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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시대 음반과 가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진은 서울 중심가의 한 음반매장.
 디지털시대 음반과 가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사진은 서울 중심가의 한 음반매장.
ⓒ 오마이뉴스 천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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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두 명의 대형가수가 잇달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가왕(歌王)' 조용필과 '라이브 황제' 이승철이 그들. 조용필은 내년 데뷔 40년을 맞아 펼칠 기념공연에 대해, 이승철은 정규앨범으로 1년 만에 내놓는 9집 음반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였다.

자연스럽게 요즘 가요계 상황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두 가수 모두 대중음악 시장의 불황을, 특히 음반산업의 위기를 우려했다. 조용필은 영화 <라디오스타>의 '요즘은 용필이 형이 나와도 안돼'라는 대사를 소개하며 "CD는 의무적으로 내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승철도 "이번 앨범이 CD로는 마지막이 될 것 같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가수들이 멸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승철은 "CD가 아닌 MP3로 음악을 듣는 인스턴트 시대가 돼버린 게 정말 유감이다"고 덧붙였다.

조용필과 이승철이 어떤 가수들인가. 지난해 한 신문이 보컬 트레이너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1980~2000년대 '절창(絶唱)'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따를 자 없는 가창력을 자랑하는 그들이다. 그러니 다른 가수들의 위기의식은 오죽할까. 정말 디지털시대에 음반은 사라지고, 가수는 멸종될 처지에 놓인 것일까.

디지털시대에 가수는 멸종?

현장 가수들의 상황인식과는 달리, 학계에서 디지털시대를 맞은 대중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매우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연구논문이 발표돼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여겨진다. 발표자는 전주대 여상예술학부 김병오 교수. 그는 20일 성공회대 시청각실에서 열리는 한국대중음악학회(회장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학술회의에서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대중음악의 소비 - 한국의 경우'를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주제 발표문에서 먼저 "휴대폰, 컴퓨터 그리고 TV보다도 많은 시간을 (즐겁게) 빼앗아가는 인터넷이 새롭게 등장했는데 음악시장이 계속 발전하리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너무 '독립적'이고 안이한 발상"이라고 비판한 뒤 "이러한 상황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살펴보려는 노력에서 음악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어 "음반시장은 침체되고 있지만 음악시장 전체는 침체되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다만 음악을 듣거나 소비하는 방식이 휴대폰과 온라인으로 상당 부분 이전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음악산업은 여전히 순항중"이다. 그는, 그럼에도 음악시장이 고사위기에 놓인 것처럼 얘기되는 것은 "주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옛 주체들의 목소리가 각종 미디어를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 교수는 또 디지털시대에 오히려 대중음악 창작자들의 수입은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음악의 사용처가 다양해지면서 저작권료를 징수할 대상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전과 같은 '대박'은 없지만 '안정적인 수입'으로 "업계를 좀더 합리화하고 창작자(음악인)들의 인생 계획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교수는 나아가 디지털시대에 대중음악의 소비가 질적으로도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거실 혹은 안방과 청소년의 공부방을 거점으로 축음기, 라디오, TV, 인터넷 등이 교차하는 새로운 향유문화가 전개되면서 다양한 취향들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다양한 취향이 "더 안정되고 차분한 음악시장의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교수 따라서 현재의 디지털 음악환경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일반인들의 문화 향유의 권리와 창작자의 권리가 동시에 확대되는 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미래에 대해 "현재의 상황은 비교적 좋은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는 셈"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김 교수의 이런 낙관론에 대해 강단의 다른 연구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또 현장 대중음악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을 끈다.

한편 20일 한국대중음악학회 학술회의에선 김 교수 발표 외에 '대중음악, 역사의 재사유와 새로운 경지의 탐사'를 주제로 대학교수와 음악평론가 등이 참여해 활발한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태그:#대중음악, #한국대중음악학회, #조용필, #이승철, #김병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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