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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공조'가 아니라 '한부 공조'

 

'악의 축'이니 하는 자극적인 발언으로 강경한 대북정책을 표방하던 부시 행정부, 하지만 언제서부턴가 대북정책은 확실하게 바뀌었습니다. '북핵 불능화 합의' 등의 성과도 일궈냈으며, '북미 수교'라는 키워드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왜일까요? 이는 '이라크 전쟁'에 따른 예정된 나비효과입니다. 애초에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와 북한, 2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승리할 수 있다는 '윈-윈 전략'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이 '윈-윈 전략'은 올해 초에 2만이 넘는 병력을 투입했던 '바그다드 안정화 작전'의 사실상 실패, 그럼으로써 미군 사망자 수가 오히려 늘어나면서 파산된 것입니다.

 

부시 대통령의 3분기 평균 지지율은 33.2%로 밝혀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저 수준"이라는 꼬릿말이 따라붙죠. 지난 6월에는 '이라크전 반대 논리'를 내세우며 지지를 얻었던 미국 민주당도 두달 만에 20%가 떨어진 44%의 지지율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라크전 막으라고 지지했더니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힐러리 클린턴이나 배럭 오바마와 같은 민주당 내 유력대선주자들도 '이라크전'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내걸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11·12월판 기고문에서 아예 "당선되면 취임 60일 안에 군 지도부에 이라크 철군 계획을 끌어내도록 명령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라크에서 군사적 공백 대신 외교적·인도주의적 노력을 강화할 것이며, 북부 쿠르드족 지역에 일부 병력을 남겨둘 수 있다"는 선언까지 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런 반응이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외조'와 여성표 공략 전략과 맞물려, "대통령이 됐을 때 임기 내 이라크주둔 미군 철수완료를 공약하기"를 거부했던 배럭 오바마를 앞서가고 있습니다.

 

'이라크전'을 둘러싼 미국의 정가는 이런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예의 그 '한미 공조'를 명분으로 내걸면서 '자이툰 부대 파병연장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살펴봤듯이, 부시 대통령의 최악의 지지율, '이라크전 반대' 논리를 선명하게 내세운 힐러리 클린턴의 부각 등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뛴 이유도 '이라크전을 막으라'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주장하는 '한미 공조'는 '한미 공조'가 아니라, '한부(시) 공조', '한네(오콘) 공조'입니다. 지금 미국 국민의 여론 대다수가 이렇듯 이라크전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음에도 미국민보다 더 앞장서서, 몰락하는 부시 행정부를 지지하는 꼴입니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아예 노골적으로 '석유'와 '경제논리'를 내세우며 '한미공조'를 명분으로 '자이툰 부대 연장안'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숱한 대립각을 세웠던 노무현 대통령과 모처럼 궁합이 맞았던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라크 의회 내에서 '석유법'에 대해 "미국과 영국 석유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수니파와 쿠르드족이 강력한 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과 영국 석유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진' 이라크 정부의 '석유법', 여기서 우리 정부가 줏어먹을 '콩고물'은 말 그대로 '콩고물'이라는 뜻입니다. 정작 먹을 수 있는 '떡'은 양국의 석유회사가 쥐게 됐다는거죠.

 

게다가, 이 약간의 '콩고물'을 먹는다 하더라도, '먹었다'는 이유 탓에 이라크 저항세력의 표적이 될 확률도 높아질 것입니다. 이미 우리는 고 김선일씨를 이라크에서 잃은 기억이 있습니다. 이런 아픈 전례가 있었음에도, '불확실한 콩고물'을 위해 미국민 대다수가 반하는 이라크전을 위해 '한미 공조'를 내세우는 우스운 꼴이 되는 것입니다.

 

한때 일부 파병찬성론자들은 "이라크에 파병하지 않으면 미국이 북폭을 시도할 것"이라는 주장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국제정세 살펴보세요. 말도 안되는 이야기죠? 여론도 워낙 좋지 않은데다가, '바그다드 안정화 작전'이 실패로 끝나면서 '윈-윈 전략' 알아서 포기했고, 그 결과 북한과의 대화에 나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조선일보>, 미국 정세 정확히 알아야

 

 

그동안 틈날 때마다 노무현 정권을 물어뜯던 보수언론은 '자이툰 부대 파병연장안'은 쌍수 들어 환영하고 있습니다. '한미 FTA'나 '이라크 파병안' 등, '미국'과 관계된 중요 안건에 대해서는 그네들의 입맛에 맞는 선택을 해줬는데, 왜 물어뜯는지 모를 지경입니다.

 

<조선일보> 24일자 사설은, 그러면서 "정부가 파병기한을 연장하자는 쪽으로 기운 가장 큰 이유는 한·미동맹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북한 핵 제거, 미·북 수교 등 60년 만의 대변동을 앞둔 한반도 정세에서 미국과의 협조체제를 유지해야겠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지금 우리는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반면, 이라크에서 여러 어려움에 부닥치고 있는 미국은 한국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자이툰 부대 파병연장안'은 정확하게 '한부 공조'일 뿐입니다. 부시 대통령 지지율이 33.2%이며, 민주당은 "이라크전 막으랬더니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지지율이 떨어집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라크전 철군'을 주장하면서 지지율이 뛰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60년 만의 대변동'은 미국이 반드시 우리와 협조체제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기보다는, 군사전략의 실패 여파에 따라 2개 전선 모두 와해될까 두려운 심정에서 시도하는 것입니다.

