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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라이온스 354-D지구 회원 500여명은 이날 1천명이 넘는 외국인노동자와 국제결혼 가정을 위해 무료종합검진, 식사, 장기자랑 등으로 국제봉사의 하루를 보냈다.
 국제라이온스 354-D지구 회원 500여명은 이날 1천명이 넘는 외국인노동자와 국제결혼 가정을 위해 무료종합검진, 식사, 장기자랑 등으로 국제봉사의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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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봉사단체가 1천명이 넘는 외국인노동자와 국제결혼 여성들에게 무료종합검진을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따뜻한 이들에게 국밥을 대접하고 음식백화점을 열 수 있도록 재료비를 제공, 수익금을 각 나라 공동체 운영비로 후원했다. 게다가 가난한 외국인지원단체의 형편을 고려해 수송용 버스대절비까지 챙겨주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검진을 마친 뒤에는 각국의 문화공연과 장기자랑 무대를 만들어 흥겹게 놀도록 하면서 국제봉사의 하루를 보냈다.

국제라이온스클럽 354-D지구(총재 조남길)는 21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종합검진센터인 ‘한신메디피아'에서 외국인노동자 및 국제결혼 가정에게 무료종합검진을 제공했다. 3억5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날 검진에는 중국동포와 스리랑카 등 10여 개국 외국인노동자 900여명과 충남 부여와 서울 노원구의 국제결혼 가정 200여명 등 1200여명이 참여했다.

이 봉사단체는 국내 최대 규모로 실시된 외국인노동자 무료종합검진이 차질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의사 회원과 통역 능력을 갖춘 회원 등 500명의 회원들은 이른 아침인 7시부터 자원봉사에 나선 것이다. 또한 검진센터 측은 120명의 직원을 동원하는 등 순조로운 검진이 되도록 협조했다.

자녀 4명 둔 애국자 이주여성... 부여 새댁 "아이 낳게 해달라고 기도 중"

무료종합검진을 받기 위해 부여에서 상경한 후엔티안과 남편 이희배씨와 두살배기 아들 영규.
 무료종합검진을 받기 위해 부여에서 상경한 후엔티안과 남편 이희배씨와 두살배기 아들 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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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새댁 에밀리(왼쪽 첫 번째)와 남편 조남영(왼쪽 두 번째)씨는 아기를 낳게 해달라고 기도 중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새댁 에밀리(왼쪽 첫 번째)와 남편 조남영(왼쪽 두 번째)씨는 아기를 낳게 해달라고 기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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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와 노원구에서 온 상당수 국제결혼 가정들은 부부와 아이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가족들의 건강을 체크했다. 서울 나들이와 바깥나들이를 겸해서인지 이들 가족들의 표정은 밝았다.

베트남 출신 후엔티안(28 충남 부여군 양화면)씨는 남편 이희배(49 농사)씨와 두 살 배기 아들 영규와 함께 왔다. 부여군보건소에서 검진을 받은 적이 있었다는 후엔티안은 "한국에 와서 아들도 낳고 남편과 사이좋게 지내서 좋다"면서 "다문화 가정에 대해 쏟아주는 관심이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필리핀 출신의 젊은 새댁 에밀리 에루에라스(23 충남 부여군 임천면)씨는 남편 조남영(36 농사)씨와 함께 왔다. 지난 2005년 12월에 결혼한 이들 부부는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기도 중이라고 말했다. 에밀리씨는 "남편이 착해서 결혼생활이 너무 행복하다"며 "부여군청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한글 선생님을 집으로 보내주는 등 (결혼 이주여성들에게) 너무 잘해주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일본 출신인 모리까린(36 노원구 상계동)씨는 한국의 출산정책에 적극 호응한 애국자 결혼 이주여성이다. 96년 결혼한 뒤 한국에 귀화해 자녀 4명을 낳으면서 출산율 최하위 국가로 전락한 한국의 위기를 붙들었다. 그는 "종합검진이 난생 처음"이라면서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도록 몸이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창식(55 부여구룡초등학교 교장)씨는 국제결혼 가정 40명을 인솔하고 상경했다. 안씨는 "전체 학생 50명 가운데 5명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인데 농촌이어서 그런지 왕따 문제는 아직 없다"면서 "가면 갈수록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다문화 가정의 건강과 교육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이 수술-치료 필요한 환자 도울 것"

검진을 받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
 검진을 받고 있는 외국인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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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사람 '시리서마'의 갑상선에서 종양이 발견되자 검진 의사와 원장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필리핀 사람 '시리서마'의 갑상선에서 종양이 발견되자 검진 의사와 원장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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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여성이 조영촬영을 하고 있다.
 외국인 여성이 조영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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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서마(49 스리랑카)와 마주한 검진 의사는 신중한 표정으로 X선 촬영사진을 보면서 김유국 원장과 의견을 나누었다. 육안으로도 식별이 가능한 덩어리가 목 부위인 갑상선에서 발견된 것이다. 검진 의사는 "별도의 조직검사를 통해 악성인지 양성인지 판명해야 할 것 같다"면서 "저 정도면(4㎝) 수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지 3년째라는 시리서마는 경기도 광주의 가구공장에서 일하는 불법체류자이다. 고향에 두고 온 아내와 두 자녀를 위해 번 돈을 꼬박꼬박 송금하는 착실한 가장인 그는 몸이 아프지 않다고 우기면서 조직검사와 수술을 거부했다. 공장에서 잘릴까봐 두려운 것이다.

