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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내곡동 국정원에서 열린 '국정원 진실위 3년간 활동결과에 대한 설명회'에서 참석 위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6일 오전 내곡동 국정원에서 열린 '국정원 진실위 3년간 활동결과에 대한 설명회'에서 참석 위원들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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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총리가 김대중납치사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이후락씨는 건강상태상 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김종필 전 총리는 그렇지 않다. 김종필 총리가 김대중납치사건에 사과해야 진정한 화해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DJ는 이미 대통령까지 한 사람인데, 노무현정부가 사과하는 것으로 무슨 명예회복이 되겠냐."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위원장 안병욱)는 26일 오전 서울 내곡동 국정원 국가정보관 3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대중납치사건의 후속조처로 당시 총리였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사과를 요구했다.

안병욱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위원회가 정부에게 김대중납치사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권고했지만 강제할 권한은 없다"며 "그는 대통령까지 한 사람이기 때문에 노무현정부가 사과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안 위원장은 "당시 공작에 참여했던 핵심 직원들은 이미 김대중 대통령 측에 사과문을 공식 전달했다"며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시 사건의 핵심 당사자 가운데 한명인 김종필 총리의 직접적인 사과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김대중납치사건과 관련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정리한 것이다.

김종필 전 총리
 김종필 전 총리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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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납치사건 조사결과 발표를 보고 일본정부가 유감의 입장을 발표했다. 외교적 파문이 있는 점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나.
"진실위는 조사만 했다. 일본정부의 입장에 대해 진실위가 입장을 밝힐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73년에 벌어진 납치사건에 대해 일본에 불편을 끼친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다만, 김형욱실종사건의 경우 프랑스 파리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었다. 또 60년대 동백림사건 때도 프랑스와 독일정부가 조사에 적극 협조했다. 당시 중앙정보부도 앞으로 우방들에게 피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다짐도 있었다. 반면, 일본의 태도는 김대중납치사건에 대해 섭섭할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 군사정권 시절, 일본이 군사정부를 옹호하면서 끼친 부분에 대해 지적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한일 양국이 인류사 발전을 위해, 때에 따라서는 불편한 점을 너그럽게 이해하면서 화해와 양해를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일본 측으로부터 섭섭할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는 게 무슨 말인가.
"진실위가 김대중납치사건을 조사할 때 두 나라의 외교관계에서 좋지 않을 지 모른다는 의견이 간접 전달됐다. 이런 점이 김대중납치사건 조사결과 발표가 다른 사건에 비해 지체됐던 요인 가운데 하나다. 과도한 욕심일지 모르나, 일본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왔더라면, 일본정부 입장에서도 미제사건인데 한국정부가 조사해서 종결해주면 좋겠다, 필요하다면 우리도 협조하겠다는 반응을 보일 거라고 내심 기대했었다. 잘못 기대했던 것으로부터 오는 제 자신의 섭섭함일 수도 있다."

- 일본정부는 DJ사건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걸 진실위에 전달했다는 건가.
"일본이 그런 의견을 전달한 게 몇 단계 거쳐 넘어왔다."

- 김대중납치사건에서 이후락의 조사가 잘 이뤄지지 않았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가.
"우리는 그를 두 번 방문했다. 그러나 이후락씨는 정상적으로 의사표시를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반나절 정도 같이 있었는데 도저히 의사소통이 안됐기 때문에 직접적인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 당시 사건 무마용으로 일본측에 돈이 넘어갔다는 주장도 있다.
"흥미로운 부분이지만 구체적인 증빙을 찾을 수 없었다. 문명자씨가 말지에 기고글을 통해 모 항공사 사장을 통해 돈이 건네졌다고 해서 조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직접 당사자 면담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조사는 어려웠다. 그런데 또 일본 <문예춘추>에 다나까 비서가 과거에 그런 돈이 전달된 적이 있다, 내가 직접 봤다는 인터뷰를 했다. 부인할 수도 없고, 확인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여러 설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조사를 끝낼 수밖에 없었다."

