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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종 간판과 네온싸인으로 화려한 안양 일번가 거리 야경
 간종 간판과 네온싸인으로 화려한 안양 일번가 거리 야경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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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간판문화! 최근의 화두다. 보여주기를 원함과 보고싶지 않은 권리가 충돌되기 때문에 등장한 이슈지만 간판이 도시경관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한 가운데 간판문화 수준 향상을 위한 몸부림이 곳곳에서 펼쳐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간판난립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고질적이고 대표적인 시회적인 개선 사항으로 특히 고층건물에 부착된 돌출광고물의 부조화가 크게 문제시됐고 창문부착 광고물과 가로형 광고물의 혼재로 건물 전체가 간판으로 뒤덮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는 그동안 우리의 광고문화가 경제논리에 입각해 지나치게 경쟁 위주로 이루어져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절제의 미가 부족했고 내 간판은 남보다 더 높거나 앞으로 나와야 하고 혹은 무조건 크고 화려해야 광고효과도 크다는 인식 때문임도 부인할 수 없다.

더욱이 간판이 작아지거나 환경이 바뀌면서 영업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속에 상인들 반발도 물론 크지만 행정편의주의 발상과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편적 정비로 인해 오히려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안양시가 발간한 광고물정비사업 관련 팜플렛 및 자료집
 안양시가 발간한 광고물정비사업 관련 팜플렛 및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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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정비정비사업은 전국 지자체의 역점 사업

정부는 2004년부터 도시경관 제도를 정비하고 지자체는 옥외광고물 간판문화개선사업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간판 수를 줄이고 작은 크기로 새롭게 바꿔다는 경관 정비에 나섰지만 수십 년에 걸쳐 이어온 혼란이 단기간에 정돈되기란 그리 쉽지가 않아 보인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2004년부터 도내 주요 번화가 19곳을 대상으로 간판정비시범사업이 진행 중으로 10군데는 사업이 완료돼 무질서한 간판을 모두 철거하고 대신 '돌출형 LED' (내부에 형광등을 설치한 것이 아닌 글자만 빛을 내는 방식) 간판으로 교체됐다.

도시미관의 중추적이면서 그동안 손쉽게 손을 대지 못했던 거리 무법자 옥외광고물 간판 정비를 위한 도시경관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각 지자체로 확산되며 안양시에 이어 군포시와 의왕시도 조례 제정과 디자인 공모를 통해 추진함으로 성과물들을 드러냈다.

각 자치단체는 무분별하게 난립된 불법 광고물을 정비하여 건물이 주는 미적 감각을 최대한 살려 깨끗한 도시경관을 창출하고 가로환경시설물 등을 순차적으로 정비하여 도심의 가로환경 개선에 시너지효과를 제고하는데 특정구역 지정의 목적이 있다고 강조한다.

간판 정비사업을 추진한 군포·안양·의왕시 사례

안양시의 경우 2005년 안양 중앙로 일대를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첫 시범사업지구 선정하고 도비와 시비를 합쳐 총 사업비 42억3900만원을 들여 중앙로변(안양여고 사거리~우체국 사거리)2.2km 구간의 99개의 건물, 550개 점포의 1067개의 간판을 정비했다.

이어 2차로 용역비 4억1100만원, 시설비 96억900만원 등 총 100억2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2007년 10월까지 주요도로변 4개노선(관악로, 충의로, 산업도로, 흥안로) 8.4km 구간을 정비했으나 안양1번가 9개노선 1.95km 구간에 대한 간판정비사업은 봉착 상태다.

 안양시 중앙로의 간판정비 전후 모습
 안양시 중앙로의 간판정비 전후 모습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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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시도 대표적 거리인 산본 중심상업지역을 아름다운 거리로 바꿔 명문거리로 변모시킨다는 계획아래 총 공사비 73억원이 투입되는 옥외광고물(간판) 정비 공사를 2006년 11월 착수해 업주들간의 간담회 등 조율을 통해 최근 일부 구역에서 결과를 선보이고 있다.

