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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부 자료에 의하면, 이명박 대통령후보가 도곡동 땅과 관련해 29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도대체 어떤 문건을 근거로 그런 주장을 했는지 밝혀라."(안택수 한나라당 의원)

 

22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비리 의혹을 둘러싼 대통합신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산발적인 공방을 벌였다.

 

여기에 심상정 민노당 의원이 이 후보의 도곡동 땅 소유를 뒷받침하는(?) 문건을 제시하는 바람에 국감장이 한때 술렁였다.

 

심 의원은 "한나라당 내부 문건에 따르면, 도곡동 땅 거래 과정에서 2001년 2월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가 큰형 상은씨에게 건넨 58억 원은 법률상 증여로 판단되고 증여세법에 따라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인) 이 후보가 29억 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한 심 의원은 "국세청장이 개별 납세자의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를 내세워 대통령 후보에 관한 조사 내용을 국회에 밝히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 후보에 대한 국세청의 내부 보고서를 열람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심 의원이 한나라당 내부 문건의 존재를 언급하자 안택수 한나라당 의원이 발끈했다. 안 의원은 경선 때부터 이 후보의 취약지역이었던 대구에서 '이명박 지지' 활동을 폈던 인물이다.

 

안 의원은 "그런 자료가 있다면 정확한 출처를 밝혀 달라. 사실이 아닌 걸 자꾸 얘기하면 국감장이 아니라 정치공세의 장이 된다. 엉터리 국감장을 자초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그러나 심 의원이 언급한 내부 자료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강신욱 전 대법관이 8월 15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자료'로 이명박 내려친 심상정 의원

 

안 의원은 "그건 옛날 경선 과정에서 나온 얘기 아니냐"고 따졌다. 강 전 대법관도 기자회견에서 증여세 탈루 의혹의 주체로 '제3자'를 지칭했을 뿐 이명박 후보가 비리를 저질렀다고 단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심 의원은 "박근혜 캠프가 한나라당 내부에 있지, 외부에 있냐? 당내에서도 그만큼 많은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응수했다.

 

한나라당 문건 소동은 이렇게 일단락됐지만, 이날 국감은 전반적으로 한나라당이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의 후보 검증 공세에 끌려 다니는 양상으로 진행됐다.

 

신당의 박명광·박영선·채수찬·이상경·송영길·강봉균 의원이 줄줄이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질의 공세를 폈지만, 한나라당 의원석에서는 침묵이 계속 이어졌다. 간간이 한나라당 윤건영·안택수 의원이 "야당후보에 대한 정치공세성 국감은 안된다"며 신당 의원들의 발언을 끊는 등 방어에 나섰지만 '화력'에서 역부족이었다.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 등을 감사하는 국회 정무위가 BBK 사건 증인채택 문제로 한나라당과 신당 의원들이 연일 공방을 벌이고 파행을 빚는 거에 비해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정치권에서는 국회 재경위와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의 성향 차이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재경위에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의원을 지지했던 의원들이 많이 포진한 반면, 정무위는 '친이명박' 의원들의 온상이라는 설명이다.

 

정무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 10명중 7명(진수희·차명진·김양수·김정훈·박계동·이계경·김애실)이 경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서 활동하거나 이 후보를 남몰래 지원했다. 신당의 정무위 의원들이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BBK 문제를 건드리려고 하면 '육탄전'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자기가 만들어낸 후보를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반면, 재경위에서는 한나라당 의원 11명중 박근혜 의원을 지원했던 인물이 5명(서병수·엄호성·유승민·이혜훈·최경환)이나 포진해있다. 경선 과정에서 어느 누구보다 이 후보의 도덕성을 집요하게 문제 삼았던 이들로서는 범여권의 이명박 공격에 대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에 처했다.

 

이 후보 관련 질의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신당이 신경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부 '친박' 의원이 신당을 편드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신당과 '친박' 진영, '전자상황판' 사용 놓고 공동대응(?)

 

박영선 신당 의원이 "이 후보의 BBK 지배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전자상황판으로 프리젠테이션을 하려고 했는데 한나라당 소속 정의화 위원장이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고 하소연하자 '친이' 성향의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은 "의원 대부분이 전자상황판 사용하는 법을 모르는데, 일부 의원에게만 상황판을 사용할 기회를 주는 것은 기회의 불균등"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친박' 성향 한나라당 의원들은 윤 의원과 생각을 달리 했다. 이혜훈 의원은 "전자상황판 사용하는 줄 몰라서 준비가 안된 의원들을 위해 미리 준비해온 분들의 기회까지 박탈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말했고, 엄호성 의원도 "전자상황판을 사용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특별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언뜻 기술적인 문제로 의원들간에 신경전이 벌어진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신당 의원의 문제 제기에 '공동대응'을 하지 못한 것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친박' 의원들은 회의장 밖에서는 한층 뼈있는 말을 던졌다.

 

A의원은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나 "신당 의원들이 BBK에 대해 공부를 전혀 하지 않고 국감장에 나왔다. 그동안 나온 얘기를 재탕삼탕해서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고 있다"고 훈수(?)를 던졌고, B의원은 "이쪽(한나라당)은 '친박' 의원 일색인데 (신당 의원들과) 싸움을 하겠냐? 난 오늘 (이 후보에 대해) 아무 말 않고 정책질의만 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태그:#심상정, #이명박, #B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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