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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현실 이상의 현실, 운명 이상의 운명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고, 이 창조력은 언제나 현세의 반작용의 힘에서 얻어지는 것이다"는 말처럼, 요즘은 생활 속의 시, 시 속의 생활의 발견에 중점을 두고, 이를 대중화시키려는 실용 문화의 흐름이 전반적이다.
 
부산 중앙동 소재 '극단 61'은 연극과 연주를 포함해 생활 속의 시문화 보급에 앞장 서서 지난 9월 중순부터 시화전을 열어 오고 있다. 
 
 
 전시된 시화전의 작품들은 생활 속의 시, 시 속의 생활이라는 명제를 갖고,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액자를 만들고, 프린팅도 메일로 서로 주고 받은 그대로 인쇄를 해서 액자화하였다. 그외 얇은 천에 프린팅을 해서 벽화로 만들어 전시한 시화들도 눈에 띈다.
 
'극단 61' 대표 최인호씨는 시화전 뿐만 아니라 사진전이나 그외 그림 등 문화예술가들이 원하면 언제라도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대여해 줄 수 있다고 한다.  
 
 
부산 중앙동은 여타 지역보다 예술협회단체나 출판사, 예술문화인들이 찾는 주막이나 찻집이 많아 부산문화예술인들의 중심지나 다름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제 한파탓인지 모임도 예전같지 않고 찾는 이의 발길도 뜸하다고 한다.
  
이번에 극단 61에서 기획한 시화전에 출품한 분들은 대개 부산시 공무원 문인회 회원들로 바쁜 일상 가운데서 틈틈이 창작한 시들을 선보였다. 이외 부산의 중견  이병구 시인과 김참, 최정란, 정익진, 김상헌 시인이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했다.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 건물들은 허물어지고 길들이 지워졌다.
시간이 멈추자 공중에 비탈길이 생겼다. 나는 그 길을 따라 시간의 반
대편으로 걸어들어갔다. 시간의 반대편에는 달이 있었고, 별이 있었
고 둥근 기둥이 있었다. 두 마리 새가 기둥 위에 앉아 있었다. 기둥 밑
에는 장작이 타고 있었다. 검은 치마를 입은 처녀들이 기둥을 향해 걸
어왔다. 그녀들의 얼굴에는 눈이 없었다. 코도 없고 입도 없었다.  그
녀들은 기둥을 지나 나무 밑을 걸어갔다. 사람들의 머리통이 주렁주렁
매달려 붉은 열매로 익어가고 있는 나무 밑을 지나갔다. 나는 나무 뒤에
서 휘파람을 불었다.
 <시간이 멈추자>中-'김참'
 
 
 
시란 생활 속에 존재하는 호흡과 같은 것이다. 일상이 된 시와 시의 일상의 모습처럼 알뜰한 시화전을 보는 관객의 마음은 왠지 훈훈하다.
 
 "나의 시의 장부는 어디에 있는가/ 이 나의 종이도 없고 펜도 없고/ 시도 없이 나는 무 앞에 있다"는 '크노' 시인의 시와는 달리, 종이와 펜만 있으면 어디서나 시가 생산되는 생활 속의 시, 시 속의 생활 문화는 늘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을 만큼 생활 가까운 곳에 있다. 
 
시가 생활 속의 우리를 부르는 가을이다. 한 점의 시화를 화장실이나 거울 옆에 붙여두고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읽는 생활 속 시의 즐거움을 가져 보는 것도 의의가 깊다 하겠다.

태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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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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