의왕시도 갈미 문화의 거리와 백운호수 주변도로 1.5㎞구간에 위치한 건물 48동과 점포 406곳을 대상으로 총 27억원을 들여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마련하고 2006년 3월부터 간판정비사업에 착수한 결과 최근 사업을 마무리 했음을 발표했다.

 군포시 산본중심상가의 간판개선사업 결과
 군포시 산본중심상가의 간판개선사업 결과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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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손대지 못할 것으로 당연시 해 온 대규모 간판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계공무원의 고충도 읽혀지고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사례로 주목을 받고있음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간판정비사업을 통한 그 결과에 대해 업주들과 시민들은 과연 만족할까.

 의왕시 갈미 문화의 거리 간판정비사업 전후
 의왕시 갈미 문화의 거리 간판정비사업 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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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률편적 간판 정비에 건물주·
업주 반발 거세

간판정비사업을 앞서 추진함으로써 그 결과를 보여주고 있는 안양, 군포의 경우 간판을 바꾼 사업주들의 절반 가량은 "야간에 어둡고 눈에 띄지 않는다. 간판정비 때문에 매출이 다소 줄었다"고 생각하고 주민들도 "너무 천편일률적으로 독특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업주들 의견을 더 들어보면 "야간에도 밝았으면 좋겠다", "지자체가 최근 유행하는 비싼 LED만 강요한다. 다양한 소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LED 소재 색상이 밝지를 않아 세련미가 없다", "아름다운 간판과는 거리가 멀다"면서 불만을 털어놓는다.

이는 간판 개선을 통해 개성있고 아름다운 도시경관 조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으로 통일된 외장재 위에 낱글자를 붙이는 방식으로 글자의 모양이나 크기, 색상, 레이아웃 등이 모두 획일적으로 지정하고 있어 건축물과 각 점포의 특색을 잃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이른바 간판정비사업 모범지역으로 선정된 자치단체들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사실상 반 강제적으로 간판 정비를 완료하고 성과에 자화자찬을 하고 있지만 획일적이고 특색이 없다는 지적에서 대해 관계 공무원들은 말을 아끼고 있어 이를 시인하고 있다.

특히 안양1번가 간판정비사업 추진 설명회에서 이미 실시된 중앙로 거리간판의 형태가 일륜편적으로 간판의 특징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안양시 추진위원인 대림대학의 조관희 교수는 "처음 실시하며 적지않은 시행착오도 있었다"고 말한 바도 있다.

이에 '이름표' 정도로 정리하려는 자치단체들의 한계를 보였다는 혹평도 제기된다.

 안양시는 지난 2006년 7월 안양1번가 건물주와 업주들을 대상으로 추진 설명회를 가졌으나 현재까지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안양시는 지난 2006년 7월 안양1번가 건물주와 업주들을 대상으로 추진 설명회를 가졌으나 현재까지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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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률적인 간판 정비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 업주 관계자
 일률적인 간판 정비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는 업주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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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간판과 거리가 먼 정비·개선사업

더욱이 대다수 지자체들의 간판정비사업 디자인과 제작업체 용역 선정 방식은 천편일률적이다. 조달청으로 넘겨 디자인 용역업체를 선정하고, 조달청이 한국옥외광고물제작공업협동조합으로 하여금 제작 용역업체를 선정함으로서 가입 업체가 수주하는 방식이다.

안양과 의왕의 경우도 지역 업체들이 법인회사를 설립해 공사 계약을 수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렇다 보니 법인에 참여한 업체가 수십억대의 공사를 독식하고, 그 파급효과로 인근의 모든 광고 제작까지 잠식하는 사태를 초래해 업체들의 타격도 예상된다.

