 통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자 각 단체들이 연대했다"고 대규모 행사의 배경을 밝혔다.

행사장에는 '금융채무 해우소' 텐트가 섰다. 이 곳에서는 채무에 시달리는 서민들에 대한 상담이 이뤄졌다.
 행사장에는 '금융채무 해우소' 텐트가 섰다. 이 곳에서는 채무에 시달리는 서민들에 대한 상담이 이뤄졌다.
ⓒ 이민정

관련사진보기


이날 행사에 참석한 단체들은 서울시청 앞에 각각 부스를 설치해 현행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서울시민들을 상대로 홍보전을 열었다.

의료급여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은 "지난 7월 1일부터 바뀐 의료급여제도가 수급자의 건강권을 되레 해치고 있다"면서 의료비 본인부담제·선택병원제·파스비 비급여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사회당이 설치한 '불안사전' 게시판에는 "내년이면 계약만료, 전셋집 빼라는데 어디로 이사가나" "커가는 아이의 식비" "나날이 오르는 등록금과 집세, 이러다 대학 졸업 못하지" 등 시민들의 토로가 적혀 있었다. 이 외에도 "빈곤을 매우 쳐라" 등의 피켓을 세워놓고 거리 선전전을 펼쳤다.

금융채무와 사회적 책임을 위한 연석회의 '금융채무 해우소' 텐트를 설치해 빚에 시달리는 빈곤층을 위한 상담 부스를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각 단체 관계자들의 연대 발언을 들은 뒤 오후 6시께 행사를 마무리지었다.

“오세훈 시장은 노숙인철거반 반장?”

서울에 거주하는 노숙인과 인권단체들은 17일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을 상대로 "순찰대 운영, 거리급식 중단 등 노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서울시의 노숙인 정책을 비판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노숙인과 인권단체들은 17일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을 상대로 "순찰대 운영, 거리급식 중단 등 노숙자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서울시의 노숙인 정책을 비판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 이민정

관련사진보기


서울시에 거주하는 노숙자 1명과 7개 인권단체들이 17일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서울시가 '경제문화도시마케팅'이라는 정책에 따라 거리 노숙인을 시설로 집어넣어 청소하려 했고, 그것을 마치 지원인 양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겨냥해 "노숙인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과 편견을 버리라"며 "노숙인 근절이라는 근시안적인 대책에만 관심갖지 말고, 지속적인 보호를 통해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서울시 노숙인 순찰대는 거리의 노숙인들에게 폭력과 폭언을 행사하고 신체 및 이동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수용시설 일변도의 정책, 거리급식의 일방적 중단 등 서울시의 노숙인 관련 정책 또한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인권위 진정의 배경을 밝혔다.

진정서 접수에 앞서 국가인권위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노숙 생활을 했던 이들이 직접 참가해 직접 겪은 서울시의 인권침해 사례를 발표했다.

김학식(60·남)씨는 "영등포 공원에서 잠을 자고 있으면 순찰대가 5~6명씩 몰려와 팔과 다리 등을 잡아서 공원 밖으로 끌어냈다"며 "새벽 4시께 찾아간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노숙인 쉼터의 문도 잠겨 있어서 잠을 자려 했을 뿐인데 공원에서 쫓겨났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서울시에서 권장하는 노숙인 쉼터 생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살아보려고 쉼터에 들어갔지만 4명이 정원인 5평도 안 되는 방에 6~7명이 생활해야 했다"며 "항의를 해도 '예산이 없어 어쩔 수 없다'고만 하니 쉼터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우정 '한울타리회' 총무는 "지난 6월 노숙인 단체들이 서울시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시청 앞에서 1인시위와 촛불문화제 등을 진행했지만 서울시는 오히려 노숙인들을 탄압하고 있다"며 "이제부터 오세훈 서울시장을 '노숙인 철거대책반장'이라고 부르겠다"고 비난했다.

'노숙인 복지와 인권을 실천하는 사람들' 등 인권단체들은 매주 서울역에서 금요 촛불문화제 등을 실시해 서울시의 노숙인 관련 정책 개선을 촉구할 방침이다.


태그:#빈곤심판 공동행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