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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열린 '2007 한국교회의 날' 둘째 마당을 통해 이웃에게 혹독한 비판을 받은 한국교회에 그에 못지않은 쓴소리가 내부에서도 나왔다.

 

25일 오후 향린교회에서 열린 '2007 교회의 날' 넷째 마당, '자신에게 길을 묻기'. 패널로 참석한 교회 내 여성과 남성 및 이웃여성들은 한국교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선교의 폭력성', '이웃종교와의 갈등' 등을 꼽았다.

 

또, 세속 가치를 경멸하면서도 장로 등의 직위엔 세상적인 기준에서 성공한 사람만이 오를 수밖에 없는 모순성과 함께 자신과 관계된 것에만 목소리 높이는 '이기성'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아울러 교회 내에서 아직도 진행 중인 반 양성 평등적 행태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30여 년 동안 서울YMCA에서 활동을 해온 임건묵씨는 "한국선교는 가치지향이 아닌 양식지향적"이라고 지적했다.

 

"교회가 가치지향적 선교를 펼친다면 교회를 다니느냐, 안 다니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 즉, 어떤 삶을 살게 할 것인지에 역점을 둘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양식지향적 선교를 펼치고 있는 한국교회는 일요일 날 교회에 출석시키는 것을 선교로 본다. 선교의 알맹이를 가치로 생각지 못하고 형식적인 것을 중요시 하는 게 한국교회 선교의 근본 문제다"

 

알맹이 빠진 '예수천당 불신지옥' 소음 듣고 누가 교회 오겠나

 

임씨는 '예수천당 불신지옥'도 걸고 넘어졌다. 그는 "교회는 사람들에게 뭔가 다르구나하는 감동을 줄 생각은 안 하고 지하철에서 오직 '예수천당 불신지옥'만 외치고 있다"며 "그 소음을 듣고 누가 교회에 올 것 같냐"고 되물었다.

 

정해성 목사(생명수교회)는 "선교는 결국 생명을 살리는 것이어야 하고, 정의의 원칙이 그 안에 있어야 함에도 한국교회는 선교를 대상으로 삼은 국가의 정의와 이웃종교에 대한 정의의 관계를 잊고 있다"며 "이런 방식의 선교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인적 경험담을 통해 '무례하고 공세적 선교'에 대한 기분 나쁜(?) 추억을 끄집어 낸 패널도 있었다.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 최서연 소장은 "목사들을 만나면 가끔 '당신이 원불교를 믿어서 참 불쌍하다'란 말을 종종 듣곤 한다"며 "가만히 있다가 소나기를 맞은 기분이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사무처장도 "목사 친구들을 만나면 '너는 다 좋은데 교회에 안 다녀서 좀 그렇다. 교회만 다니면 우리와 끈끈한 소통이 이뤄질텐데'라는 소릴 자주 듣는다"며 "이는 기독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소통에 장애가 된다는 말인데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세상의 중심인 비정규 노동자에게 교회는 눈을 돌렸나

 

그는 "입으로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소중하다는 가치를 담고 선교한다면서 실제로는 타인을 존중치 않는 가치를 담아서 선교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회가 자신의 이익에 관련된 사안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기독교인인 이은영씨는 "기독교는 이름만 내세우기 바빴지 기독교 기업인 이랜드에서 이 사회의 아픔인 비정규직 문제가 터져 나왔음에도 돌아보지 않는다"며 "그러면서도 탈레반에 교인들이 납치되니까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회가 과거 민주화 운동 당시 외쳤듯이 사회와 사람들에게도 신경써야 하지 않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금옥 사무처장은 "우리 몸의 중심은 머리나 심장이 아니라 아픈 곳이다. 손가락 하나가 베이면 모든 신경이 집중 된다"며 "사회의 아픈 곳이 세상의 중심이다. 한국사회에서 아픈 곳은 이랜드 비정규 노동자나 양극화 심화로 차별 받고 있는 이웃들이 있는 곳이다. 교회가 이같은 세상의 중심에 눈을 돌려야 하지 않겠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인간이 되면서까지 땅에 내려온 하나님이 사회의 아픈 곳을 돌아보지 않는 한국교회를 바라볼 때 마음이 많이 아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세속 가치를 경멸하면서도 교회 내 직분은 세상적인 성공의 지위에 머무른 이에게 돌아가는 현실에 대한 개탄도 나왔다.

 

임건묵씨는 "교회 기준이 영적가치라고 한다면 영적 수준과 도덕성이 높은 사람이 교회 장로가 돼야 함에도 현실은 세속에서 성공한 사람이 장로 직분에 오를 수 있다"며 "이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지향점을 상실한데서 오는 구체적 표징"이라고 꼬집었다.

 

1900년대 세상은 여성에게 투표권...100년이 지난 지금 교회는?

 

임씨는 아울러 교회 내 반 양성평등 행태도 지적했다. "이 시대 영성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양성평등이다. 역사적으로 1900년대 이래로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울 YMCA는 100년이 지났음에도 투표권을 안 주고 있다. 도대체 새로운 변화와 새로운 영성을 거부하는 것이 한국교회다."

 

김금옥 사무처장도 "교회 내 성차별 문제는 사회보다 심각하다"며 "목사나 높은 직분에 있는 사람에 의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종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은폐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웃과 사회가 연대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기존 대형교회를 위시한 한국교회엔 희망이 없다며 새로운 흐름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건묵씨는 "복음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기 위해선 현재 제도교회가 변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여기 모인 이들과 같은 분들이 새로운 영성을 회복할 수 있는 신앙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금옥 사무처장은 "교회가 사회 내 많은 갈등을 풀기 위한 중재자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런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한 오늘 이 자리와 같은 성찰과 물음이 끊임없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교회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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