또한 간판정비 용역을 통해 20여가지 재료와 64가지의 다양한 프록트 타입이 제시돼 있어 선택기회가 많을 것 같지만 간판 제작은 입찰에 따라 단일업체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양성과 독특성을 살려내지 못하고 있어 그 결과는 일률편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간판정비사업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가 적지않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반면 일반의 공감대는 아직 뿌리깊지 못하고, 내부적으로 또다른 문제점들을 다양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간판개선사업에 다양한 허와 실이 공존함을 보여주고 있다.

 네온싸인도 LED도 없지만 정체성이 확실한 아름다운 간판
 네온싸인도 LED도 없지만 정체성이 확실한 아름다운 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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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향 공감대 형성과 독창성·지속성 필요

오히려 뒤늦게 시작한 일부 지자체의 경우 주민과 업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토론한 결과를 토대로 노후 정도에 따라 교체 여부를 결정하고 업주가 간판 업체와 다양한 소재를 택하도록 함으로서 간판정비의 불만 소지를 없앰은 눈여겨 볼 일이다.

최근 강원도 영월군은 이 같은 문제점 해결을 위해 별도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일임시키고 디자인 부분만 지원할 뿐 제작 참여는 광고주들과 연계된 광고 업체들이 실시하도록 했다. 이는 주민들과 지자체의 쌍방향 소통을 통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나온 결과다.

따라서 간판정비사업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으로 노출된 '디자인 획일화'와 '반 강제적 정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각과 정책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거리 전체의 조화를 고려한 엄격한 그리드(일정한 법칙을 가지고 계획하는 방법)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디자인 획일화 방지를 위해 소재의 다양성, 다른 디자인 선택, 무점포주의 자발적 참여 유도, 유지보수의 자율정비 적용 방식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각 자치단체들은 "도시의 모습을 강하게 각인 시키는 것은 크고 작은 건물과 각양 각색의 조형물인 간판이다"며 간판정비사업을 통해 개성있는 도시 미관 만들기에 나서고 있으나 역설적으로 과연 '아름다운 간판'이라고 자랑하며 내놓을 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아울러 간판정비사업은 완성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희망도 가져본다.

"작지만 아름다운 간판은 이웃도 배려한다"
대한민국 좋은간판상 홈페이지에 매력적으로 말을 거는 간판 가득
 대한민국 좋은간판상 홈페이지(http://www.ganpansang.org)
 대한민국 좋은간판상 홈페이지(http://www.ganpansang.org)
ⓒ 인터넷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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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은 도시경관 구성요소 중에서 가장 비중을 차지하고 대형화, 현란화의 악순환으로 도시경관과 국민정서에 대한 악영향이 가장 크다는 사실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을뿐 아니라 간판정비와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도 대부분 공감하지만 접근 방식에 일부 문제도 있다.

행정자치부와 희망제작소는 기존 규제, 단속 위주에서 탈피하여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서 간판으로 망가진 도시를 간판이 있어 아름다운 도시로 변모시키자는 취지로 지난 9월부터<대한민국 좋은 간판상>을 제정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대한민국 좋은 간판상'은 무질서하게 난립한 현대사회의 간판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제고함으로써 작지만 아름다운 간판, 이웃을 배려하는 등으로 바람직한 간판문화를 확산시키고 사회적인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민참여형 캠페인이다.

특히 누구라도 '대한민국 좋은 간판상' 홈페이지(www.ganpansang.org)에 좋은 간판을 게시하면,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의 추천수에 따라 '이달의 간판' 20점을 선정하면 '간판 별동대'가 현장을 방문해 간판 리포트를 작성, 토론을 거쳐 좋은 간판으로 선정한다.

2007년도 대한민국 좋은 간판은 매월 뽑은 이달의 간판중에서 '간판별동대'와 '좋은간판 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선정되어 인증패가 수여됨은 물론 응모주, 상점주, 간판제작자 모두에게 행자부장관의 표창과 함께 시상금이 수여된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간판#안양#군포#의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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