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홍보수석 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은 곰 같은 며느리”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흔히 ‘여우같은 마누라 하고는 살아도 곰 같은 마누라와는 같이는 살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시간이 지나면 곰 같은 며느리가 좋다. 대통령도 임기 후에는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25일 저녁 창원대에서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초청으로 열린 ‘언론학교’ 강사로 강연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부터 포함해 총 네 차례 거절하다 청와대에 들어가서 일했다”면서 노 대통령의 언론관 등을 설명했다.
조 교수는 “청와대 밖에서 칼럼을 썼을 때는 힘이 되었던 사람들도 들어가니까 도와주지 않더라. 진보 언론과 열린우리당 조차 욕하더라. ‘진보는 곧 반정부’더라”며 소회를 밝혔다.
“노 대통령을 옆에서 보면서 언론이 얼마나 왜곡 보도 하는지를 현장에서 산증인이 되어 보았다. 1년만 하고 가족들에게 가겠다고 했더니 대통령도 막지는 못하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제가 대통령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보지 못했다면 언론에 나오는 것만 보고 대통령을 욕했을 것인데 그러지 않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었다.”
“자칭 강준만 교수의 수제자”“자칭 강준만 교수의 수제자다”라고 한 그는 “유학 다녀와서 <김대중 죽이기>를 보면서 언론에 눈을 떴다. 그 책을 보면서 언론에 대해 학습이 되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처음 들어갔을 때의 소감을 밝힌 이 교수는 “처음 들어가서는 굴러온 돌이었다. 80년대부터 한 운동권 출신들이 박힌 돌이었다”면서 “그러나 노 대통령이 정치를 바라보는 혜안과 언론 철학은 저와 전율을 느낄 정도로 비슷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해외순방과 관련된 일화도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해외순방을 나가면 긴장하기에 말실수를 하지 않고 완곡하게 전달한다. 독일 순방 때 수행하기도 했는데, 회담 때 어려운 질문도 쉽게 답을 하는 것을 옆에서 보았다. 그러다가 동포 간담회 때 동포들이 대통령한테 힘을 넣어 드리면 갑자기 기분이 올라가면서 안해도 좋을 말이 튀어 나온다. 터키에 갔을 때였다. 그곳에 나가 있는 우리 동포들 중에는 30~40대가 많았고, 거의 ‘노사모’ 수준이었다. 대통령도 기분이 좋았다.”
“당시 ‘동북아 균형자론’이 쟁점이었는데 처음에는 75%가 지지를 했다. 해외순방 1주일만에 65%로 떨어지더라. ‘한미동맹은 이상 없다’는 말을 해달라고 전달했다. 대통령이 ‘미국 사람보다 친미적인 한국사람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 말은 투정하듯이 했다.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10초 정도만 보니까 심각하게 화가 나서 공격하는 것처럼 비춰졌다. 끝나고 난 뒤에 ‘공포간담회’가 되었다. 한 여기자는 ‘야마’가 없다고 할 정도였는데, 원로 기자를 만났더니 ‘그게 뭐냐’면서 그 발언을 문제 삼더라. 담합하듯 기자들이 기사를 썼고, 모든 사설은 ‘편 가르기’라고 했다. 그게 무슨 편 가르기냐.”
조 교수는 “일부 보수 언론이 안보장사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던 발언에 대해 설명했다.
“한참 동안 언론은 대통령을 때리다가 그 말이 나온 뒤부터 저한테 화살이 왔다. 누가 ‘교수가 되어서 말이 왜 그러냐. 안보 장사가 뭐냐, 안보상업주의죠’라고 하더라. 그래서 험한 말을 해야 써주는 거 아니냐고 했다. 담론 싸움을 하려면 자기가 망가지면서 해야 한다.”
언론중재위, 20여건 대부분 이겨조 교수는 “노 대통령은 오보를 내면 반발하고 언론중재위에 보낸다. 그러면 언론은 탄압이라 하고, 국민한테 그런 게 먹혀든다. 그러면 ‘정부는 악’이라 여기고, 언론이 엄살을 부리면 국민은 편을 든다”면서 “이런 속에서는 언론과 정부가 경쟁을 할 수 없다. 하나마나 지는 싸움이다. 청와대에 들어가 홍보수석이 되었을 때 모두가 등을 돌리는 것을 보고 그렇게 더 느꼈다”고 말했다.
