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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것에 익숙한 어른이라도 '철학'하면 고리타분하고 골치 아프다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도대체 어른들은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은 골치 아픈 생각들을 왜 하며 사는 것일까?’라고 생각해 본 어린이들이나 ‘난 도무지 골치 아픈 일은  질색이야’라는 어린이들이 <우리는 말썽꾼이야>를 읽게 된다면 "어? 이런 것도 철학인가? 그러면 철학은 어른들만 하는 게 아닌가 보네"라는 생각을 품게 될 것이다.

 

그렇다. 어쩌면 철학은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을 위한 재미난 생각잇기 놀이인지도 모른다. 어린들만큼 호기심과 궁금증 그리고 생각이 많은 어른은 흔치 않을 테니까.

 

예진아빠의 철학동화 첫 번째라고 작은 제목이 붙은 <우리는 말썽꾼이야>는 천사원이라 불리는 고아원의 동갑내기 단짝 친구며 말썽쟁이인 모길와 재구가 겪는 사건을 통해서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가는 것, 스스로 선택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풀어내고 있다.

 

다른 동화와 다른 점이라면 각 장마다 아이들과 어른은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 를, 동화 속 주인공과 같은 또래인 예진이와 아빠의 대화 형식으로 되짚어 보는 장면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린이는 어떻게 철학을 시작 할 수 있을까?

 

‘왜?’라고 의문을 갖는다면 이미 꼬마 철학자

 

대부분 철학이라고 하면 어려운 주제를 어려운 말로 풀어내야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철학은 생각만큼 어렵거나 먼 학문이 아니다. 생활속에서 ‘왜 그럴까?’라는 궁금증이 일어 그 궁금증을 풀려고 누군가와 의견을 나누거나 혼자 골똘히 해답을 생각해 본다면 그것이 곧 철학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왜 그럴까?’하는 의문을 품은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맨날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할까?’, ‘왜 사람은 잠을 자야 하는 것일까?’, ‘왜 아침에는 해가 뜨는 것일까?’ 등 궁금한 점이 생겨난다면 이미 철학을 할 준비가 된 것이다.

 

철학동화 <우리는 말썽꾼이야>는 어려서 고아원에 버려져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나는 4학년 남자애들 모길이와 재구의 이야기이다.

 

고아원 원장의 잔소리가 지겹기만 한 모길이와 재구는 단짝이 되어 말썽을 부린다. 다리가 성치 않은 성재를 골탕 먹이고, 서울서 전학 온  같은 반 주희의 생일 선물을 마련하려고 남의 강아지를 훔쳐다 팔기도 한다. 그런 그들에게 1학년이었던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어버린 서울 아줌마가 입양을 위해 고아원에 나타난다. 자신의 아이와 같은 나이인 모길이와 재구, 둘 중 한 아이를 입양하려는 서울 아줌마가 나타나면서 둘의 사이는 멀어지기 시작한다.

 

원장이 서울 아줌마에게 재구가 더 괜찮은 아이라는 말을 하는 것을 우연히 엿듣게 된 두 아이들은 서로 입양되기 위해 아줌마에게 잘 보이려는 계책을 꾸민다. 조금 더 생각해 보고 둘 중 한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간 아줌마의 지갑을 훔친 모길이는 서울로 아줌마를 찾아가 이틀을 함께 지낸다. 그 후 아줌마는 모길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하고 모길이를 데리러 온다.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책은 모길이가 고아원을 떠나 서울로 갔는지 지겹기만 하던 고아원에 그대로 남았는지 명쾌한 결론을 내려주지 않는다. 서울 아줌마를 따라가는 것과 재구와 고아원에 남는 것, 그렇게 그저 두 가지 길을 보여 주었을 뿐이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모길이와  재구는 왜 그렇게 말썽을 부리는 걸까?', '모길이는 과연 어떻게 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면 훌륭하게 철학이 시작된 셈이다. ‘왜’ 혹은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의문을 가진다면 이미 꼬마철학자의 자격을 갖춘 셈이니까.

덧붙이는 글 | 우리는 말썽꾼이야/양승환 글. 최수웅 그림/철수와 영희/8,500원


우리는 말썽꾼이야 - 예진 아빠의 철학 동화 1

양승완 지음, 최수웅 그림, 철수와영희(2006)


태그:#철학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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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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