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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명의 아름다운 후보들이 앞에 있지만 제 손에는 12장의 사진뿐이에요. 그리고 이 12명의 후보들만이 남아서 미국의 차세대 톱모델의 자리를 놓고 경쟁하게 됩니다. 첫 번째로 제가 부를 이름은…."


후보들이 심사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시작해서 우승 혜택, 심사위원 소개 그리고 탈락자선정에 이르기까지 타이라의 멘트는 시즌8이 되도록 변함이 없다. 심사장에서의 타이라 특유의 똑 부러지는 말투 그리고 도도한 표정은 종종 후보들 사이에서도 패러디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도전! 슈퍼모델, 이런 애들, 이런 장면 꼭 나온다!  

 

무려 8번의 시즌을 진행해 오다보니 <도전! 슈퍼모델>(America's Next Top Model)에는 이처럼 눈에 띄게 반복되는 패턴들이 많은데 '<도전! 슈퍼모델> 이런 애들 꼭 나온다!'라는 공식이 인터넷에 돌아다닐 정도로 후보들의 캐릭터도 어느 정도 패턴화되었다.  

 

'안하무인'으로 자기밖에 모르고 막말을 일삼는 악녀들, 자기만의 정신세계로 사람들을 정신없게 만드는 후보들, 독특한 사연을 가진 후보들(예를 들면 몸이 아프다든지,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서 돈이 절실히 필요하다든지), 뿐만 아니라 플러스 사이즈 모델, 레즈비언과 같은 후보들도 나온다. 그리고 이들의 개성은 곧 '이야깃거리'가 된다.

 

각기 다른 '독특한' 개성을 가진 13명의 후보들을 한 숙소에 살게 하고, 한 주에 한 명씩 미션과 사진촬영을 거쳐서 탈락시키다보니 후보들 사이에서는 바람 잘 날이 없다. 그리고 프로그램은 후보들 사이의 다툼이나 뒷담화를 리얼하게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중간 중간에 나오는 인터뷰영상을 통해서 후보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으며, 후보들이 자신의 연인이나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서 하는 이야기도 엿들을 수 있다.

 

실력보다는 이야깃거리와 볼거리에 더 치중

 

남의 싸움 구경하는 것 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다고, 후보들끼리의 그것도 여자들끼리의 다툼과 뒷담화를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이 프로그램의 인기요소중 하나지만 동시에 후보들의 사생활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이 비판받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각 시즌에는 후보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상황이 꼭 발생한다. 누드촬영 역시  빠지지 않는 소재중 하나인데, 대부분 순순히 촬영에 임하지만  누드촬영을 완강히 거부하는 후보가 나타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고소공포증이 있는 후보가 높은 곳에 올라가서, 거미공포증이 있는 후보가 거미와 함께 두려움에 떨면서 촬영하기도 한다. 

 

타이라의 말처럼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야겠지만 매 시즌마다 등장하는 이러한 설정들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후보들을 의도적으로 '난처한 상황'에 빠뜨린다는 인상을 준다.      

 

<도전! 슈퍼모델>과 <아메리칸 아이돌>은 둘 다 미국의 차세대 톱모델 그리고 톱가수가 되는 여정을 서바이벌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메리칸 아이돌>은 후보들의 '노래 실력'에 포커스를 맞추는 반면 <도전! 슈퍼모델>은 실력도 실력이지만 후보들의 사생활을 포함한 '이야깃거리' 그리고 '볼거리'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듯하다.

 

도대체 '미국의 차세대 톱모델'을 뽑는 기준이 뭔가요?

 

심사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탈락자 선정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출연자들은 이야깃거리를 만들기 위해서 좀 더 오래 남겨두기도 하고(하지만 그들이 우승까지 하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무엇보다도 타이라가 이야기하는 탈락자 선정의 기준이 모호하다.

 

때로는 "우리는 사진이 어떻게 나오는지가 가장 중요해요"라고 했다가 때로는 "우리는 사진이 어떻게 나오느냐 보다는 무한한 잠재력을 봐요"이런 식이다. 타이라도 사람인지라 그녀가 쏟아내는 수많은 말들이 일관성을 갖기란 어렵겠지만,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도대체 이 프로그램이 어떤 기준으로 미국의 차세대 톱모델을 뽑겠다는 것인지 헷갈린다.

 

'타이라의, 타이라에 의한, 타이라를 위한 쇼'

 

 

이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타이라의, 타이라에 의한, 타이라를 위한 쇼'이다. <타이라 쇼>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 그녀는 바쁜 스케줄에도 <도전! 슈퍼모델>이 만들어지는 과정 하나하나에 관여를 한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는 심사장에서 뿐만이 아니라 프로그램 곳곳에서 그녀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때로는 촬영 현장에 나타나 지도를 하거나 사진작가가 되어 촬영을 하기도 하고, 종종 카운슬러가 되어 후보들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한다. 또 때로는 선배로서 패션계가 얼마나 살아남기 힘든 곳인지, 자신이 얼마나 힘들게 정상의 자리에 올랐는지 이야기하기도 한다. 

 

숙소에서도, 심사가 시작되기 전에도 우리는 타이라의 사진을 볼 수 있으며  촬영하기 전, 심사하기 전엔 '타이라 메일'이 그녀의 사진과 함께 숙소에 도착해 있기도 한다. 또한 촬영지도를 하는 '제이'는 틈만나면 '타이라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프로답게 멋지게 해냈다'라며 후보들을 질책한다. 

 

후보들은 타이라를 동경하며, 그녀의 충고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인다. 이러한 타이라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단순히 이쁘고 날씬한 모델로서가 아니라 지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서의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녀에게 환호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말그대로 '독재'하고 있는 타이라의 모습에 대해서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톱모델 하이디 클룸의 <프로젝트 런웨이>의 경우, 패션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되며, 후보들의 사생활을 리얼리티쇼 형식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도전! 슈퍼모델>과 동일하다.

 

 

그러나 타이라와는 달리 <프로젝트 런웨이>의 하이디 클룸의 역할은 진행자와 심사위원으로서의 역할에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후보들 역시 디자이너로서 어느 정도 경력을 갖고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신들만의 고유의 스타일을 갖고 옷을 만들며, 전문가인 심사위원들에게 지적을 받으면 그것을 수용하여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도전! 슈퍼모델>의 후보들은  타이라의 말 한마디에 따라 움직인다. 타이라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다. 타이라가 그들의 헤어스타일이, 옷입는 스타일이, 포즈가, 표정이, 태도가 마음에 안든다고 하면 즉시 바꾸려고 노력한다. 

 

타이라가 톱모델이고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후보들이 자신들만의 개성을 발견하고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단순히 타이라의 말 한마디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론 걱정스러운 마음도 든다. 패션계가 원하는 모델과 타이라의 마음에 드는 모델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프로그램은 차세대 톱모델이 되고자 하는 '후보'들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타이라'가 프로그램의 중심에 서있는 듯 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전!슈퍼모델>은 시즌8을 마쳤고, 현재 미국에서는 시즌9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주 케이블방송 On Stlye에서 시즌8이 종영되었다. <도전!슈퍼모델>시즌9는 자극적인 이야깃거리와 볼거리 보다는 '실력'에 그리고 톱스타 '타이라'보다는 이제 막 모델계에 입문한 '후보'들에게 보다 더 포커스를 맞추는 그런 프로그램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티뷰기자단 작성기사


태그:#도전!슈퍼모델, #타이라, #타이라 뱅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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