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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그라미 안에 있는 것이 서캐
▲ 왼쪽은 중국산 참빗, 오른쪽은 주로 개들이 사용하는 빗 작은 동그라미 안에 있는 것이 서캐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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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 이젠 머리 안 가려워? 할머니가 한 번 보자."
"응 이젠 안 가려워."

손자의 머리를 흟어보니 서캐와 머릿니가 보이지 않았다. 녀석도 가렵지 않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일주일전쯤 딸아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참빗 사러 가야 해. 우진이 머리에 서캐가 생겼어."
"어머나 신문 방송에서 듣던 얘기가 먼 얘기가 아니네. 그래 같이 가자."

그리곤 시장에 가서 참빗을 샀다.

딸아이가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로는 예전부터 사용하던 참빗보다는 개털을 빗겨주는 빗이 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우린 두 가지 참빗을 모두 사왔다. 요즘같은 시대에  머릿니가 있다는 것이, 그것도 손자에게 생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손자들이 어린이집에서 돌아왔다. 온 집안에 비상이 걸렸다. 일단 참빗으로 머리를 싹싹 빗어 내렸다. 그리곤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감아 드라이로 말린 후 참빗으로 또 다시 싹싹 빗어 내렸다.

그 정보처럼 진짜 참빗보다는 개빗이 더 효과가 좋았다. 참빗으로 빗어 내릴 때는 아무 것도 안 보이더니 개빗으로 빗어내리니 서캐가 한두 마리씩 쏟아졌다. 손자도 아프지만 벌레를 보여주자 아무 소리 안 하고 꾹 참았다. 그런데 다행인 것이 작은 손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같은 어린이 집을 다니지만 반이 달라서인가 보다. 작은손자도 옆에서 숨을 죽이고 지켜본다.

아무래도 딸아이는 서툴기에 내가 나섰다. 손자의 머리를 참빗으로 빗어 내리던 중 제법 큰 두 마리의 머릿니가 발견되었다. 우리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손자도 제 머리에서 나온 머릿니를 보더니 겁을 내는 듯했다.

"할머니 이 게 내 머리에서 나온 벌레야?"
"그래 이런 벌레가 우진이를 잠도 못자게 괴롭힌 거야. 그러니깐 아파도 참아야 해."

그러고 보니 뒤목에도 머릿니가 물었는지 울긋불긋 여러 군데 부풀어 올라 있었다.

손자들이 다니는 놀이방은 그 주변에서 가장 늦게 머릿니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어린이집  옆에는 초등학교와 청소년수련관, 다른 어린이집도 여러 군데 있다. 그곳은 벌써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고 한다. 머릿니가 있다는 것도 사위가 손자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면서 선생님들한테 처음으로 이야기를 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날 손자가 머리가 가렵다고 하면서 잠에서 깨어서는 마구 긁기에 제 아빠가 머리를 확인해 보니 서캐가 보였다고 한다. 다음 날 손자들을 데려다 주면서 이야기를 했고 그 다음부터 다른 학부모한테도 머릿니의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하여, 아이들을 모아 놓고 선생님들이 일일이 머리조사를 했단다. 아무래도 머리가 긴 여자아이들이 더 많았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보니 언젠가 우리집에서 잘 때에도 머리가 가렵다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러나 그것이 머릿니때문에 가려운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쨌든 어느 집에서든 아이들이 머리가 가렵다고 하면 한 번쯤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머릿니가 발견된 후 어린이집 앞에 있는 미용실에는 머리를 자르려는 아이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바탕 난리를 친 후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고 약국에서 머릿니를 없애주는 샴푸도 샀다. 그 약사도 자기네 아이들도 얼마 전 머릿니와의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샴푸를 사용하면 초기니깐 머릿니는 없어져요"라고 한다. 또 이불, 베게커버 등 침구셋트, 속옷, 겉옷 등도 모두 뜨거운 물로 빨아 주고 갈아주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머리를 매일 감기고, 드라이기로 말려주고 손으로 일일이 확인했다.속옷도 매일 매일 갈아입히고 침구도 신경썼다. 다행히 손자의 머리에서는 서캐나 머릿니가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다. 완전히 초토화 된 듯하다. 머릿니는 지속적으로 흡혈을 하지 못하면 2일 이상 살지 못하며 알도 22℃ 이하에서 부화하지 못한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도 머릿니는 있었다. 그땐 지금처럼 위생이 청결하지 못했던 시절이라 그러했으리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 시절보다 훨씬 깨끗한 요즘 세상에 무슨 머릿니냐고 하겠지만 암암리에  머릿니는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머릿니나 서캐가 생겼으면 쉬쉬할 것이 아니라 얼른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등 담당자에게 알려 재빠르게 손을 써야할 것이다. 머릿니는 전염성이 빠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머릿니가 생겼다면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치료방법
1,머릿니가 발견되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 적절한 처방을 받는다.
2,머리카락을 청결하게 하고 매일 감는다(유충, 성충을 씻어낸다)
3,드라이기로 머리를 잘 말려준다.
4,참빗같이 촘촘한 것으로 머리를 빗겨준다(솎아내는 효과가 있다)
5,가능한 머리를 짧게 자른다.
6,베개커버, 타올, 속옷,이불시트등 매일 갈아주고 열처리를 해 주는 것이 좋다(55도이상 세탁)
7,이불은 매일 햇빛소독을 하는 것이 좋다 <서초함 소아한의원 제공>


태그:#머릿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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