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화나요”
“선생님이 오죽 생각해서 하셨겠니?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1 학년은 동물원으로 간단 말이에요.”
“동물원이나 미술관이 무슨 차이가 있니?”
중학교 2 학년이 늦둥이의 입이 나올 대로 나와 있었다. 중간고사를 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시험을 마치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가을 현장 체험 학습을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학급회의에서 결정한 것과는 엉뚱하게 도립 미술관으로 장소가 결정이 되니, 터뜨리는 불만이었다.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다.
불만 속에서 시간은 갔고 현장 체험 학습을 떠나는 날 아침이었다. 용돈을 주어도 아이의 기분은 별로 나아지는 것 같지가 않았다. 퇴근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아이의 입은 여전히 밖으로 나와 있었다. 예상한 대로라는 것이었다. 하늘도 자신의 마음과 같아서 비까지 내렸다면서, 불만을 털어놓았다.
집안 식구들에게 모두 다 하소연하고 있었다. 자기편이 되어달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엄마의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으니, 불만은 더욱 더 커졌다. 아빠는 엄마보다 못한 반응이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속이 상한 늦둥이는 제 방에 들어가서는 침울하게 있었다. 그러자 언니가 들어오니,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였다.
“언니, 세상에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런 것 가지고 뭘 그러냐?”
“언니는 동생이 추위에 떨면서 받은 고통은 생각안하니?”
“왜 그렇게 흥분하니?”
언니가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결국은 폭발하고 말았다. 집사람의 눈이 동그래지고 큰 아이의 표정이 달라진다. 그 때서야 아이의 심각한 상황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어 있었다. 늦둥이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늦둥이의 기분을 맞추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하였다. 치킨을 시키고 아이의 기분을 맞추어주었다. 아이는 자신이 옳았다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가족 그 누구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으니, 속이 상한 것이다. 늦둥이의 마음 자신의 편을 원한 것이다. 그러나 가족 그 누구도 기대만큼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늦게 둘째가 들어왔다. 전후 사정을 다 듣고 난 둘째는 늦둥이를 감싸 안았다. 철저하게 아이의 편이 되어주면서, 언니를 나무랐다. 둘째의 노력이 늦둥이의 마음에 위안이 된 모양이었다. 그 때서야 마음에 풀린 늦둥이의 얼굴이 펴졌다. 절대로 먹을 것 같지 않았던 치킨을 맛있게 먹기 시작한 것이다.
늦둥이의 행동을 보면서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이 가족 아닌가? 그런데 그런 마음을 아는 체 해주지 않으니,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의 마음 못지않게 어른의 마음도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늦둥이의 태도를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