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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중앙일보>가 함께 박람회를 개최한다? 뉴스라면 뉴스, 확실히 뜻밖이었다. 그리고 궁금했다. 정치적 색깔이 확연하게 다른 두 매체가 공동 개최하는 박람회는 어떤 모습일까. 또 <조선일보> 건강 박람회 등 기존 유사 박람회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전문병원관 '북적', 질환별 부스에 '호감'

 

대한민국 성인병 박람회가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대서양홀에서 열렸다. 박람회장에 빽빽하게 들어찬 부스 60여개와 그 사이를 오가는 관람객들. 첫 인상은 기존 박람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회 첫 날, 또 평일에 박람회가 열린 탓인지 관람객들은 중년층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관람객들이 무료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혜택 부스'에 몰려 있는 모습도 <조선일보> 건강박람회 등을 통해 많이 볼 수 있었던 풍경.

 

일단 관람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다. 보건복지부 정책홍보관에서 골밀도 검사를 막 마쳤다는 김정순(54·여)씨는 "평소 운동은 꾸준히 하지만, 병원에는 자주 다니지 않는 편"이라면서 "이런 기회를 통해 건강 체크를 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박무남(66·남)씨 역시 "심장 질환 무료 검사를 받았는데,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고, 이진국(45·남)씨 역시 "평소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지, 가져야지 하면서도 막상 병원을 찾지 않았는데, 오늘 여기 와서 여러 검사를 두루 받으면서 건강을 체크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특히 평소 남편과 함께 자주 건강 박람회장을 찾는다는 서아무개(50·여)씨는 기존 박람회와 다른 점으로 '맞춤 박람'을 꼽았다. 그는 "기존 박람회는 병원 이름 중심으로 부스가 나뉘어 있어 무료 진료를 받기는 편해도 궁금한 질환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오늘은 질환별로 부스가 나뉘어 있는 점이 가장 눈에 띄는 차이"라고 말했다.

 

치주과학회, 산부인과학회, 남성과학회, 고혈압관리협회 등 학회들의 참여와 병원들이 각각 특정 질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차이였다.

 

출품관계자들 '특색 있는 박람회'... "학회 참여로 공정성 높여"

 

이같은 차이는 박람회 출품 관계자들도 공감하고 있었다.

 

<조선일보> 건강 박람회에도 참여했다는 김성영 강북삼성병원 홍보팀 대리는 "그 때는 무료 검진 중심의 컨셉트였는데, 이번에는 단순히 검진만 하는 것이 아니라 특색 있는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컨셉트인 것 같다"면서 "병원들마다 검사도 다양화된 것 같고, 그래서 저희(강북삼성병원)도 오전은 검사 위주로, 오후는 당뇨 음악 치료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계재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홍보실장도 "실명을 유발하기도 하는 망막 질환자가 최근 크게 늘고 있는데, 사실 안과 질환은 성인병과 직접 관련 있다"며 "성인병 박람회라는 컨셉트와 전문병원인 우리 입장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매년은 힘들더라도 격년 정도라면 지속적인 참여를 고민해볼 만 하다"고 기존 박람회와의 차별성을 설명했다.

 

 

박준봉 대한치주과학회 회장(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치대병원장)은 "의료기관들이 많이 나오는 것보다는 학회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이 공정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면서 "오늘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직접 확인해봤는데, 앞으로 가능성이 있는 박람회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학회 참여에 의미를 부여했다.

 

양대열 한국남성과학회 홍보이사(강동성심병원 비뇨기과 교수) 역시 학회 참여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번 박람회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학회들의 참여"라며 "처음에는 박람회 참여를 다소 어색하게 여겼지만, 사실 이익을 추구하는 병원들이 어떤 질환 정보를 제공하는 것보다는 학회가 그 역할을 맡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나아가 양 이사는 "사실 이제까지 학회들은 회원을 상대로 주로 활동을 했고, 그나마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공간은 홈페이지뿐이었다"면서 "정확한 질병 정보를 알리는 것도 학회 역할의 하나인 만큼, 박람회는 시민들과 직접 접촉해 정보를 알리는 제3의 통로로서 의미가 있다, 학회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마이뉴스와 중앙일보가? 이게 무슨 일?"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젊은 나이로 특히 눈에 띈 대학생 김민경(20·남)씨는 "평소 시력이나 혈압 등에 관심이 있어 방문했지만, 와보니 대부분 나이 많으신 분들이고, 주제가 성인병이라서 그런 것 같다"면서 "젊은 세대가 필요로 하는 건강 정보를 어떻게 얻어야 하는 지 잘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이장현 이춘택병원 기획실 부실장은 '부스 배치'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그는 "성인병이란 주제는 신선했지만, 정부 정책관이나 대형병원 부스들이 앞에 위치하고 전문병원들이 뒤에 있다는 점은 다른 박람회와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 말했다. 부스 배치 내용에 있어서는 신선함을 느낄 수 없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오마이뉴스>와 <중앙일보>의 공동 개최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이장현 부실장은 "중앙일보는 규모도 크고 그만큼 신뢰가 있고 오마이뉴스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각색이 덜하다는 믿음이 있다"면서 "두 매체가 사업적으로 잘 결합하면 부피와 깊이를 함께 추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양대열 한국남성과학회 이사 역시 "물론 의외였다"며 "하지만 서로 정치 이념이 다른 매체가 이슈에 따라 함께 하는 것이 새로운 성숙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게다가 '건강'은 이념 문제가 절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람회 공동 개최 소식에 처음 "이게 무슨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는 이계재 김안과병원 실장은 "잘 감도 오지 않았고, 두 매체가 조인트 사업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하지만 정치적 문제와 건강은 좀 다른 부분이니 영향력 있는 매체끼리 진행하면 잘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람회 출품 관계자들의 말만으로 속단할 수 없는 사안. 그들로부터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들으면서, 독자님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이와 관련한 생각을 털어놓는 관람객은 유감스럽게도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홍보와 정보가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건강 박람회의 가능성을 보여주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박람회는 내일도 계속된다.


태그:#성인병, #김희애, #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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