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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은 왠지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진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고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아진다. 게슴츠레 뜬 눈으로 세상을 회피하고 싶어진다. 출근하는 것이 몸에 배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니, 생활의 리듬이 깨져서인지도 모른다.

 

그럴 이유가 하나가 없다고 다짐을 해보아도 소용이 없다. 어색하고 서먹서먹하다. 그동안 근무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마음은 왠지 개운하지가 않다. 뭔가 잘못된 것 같고 자꾸 뒤를 돌아다보게 된다. 습관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새삼 알 수 있었다.

 

  의식적으로 편안해지자고 중얼거리면서 평소에 생각해 두었던 것들을 실천해나갔다. 몸에 배인 일들을 일부러 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세면하는 일에서부터 밥을 먹는 일까지 게으름을 피웠다.

 

아내의 얼굴이 변하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아내도 그동안의 힘들었던 근무를 인정한다는 표정으로 참아주었다. 가장으로서 의무와 책임을 다 하기 위하여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것을 인정해준다는 무언의 동의였다. 아내의 잔소리가 집안을 채우게 되면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아내마저도 인정을 해주니 마음이 느긋해졌다. 방임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해보았다.

 

 

 

  오전 내내 그렇게 하다 보니 그것도 재미가 없어졌다. 심드렁해졌다. 도대체 흥이 나지 않았다. 신바람이 나지 않았다. 무엇을 하여도 마찬가지였다. 몸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그 어느 것에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점이 그랬다.

 

일상의 모든 것들은 속속들이 모두 다 알고 있기에 힘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정신적으로 나른해져 있으니, 몸도 따라서 퍼지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몸과 마음이 함께 주저앉게 되면 낭패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들이나 갈까 ?”
 

그러나 막상 일어나니 갈 곳이 마땅하지 않았다. 궁리 끝에 찾아낸 곳이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전북 김제시의 작은 농촌이었다. 이번에 새로 땅을 구입하여 이사한 처남이 살고 있는 곳이다.

 

집사람의 불평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목을 앞세웠지만, 사실은 지루한 시간을 메우기 위한 것이었다. 가을의 모습이 내려 앉아 있었다. 이름 모를 풀꽃들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시선을 잡는 것이 있었다. 철에 맞지 않은 엉겅퀴의 하얀 씨앗들이었다. 바람에 날리고 있는 모습이 마음을 잡았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꽃씨들의 모습이 어찌나 자유스러운지 내면에서 솟구치는 힘을 감지할 수 있었다.

 

자유에 대한 욕구.

가슴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힘이었다. 흥이었고 신바람이었다. 휴일이라는 이유로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던 것은 바로 자유 욕구를 상실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의 자유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만연해 있던 나른함이 한꺼번에 멀어지고 있었다. 꽃씨를 따라가다 보니, 잠자리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온다.

 

  잠자리는 하늘을 날고 있는 놈도 있고 앉아서 쉬고 있는 놈도 있었다.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꽃씨와 대조를 이루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자유란 방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자유란 방임이 아니라 의지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도, 잠자리가 비행을 하는 것도, 그리고 앉아서 쉬는 것도 모두가 의지의 결과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왜 근무하지 않는 날이 나른해지는 까닭을 알 것도 같다. 깨어 있는 삶이란 의지에 의해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삶을 말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의지가 분명할 때 힘이 솟구칠 수 있다. 잠자리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손에 힘이 들어간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게 하였고 뭔가 해야 한다는 의욕이 불타올랐다. 시간을 허비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 상태가 되었다.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금방 생각나지는 않았지만 무슨 일이든지 최선을 다하여 열정을 쏟아 부어넣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들었다.

 

풀씨와 잠자리의 모습을 통해서 생활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자유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어 내면에 활기가 솟았다. 세상의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무언가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른함이 부끄러워 멀어져버린다. 

 

관점을 달리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발상을 전환하면 단점이 장점으로 변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잠자리의 쉼을 통해서 꿈틀거리는 힘의 욕구를 되찾았다. 긍정적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새로움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경이로운 세상에 놀라면서 신바람 나는 삶을 창조해야 하겠다. <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김제시에서


태그:#삶, #쉼, #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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