 

이런 명확한 현실 앞에서, <조선일보>는 되레 '파병 반대'를 당론으로 내세우려 하는 대통합민주신당에 "정부는 파병 연장이 불가피한 이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반대하는 측도 반대 논리를 제시해 국민의 판단을 들어보는 게 정도"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대논리는 이미 충분히 많이 제시된거죠. 앞서 언급한 미국 현지 사정, 그리고 애초에 이라크전 자체의 '명분' 문제, 아무리 사설이 기존독자들에 대한 '선동'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해도 이래선 안됩니다.

 

그러면서 "신당이 이 문제를 '대선용 반미자주의 선동 소재'로 써먹을 생각이라면 큰 오산이다. 국민이 그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정도면 가히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할만 합니다. 5년 전, '효순·미선 미군 궤도차량 압사 사건'의 쇼크에서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조선일보> 김대중, 제발 '노무현'을 막아라

 

 

그에 앞서, 지난 22일에는 고문이라는 명함으로 칼럼을 쓰는 김대중씨가 도저히 '칼럼'이라고 이름붙이기 민망한 글을 기고했습니다. "노무현의 대북정책이 맘이 안드는데 사실상 임기를 두 달 남긴 대통령이 남은 기간 무슨 일을 저지를지 불안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조선일보>의 기존 독자들을 향한 전형적인 선동입니다.

 

"핵 폐기 불가론, 종전선언과 관련된 3~4자 회담, 경협의 역순, NLL 양보, 개혁·개방의 포기 등은 더 이상 방관하거나 방치할 수 없는 사안들과 방북 수행 기업 총수들을 불러 대북지원과 경협의 '선물'을 강요하다시피 할 모양인데 이것도 심각한 '대못질'"이라면서 "이것을 막을 방도는 없는 것"이냐는 주장까지 합니다.

 

그러면서 '탄핵'까지 거론합니다. "일부에서는 탄핵을 거론하지만 그것을 밟을 시간도 없고 국회의 여건이 그런 극단적인 방법에 의존할 상황도 아니"라는 주장을 한거죠.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지금 남북문제의 기본 틀을 다루는 일을 임기 말 대통령의 업적주의나 포퓰리즘의 제물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끝맺음까지, 특별한 근거 없이 이렇게 증오를 내비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습니다.

 

김대중씨는 확실히 '노무현'을 막을 방도를 찾아야 합니다. 지금 미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이라크전'에 대해 코너에 몰린 부시 정권을 돕는 것 이상의 역할은 없을 '자이툰 부대 파병연장안'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일국의 대통령을 '탄핵'까지 운운하면서 막으려면, 일관성은 유지해야 합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위, 그만해야죠. 그러면서 이렇게 감정적인 사설을 남발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조선일보>, '노무현'은 결정적인 순간 '친구'였다

 

최근 '무소속 대선출마설'의 중심에 선 이회창씨는 예의 '친북좌파론'을 주장하며, 운동권 출신이 많이 가담했다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에게까지 직설적인 비판을 가했습니다.

 

이 비판은, '이명박'까지도 불안하게 보는 보수세력들, 그리고 보수언론의 구미에 곧잘 어울리는 비판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회창씨든 보수언론이든 명확하게 알고 있을 것입니다. '햇볕정책'과 '남북정상회담'은 클린턴 민주당 정권 시절부터 철저한 정보공유로 성과를 이끌어냈으며, 부시 현 대통령 역시 이라크전의 여파로 인해 '윈-윈 전략'에 차질이 오면서 북한에 대해 대화기조로 분위기를 바꾸는 중이라는 사실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결정적인 순간 '미국의 친구', 그리고 '보수세력의 친구'를 자처했습니다. 그토록 불만이었을 대북정책은 미국의 역할도 분명히 있었던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오히려 '한미 FTA'나 '이라크 파병'에 있어서는 찰떡궁합을 과시했습니다.

 

자고로, 친구를 대할 때에는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친하게 지내려면 친하게 지내든가, 절교하려면 절교하든가. 물론 '오해'를 할 수도 있습니다만, 명확한 사실관계를 알고 나면 '오해'는 풀리는 경우도 많죠. 그 '오해'를 알면서도 저주를 퍼붓고 공격한다면 '친구'에 앞서 인간 그 자체의 인간성에 대한 의심까지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북정책'에 있어서는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았을지 몰라도, '대미정책'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요구대로 실천했습니다. 더이상 '저주'의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도 '저주'할 것이라면, 차라리 솔직하게 "우리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길 원한다"는 한 방, 꼭 남겨야 합니다. <조선일보>는 보다 솔직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파병 연장, #노무현,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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