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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시각 교통정보'
 KBS '이시각 교통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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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00일 아침 교통정봅니다”로 시작하는 KBS 1TV ‘이 시각 교통 정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오전 6시 48분경에 방송되는데, 들을 때마다 아쉬움이 있다. 다음은 최근 닷새 동안 방송된 내용이다.

10월 15일(월) - 안녕하십니까? 월요일 아침 교통정봅니다. (전략) 교통 통제 및 혼잡 예상 정보입니다. 오후 2시부터 저녁 늦은 시간까지 장충체육관에 4000여명이 모이는 정당 관련 행사가 있어 이 부근 혼잡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10월 16일(화) - (전략) 교통 통제 및 혼잡 예상 정봅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1200여명이 모이는 집회와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용답동 도시철도공사 옆 공터에 2000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로 각각 이 부근 혼잡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10월 17일(수) - (전략) 교통 통제 및 혼잡 예상 정봅니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올림픽 공원 역도 경기장에서 2천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집회 종료 시각인 6시 경부터 혼잡이 가장 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0월 18일(목) - 교통 통제 및 혼잡 예상 구간입니다.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500여명의 집회가 있습니다.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지만 주면 도로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10월 19일(금) - 교통 혼잡 및 예상 구간입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7만여 명이 모이는 종교 집회로 이 부분 큰 혼잡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최근 닷새 동안 방송된 교통 방송 내용을 읽고 필자와 동일한 의구심을 느낀 독자가 계신다면 기쁜 마음으로 악수를 청한다.

그렇다. 교통 정보는 ‘시위나 집회=교통 혼잡’이라는 등식을 대중에게 심어놓는다. 더구나 방송을 진행하는 이정환씨는 서울 경찰청 소속 현직 경찰관이다. 시위나 집회를 막는 입장에 서 있는 경찰관이 진행하다 보니 그 등식을 더욱 선명케 하는 듯하여 씁쓸하다.

그래서 제안한다. 아무리 짧은 시간에 교통 정보를 내보낸다 하더라도 시위나 집회가 어떤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언급해야 한다.

노동계 파업이나 집회를 교통 혼잡으로 연결하는 사고는 집회 문화가 지닌 진정성을 훼손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고 있는지 왜 집회를 할 수밖에 없는지 그 본질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 10월 18일에 진행된 교통 방송의 경우는 ‘규모는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주변 도로에 영향을 준다’고까지 언급해 집회는 곧 교통 방해라는 등식을 자연스럽게 강조한다.

최소한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한 이유로’ 집회가 열린다고 안내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고 말하는 것이 순서다. 그렇게 한다 하더라도 ‘집회=교통 혼잡’을 연상케 한다는 점은 피할 수 없다.

보이지 않는 세뇌, 교통 방송은 우리 사회의 소통을 방해하고 있다.


태그:#교통정보, #집회,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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