외국의 사례를 소개한 조 교수는 “미국에서는 ‘옐로우 저널리즘’이 기승을 부릴 때 시민들이 언론사를 폐쇄시켰다. 프랑스에서는 공무원들이 매일 소송을 했다. 지는 게임이지만 안할 수가 없다. 노 대통령이 아니면 할 수가 없다. 노무현이 악역을 맡은 것”이라고 설명.
조 교수는 청와대를 떠난 지 1년이 지나서도 언론중재위원회에 갔다고 소개.
“올해 여름까지 언론중재위에 살다시피 했다. 20건 정도 냈는데 대부분 이겼다. 어쩌다가 한 건이라도 지면 언론에서는 ‘졌다’고 나온다. 모든 언론을 상대로 거의 다 했다. 아까운 시간에 왜 그렇게 하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 나니 예방의 효과가 있다. 외국은 언론의 경우도 징벌적 손해배상이 있지만 우리는 아무리 큰 손해배상도 2000만원이 최고다. 이것은 독재시대에 만들어진 특권이며 언론은 이것을 오남용하고 있다.”
조 교수는 “언론도 하나의 견제를 받아야 하는 권력이다. 언론이 4부라고 하는데, 3부는 서로 균형과 견제가 된다. 유일하게 견제를 받지 않는 게 언론이다. 언론도 특권으로 남으면 안되고 견제를 해야 한다. 언론의 견제는 시민사회에서 한다”고 말했다.
언론자유 평가 낮은 이유?국경없는기자회와 퍼리덤하우스의 언론자유 평가가 낮은 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정부가 해야 할 언론자유는 다 풀어주었다. 그런데 국가보안법과 친북인터넷 사이트 폐쇄가 자유평가도에서 깎아 먹는다. 특히 퍼리덤하우스는 이 부분에 비중이 높다. 그런데 정부에 대해 언론자유를 하라고 하면 번지수가 틀린 것이다. 언론자유 평가 항목에는 돈으로부터 자유가 있다. 곧 사주로부터 자유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사주로부터 자유가 없다. 언론인이 되는 진입 장벽도 중요한데, 우리는 언론고시라 해서 높다.”
조 교수는 “언론은 품질이다”면서 “정확한 보도가 아니라 공정한 보도와 책임 있는 보도를 해야 한다. 정책적 대안이 있는 보도를 해달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쏟아 냈다.
“노 대통령은 언론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말도 있다. 대통령의 사명감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실제는 그렇지 않은데 그런 이미지가 되었다면 문제다. 노 대통령은 곰 같은 며느리다. 흔히 ‘여우같은 마누라 하고는 살아도 곰과 같이는 살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시간이 지나면 곰 같은 며느리가 좋다. 대통령도 임기 후에는 재평가를 받을 것이다.”
조 교수는 “또 노 대통령은 좀 더 과감한 언론개혁을 하지 못했다”면서 “언론 탄압하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주었는데, 근본적으로 정권을 동원해서 한 일은 없다. 지금은 안기부를 동원할 수도 없다. 시장원리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흔히 ‘알리바이론’인데, 최장집 교수는 ‘무능한 정부가 할 일은 안하고 언론 탓만 한다’고 했다”면서 최 교수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최 교수는 1980년대 남미를 분석하는 틀을 갖고 참여정부를 분석했다. 그 분석은 전두환 정권 때는 맞다. 20년이 지나고, 지금은 다른 체제다. 그런 분석으로 노 대통령을 공격한 것은 우스운 일이다. 만약에 최 교수가 참여정부를 제대로 평가했더라면 매스컴을 타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반노’면 언론을 탄다. 저는 양심에 투철했고, 최 교수는 여론에 춤을 춘 사람이다.”
조 교수는 “그래도 여전히 진보 진영에 대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들은 민주화와 사회 발전을 끌어온 사람들이다”면서 “국민 대다수는 보수적이라 보여 지지 않는데 언론은 보수 일색이고, 대학도 보수 일색이다. 노 대통령은 외롭다. 앞으로 크게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 않아서 우울하다. 그러나 열심히 하다보면 달라지겠지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