- DJ납치사건에서 한일정부가 같이 잘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만일, 일본 수사당국에서 보고서의 근거가 된 자료를 요청한다면 협조하겠나.
"일본 측이 미제사건을 재조사한다는 관점에서 다시 조사하는데 부득이 한국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정부와 국정원이 알아서 할 일이다. 다만, 일본이 우리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일본은 그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일본은 이 사건의 진상을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정부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일본은 떳떳하지 못하다. 일본은 한국정부가 했다는 걸 한국정부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몰랐다면 국정능력에 문제가 있는 거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속이는 건 일본국민을 또 한 번 더 속이는 거다. 외교적으로 처리하고 그때 적당히 묻어두고 회피하는 걸 전제한다면, 다시 한 번 한국정부와 일본정부, 국정원 모두 진실규명에 부합되는 행동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식으로 변명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일본은 자기들이 갖고 있는 자료로도 이 사건을 충분히 조사해서 마무리할 수 있다."

- 한일간의 정치적 해결에 조건이 있었다. 국가기관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조건이다. 국제법으로는 한국정부가 잘못했다고 볼 수 있는데 사죄할 생각 없나.
"우리 위원회는 DJ납치사건의 진실에 대해 얘기할 뿐이다. 후속조치는 정부가 알아서 할 일이다. 발표 수위 조절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한국정부와 일본정부 간의 정치적 결착, 일본정부는 나름대로 논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한국정부가 개입하지 않았을 테니까 뻔히 알면서 그렇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일본정부에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정부가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기 때문에... 이건 '수사적 표현'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당시 한일 양국 정부가 '외교문서'로 서약한 게 아니다. 밀실야합이었다. 그걸 국제법으로 단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이번 보고서가 국정원의 최종 입장인가. DJ에 대해 정부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 차원에서 DJ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 DJ사건관련, 정부 차원에서 일본에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는 것인가.
"국정원의 공식 입장이다. 위원회가 정부에 사과하도록 권유하긴 했지만, 우리가 정부에게 사과를 수용하라고 지시할, 강제할 권한이 없다. 그것은 정부의 몫이다. 당시의 공작에 참여했던 핵심직원들은 DJ측에 사과문을 공식 전달했다. 당시 사건의 핵심 당사자 중 한 사람인 김종필 총리는 사과해야 한다. 그는 살아 있다. 이후락씨는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 그런 사람이 사과해야 진짜 화해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DJ는 이미 대통령까지 한 사람인데, 노무현정부가 사과하는 것으로 무슨 명예회복이 되겠냐. 이 보고서가 정부차원에서 할 일은 충분하다고 본다."

- DJ측도 조사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 같다.
"(안병욱) 보고서에 언급된 윤아무개씨가 현지공작 책임자다. 동교동측에서 흔쾌히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조사할 것 다 조사해놓고 결론을 우유부단하게 했다고 한다면 수긍할 수 있지만 결코 조사를 우유부단하게 하지 않았다. DJ납치사건 할 만큼 했다.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평가를 내렸다. 어느 한쪽에 편들지 않았다고 해서 평가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렵게, 의미있게 두 당사자의 양심고백을 동교동에 전달하고 싶었지만 자칫 두 분의 어려운 결단이 오해를 살 수 있을 것 같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진실고백, 화해는 양자간에 뜻이 맞았을 때 가능한데 현재로서는 난처한 상황에 있다.

DJ해결에는 암살과 살해까지 포함돼 있다. 첫 공작을 추진할 때는 DJ제거였는데 살아 돌아왔다. 논리적이고 실증적으로 설명하는 게 힘들었다. 위원회 나름대로 명확한 결론을 내기 어려워서 발표시점이 늦어졌다. 그 과정에서 사과문을 쓴 2명이 결국 DJ를 살려냈다고 확신한다. 최고 지시자의 의도와는 달리 현지에서 어쩔 수 없이 명령을 실행할 수밖에 없는 분들이 인간적 고뇌와 고통속에서 첫 지시와는 달리 납치해 배에 실어 보냈다고 확신한다. 명확한 현장을 찍었던 비디오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살해지시는 없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진실에 대하는 것은 꼭 문서나 증거가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태그:#국정원 진실위, #김종필,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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