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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부가 도리깨로 들깨를 털고 있는 모습
농부가 도리깨로 들깨를 털고 있는 모습 ⓒ 이인옥

 

가을의 농촌 들녘은 온통 황금벌판을 이루고 있다. 누렇게 익은 벼의 모습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답다. 자연이 만들어낸 가을빛에 마음을 빼앗긴 지 이미 오래다. 대자연을 온통 가을 색으로 곱게 물들인 가을, 그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매일 매일 마당에 나가 황금빛 물결 출렁이는 들판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가을이 내게 주는 선물이다.

 

농촌에서 나고 자라 늘 보았던 들녘의 모습이지만 매년 느낌이 다르다. 어쩌면 나이 탓이겠지만 더욱더 소중하고 새롭게 다가오는 농촌 들녘을 바라보노라면, 왠지 마음에 평화가 오고 행복이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들녘이 그려내는 형형색색의 가을빛이 너무 고와 따라나섰다.

 

 부부가 마당에 깨를 널고 도리깨질로  터는 모습
부부가 마당에 깨를 널고 도리깨질로 터는 모습 ⓒ 이인옥

일요일이던 지난 14일, 카메라를 들고 충북 청원군 강내면을 시작으로 연기군 전동면까지 길을 훑었다. 들길을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 들판에 서서 농부들의 도리깨질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내가 아닌가. 고향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한참을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농부님께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도리깨질 모습이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지역은 농촌이지만 과일농사를 많이 짓기 때문에 깨나 콩을 터는 도리깨질 모습을 오랫동안 볼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고향 생각이 절로 난다. 어렸을 때 콩을 털기 위해 하던 도리깨질 추억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묻어난다. 그때는 도리깨질을 혼자보다는 둘이서 박자를 맞추며 했다. 한 사람의 도리깨가 콩을 두드리기 위해 바닥으로 떨어지면 다른 한 사람의 도리깨는 이미 바닥을 치고 하늘로 높이 솟아오른다.

 

 밭에서 일하는 농부의 모습
밭에서 일하는 농부의 모습 ⓒ 이인옥

 

그렇게 탁탁 소리를 내며 공중을 휘돌아 콩을 두드리면 콩깍지에 갇혀 답답해하던 콩들이 마당으로 튀어나와 어린아이처럼 펄쩍펄쩍 뛰어노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땀 흘리며 도리깨질을 한 후 먹는 밥은 또 얼마나 맛이 있던지, 돼지라 놀려도 꼭꼭 눌러 담은 밥 한 사발을 다 먹곤 하였다.

 

도리깨질과 벼말리기 농부가 도리깨질로 농산물을 털고 있는 모습(왼쪽)과 길가에 탈곡한 벼를 널고 가래로 말리는 모습.
도리깨질과 벼말리기농부가 도리깨질로 농산물을 털고 있는 모습(왼쪽)과 길가에 탈곡한 벼를 널고 가래로 말리는 모습. ⓒ 이인옥
 

그 때문인지 지금도 가족이나 주변사람이 알아줄 정도로 밥을 잘 먹는다. 그렇다고 비만 걱정은 하지 않는다. 꾸준히 운동을 하기 때문에 적당한 체중을 유지할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먹는 즐거움, 사람이 살아가면서 누려야 할 행복이 아니던가.

 

남편과 함께 농촌 들녘을 하루 종일 누비고 다녔다. 아름다운 들녘과 고향냄새 물씬 풍기는 농부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위함이다. 콩은 콩이라서 정답고 들깨는 고소한 향기를 전해주기에 반갑고 노란 황금벌판은 아름다운 가을을 느낄 수 있기에 즐겁다. 거기에 농부들이 땀 흘려 일하는 모습은 또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가.

 

 농부들이 밭의 터럭을 태우는 모습
농부들이 밭의 터럭을 태우는 모습 ⓒ 이인옥

농촌 들녘에서 가을을 툭툭 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도리깨질을 하는 그들의 모습이 가을을 닮았다. 아름다운 가을이 농촌 들녘에서 툭툭 떨어져 나와 한바탕 축제를 연다.

 

 밭에서 콩을 따는 모습
밭에서 콩을 따는 모습 ⓒ 이인옥

 

가을은 너그러운 어머니 마음 같다. 모든 것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포옹하는 가을을 닮고 싶다.


#농촌#들녘#가을#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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