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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사진촬영만 20분, 혹시 잔칫날?

▲ 이명박 후보, 제 자리에 서서 10여차례 기념촬영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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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음은 이명박 후보님과 사진 촬영이 있겠습니다. 순서대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23일 오후 3시 30분, 서울 서초구 우면동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1층 대강당. 한국교총이 연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 참석자 500여명은 이 같은 사회자의 목소리를 듣고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대 중앙에 이 후보와 이원희 한국교총 회장이 섰다. 이들 주변을 토론회 질문자 9명이 둘러쌌다. 한국교총 본부 직원 2명은 고급 카메라를 들고 연방 플래시를 터뜨렸다.

"다음은 시도교총 회장님 나오십시오. 그리고 시도교육위원회 의장님과 의원님, 각급 교장회장님…."

호명한 순서에 따라 교육공무원과 교장회장들이 줄줄이 앞으로 나왔다. 몇몇은 이 후보 옆에 서려고 어깨에 힘을 주기도 했다. 악수를 청하고 명함을 주는 모습도 보였다. 확성기는 또다시 다음 사진촬영자를 불렀다.

"다음은 외고(외국어고) 교장회 교장님들 나오시죠. 시군구 회장님들도 나오시고요. 오늘 사진은 한국교총 홈페이지에 모두 올려놓겠습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대강당에서 열린 교육정책 초청토론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일일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대강당에서 열린 교육정책 초청토론회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일일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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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이 사람을 바꿔가며 사진 촬영을 한 횟수는 모두 12번. 시간만 20여 분이 흘렀다. 사진을 찍는 이 후보와 이 회장은 서로 농담을 해가며 웃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한 기자는 "마치 한나라당 전당대회 같다"면서 "집안잔치를 했으니 하객들을 모아놓고 사진촬영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혀를 찼다.

한재갑 한국교총 대변인은 "사진촬영은 누가 먼저 제안했다기보다 한국교총과 한나라당 준비팀이 토론회 전에 서로 약속한 것"이라면서 "이후에 정동영 통합민주신당 후보가 와도 똑같이 사진 촬영시간을 갖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1시간 50분간 진행되었는데, 이 가운데 사진 촬영시간만 20분이었다.

사진 찍기 10여 분 전인 이날 오후 3시 20분쯤. 이원희 한국교총 회장은 다음처럼 당부했다.

"플로어에 건의의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미리 다섯 분을 정했는데요. 원래는 1분씩 하기로 했지만 (시간이 없으니) 40초씩만 해주십시오. 나중에 후보님과 손 한번 잡는 기회를 드리려고 합니다."

[#장면2] "말씀이 너무 재미있어서 끊지를 못하겠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대강당에서 열린 교육정책 초청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대강당에서 열린 교육정책 초청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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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러분 중앙통로를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날 오후 1시 56분 확성기에서는 사회자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뒤, 이명박 후보와 이원희 회장이 가운데 문을 통해 토론회장에 들어섰다.

한국교총 회장을 하다가 중도 사퇴한 뒤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된 이군현 의원과 이 단체 산하 여자초등교장협회장을 역임한 김영숙 한나라당 의원 얼굴도 보였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온 교장과 교사들은 일어서서 박수를 쳤다. 이들은 평일인데도 학교를 나와 이곳에 참석한 것이다. 최근 교육공약을 발표한 이 후보를 직접 보기 위해서다.

특히 참석자 가운데엔 50여 명의 외국어고 교장과 교사, 학부모도 있었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우리가 부른 것은 아닌데 스스로 오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가 연단 앞에 설 즈음, 다시 사회자의 목소리가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한국교총과 교육계는 교육대통령을 간절히 열망하고 있습니다."

박수소리와 환호가 행사장을 채웠다. 대회장에는 '무자격 교장공모제 철회',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라는 한국교총의 요구를 담은 현수막 20여 개가 붙어 있었다.