김영미(48 경기도 광주 외국인노동자의집) 목사는 "아프다고 하거나 심지어 수술까지 해야 하는 정도라고 하면 공장에서 쫓겨나는 게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의 처지"라면서 "대다수 불법체류자들은 의료보험 혜택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아파도 비용 걱정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린다"며 검사와 수술을 거부하는 시리서마의 사정을 설명했다.

서먼 차우두리(28 방글라데시)씨는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지난 2002년 한국에 와 가구공장 노동자로 일한다는 서먼 역시 불법체류자이다. 허리 디스크로 인해 고통이 컸지만 불법인 탓에 치료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막상 종합검진을 받았지만 치료가 막연 하자 기자에게까지 통증과 치료방법을 호소한 그를 김해성(47·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 이사장) 목사에게 안내했다.

김 목사는 서먼씨에게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으로 찾아오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검진을 통해 치료와 수술 등이 필요한 것으로 밝혀진 환자들은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이 돕기로 국제라이온스와 미리 협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 목사는 또한 "불법·합법할 것 없이 모든 외국인노동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노력하고 있지만 의원 규모와 시설로 인해 한계를 겪고 있다"면서 "각종 암에 걸린 환자를 볼 때마다 안타까움이 컸는데 국제라이온스가 이주노동자와 이주여성의 건강지킴이로 나서주어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에게 더 봉사하는 계기"-"한국 이미지 향상될 것"

무료종합검진이 막바지인 오후 2시부터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노래자랑이 열렸다.
 무료종합검진이 막바지인 오후 2시부터 외국인노동자를 위한 노래자랑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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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라이온스는 이날 건강검진에 참여한 외국인노동자와 이주여성 등 1천명이 넘는 참여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국제라이온스는 이날 건강검진에 참여한 외국인노동자와 이주여성 등 1천명이 넘는 참여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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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 등 각 공동체들이 음식박람회를 열어 참가자들에게 고유의 음식들을 선보였다. 이날 음식박람회에서는 몽골의 만두가 날개 돋친듯 팔렸으며 수익금은 공동체 운영비로 후원됐다.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 등 각 공동체들이 음식박람회를 열어 참가자들에게 고유의 음식들을 선보였다. 이날 음식박람회에서는 몽골의 만두가 날개 돋친듯 팔렸으며 수익금은 공동체 운영비로 후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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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용익(53 삼호강건 대표) 국제라이온스 354-D지구 재무총장은 1천명이 넘는 대규모 종합검진이 순조롭게 마무리되자 비로소 안도감을 가졌다. 진 재무총장은 외국인노동자들과 지원단체 관계자들이 무료종합검진에 대해 높게 평가하자 회원들에게 행사 성공의 공을 돌렸다.

진 총장은 "수많은 봉사활동과 행사를 치렀지만 이번 행사만큼 긴장감과 부담감이 크지는 않았다"면서 "아침도 거른 채 이른 아침부터 나와 각종 봉사에 수고한 회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진 총장은 특히 "이번 행사를 통해 외국인노동자와 국제결혼 가정을 위해 봉사를 더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바탕 북새통을 치른 김유국(60·산업․가정전문의) 한신메디피아 원장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후 4시 무렵 검진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기자와 마주했지만 일부 외국인노동자들이 잇따라 김 원장을 찾아왔다. 마무리 순간까지도 건강상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은 것이다.

김 원장은 "이번처럼 대규모 검진은 처음이어서 걱정이 컸는데 국제라이온스의 의사 지원과 통역요원 배치, 검진센터 직원 130여명 투입 등으로 잘 마무리되어 다행"이라며 "검진 의사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검진 대상자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은 위장 질환과 두통호소 등 이었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이번 무료종합검진이 국가 이미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동남아 국가를 방문한 적이 있는데, 그 나라 사람들로부터 한국은 외국인노동자에게 나쁘게 대하는 나라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번 무료종합검진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향상될 것 같다"고 긍정 평가했다.

스리랑카 인권변호사 릴라니(여 39)씨는 김 원장의 평가에 적극 동의했다. 성공회대 NGO대학원의 아시아 시민사회지도자 1년 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올해 2월 한국에 온 그는 "우리 스리랑카 외국인노동자를 비롯해 아시아인을 위한 무료종합검진이 너무 고맙다"고 감사했다.

스리랑카 전통의상인 하늘색 ‘사리'를 입은 릴라니는 스리랑카 노동자들과 함께 무료종합검진을 받았다. 그는 "한국에는 외국인노동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차별하는 나쁜 회사들이 제법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그런 회사들은 빨리 없어지고 한국 정부는 외국인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스리랑카 인권변호사 릴라니(여 39)씨는 스리랑카 외국인노동자를 비롯해 아시아인을 위한 무료종합검진이 너무 고맙다"고 감사했다.
 스리랑카 인권변호사 릴라니(여 39)씨는 스리랑카 외국인노동자를 비롯해 아시아인을 위한 무료종합검진이 너무 고맙다"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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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외국인노동자, #무료종합검진,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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