이 한국교총 회장이 마이크 앞에 섰다. 인사말을 하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98년 이후 우리 교육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학교현장을 생각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추진과 특정코드에 매몰된 정책으로 우리의 교육은 붕괴되고 교육주체 간 갈등도 조장되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우리는 현명한 선택을 통해 교육의 기본을 바로 세우고 부실화된 교육 현실을 이제 확실하게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말한 뒤, '교육대통령'이란 말을 되풀이해서 썼다.

“우리 교육자들은 교육대통령의 출현을 염원하고 있습니다.”
"교육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적어도 이것들만은 반드시 실현해 주셔야만 합니다."
"이명박 후보님께서 균형 잡힌 교육, 현장을 생각하는 교육을 위한 교육대통령이 되어 주실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어 마이크를 건네받은 이명박 후보는 "(원래부터) 이원희 회장 요구 받아들이려고 했으니까 그만 돌아가도 될 것 같다"고 입을 뗐다.

그는 이날 14분 동안 연설을 하면서 자신이 최근에 내놓은 교육공약을 설명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이 후보는 "제 교육구상의 핵심은 교육자율과 교육복지"라면서 "교실마다 똑같은 수업을 하고 아이들을 붕어빵 찍어내듯이 교육하고 있는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제도와 관치교육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교육격차가 가난을 대물림하는 통로가 되어버리고 부모경제력이 학력을 좌우하는 악순환이 되풀이고 있다"면서 최근에 발표한 '자율형사립학교 100개, 기숙형학교 150개, 마이스터고 50개 설립'의 정당성에 대해 설명했다.

패널토론에는 강호봉 시도교육위원회 의장협의회 회장, 안건일 충북 중산외국어고 교장, 조영달 서울대 사대 학장 등 9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미리 한나라당에 건넨 질문지를 바탕으로 물음을 던졌고 이 후보 또한 미리 작성된 답변서를 정리하는 식으로 답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대강당에서 열린 교육정책 초청토론회에서 예상질문과 답변이 적힌 자료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 친철한 토론회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대강당에서 열린 교육정책 초청토론회에서 예상질문과 답변이 적힌 자료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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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 답변 가운데 눈길을 끈 몇 가지만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 한나라당 교육정책 중에서 어떤 것이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인지 설명해 달라.
"하향 평준화된 고교평준화를 그대로 두고 사교육비만 없앨 수는 없다. 자율형사립고는 본고사는 없고 면접과 학과 성적만으로 뽑는 것이다. 그러면 사교육 우려는 없다."

그는 이 답변 뒤 대학 본고사 관련 색다른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대입자율화를 한다고 해서 본고사가 부활된다는 주장은 과거식 발상이다. 전체 대학 총장님들 우리가 일일이 확인했더니 본고사 부활하겠다는 총장님이 없었다."

- 정부가 외고를 특성화고와 일반고로 전환하려고 해서 풍전등화다. 후보의 생각은?
"외고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웃음) 정부가 임의로 전환하는 것 반대한다. 자율형사립고 100개 만들면 외고가 자율로 선택하면 된다. 강압적으로 바꿀 생각 없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어야만 안심할 수 있다." (웃음)

- 교사의 주당수업시수 경감 방안을 설명해 달라.
"이거 돈 더 달라는 이야기인가? 돈으로 해결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수업시수가 높다면 (경감에 대해) 반대 이유 없다. 어차피 줄 것 확실하게 주겠다." (박수 터짐)

참석자들은 이명박 후보의 답변 과정에서 여러 번 박수를 쳤다. 특히 "교장공모제 신중하게 하겠다", "교권확립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말 뒤에 큰 박수가 터졌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원희 한국교총 회장은 “질문은 짧게 하고 이 후보 말씀을 많이 듣자. 말씀이 재미있어서 제가 끊지를 못하겠다”고 두 차례에 걸쳐 말하기도 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대강당에서 열린 교육정책 초청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대강당에서 열린 교육정책 초청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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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명박, #한국교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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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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